사이먼 바커 / 한국의 장단을 가장 완벽하게 이해하고 자신의 스타일로 소화해내다 - 화엄 음악제 12/16부 2016. 10.

20161015.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제11'화엄음악제'가 열렸다. '영성'(靈性)을 중심에 두고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들이 화엄사에 모였다. 사이먼 바커도 그 가운데 한 명이었다. 호주 출신의 재즈 드러머인 그는 드럼 세트에 징을 넣고, 또 스네어 위에 꽹과리를 놓고 기존에 있는 스네어, 대고와 절묘하게 소리를 조화시켰다. 20분 정도의 드럼 솔로 공연을 한 뒤에는 (블랙 스트링의 멤버인)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과 협연했다. 그에게는 전혀 낯선 일이 아니었던 듯 능숙하게 거문고와 합을 맞추었다. 거문고와 드럼이 서로의 소리를 찾고 어울리며 그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한 순간을 연출해냈다.

사이먼 바커란 이름이 언론에서 잠깐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땡큐, 마스터 킴>을 통해서였다. 한국의 소리에 매료된 외국 음악가가 그 소리의 주인공을 찾는다는 내용은 언론에서 가장 선호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두유노싸이?'의 연장에서 <땡큐, 마스터 킴>을 보는 시각도 있었지만, 사이먼 바커의 태도는 더없이 진지하고 간절했다.

 

"이 시대의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호주가 배출한 최고의 드러머이다", 영화는 사이먼 바커를 이렇게 소개하며 시작한다. "내가 뭘 하고 있고 왜 이걸 하는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던 호주의 유명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우연히 친구가 들려준 음악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매료된다. 함께 듣던 친구는 "정말 끔찍하다"며 기겁했지만 그에게 "이렇게 멋진 음악은 처음"이었다.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음악이었다. 음악의 주인공은 동해안 별신굿의 명인 김석출이었다.


 

운명과 같았다. 드러머에게 리듬에 대한 탐구는 당연한 것이었고, 굿만큼 다양한 리듬을 들려주는 음악 형태도 또 찾기 힘들다. <땡큐, 마스터 킴>은 리듬의 주인공인 김석출(마스터 킴)을 찾아나서는 사이먼 바커의 여정을 기록했다.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그 소리의 깊이만으로도 김석출은 이미 사이먼 바커의 스승이 되어있었다.


스승을 만나기 위해 7년 동안 17번 한국을 찾았다. 거처를 알아내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사연을 들은 국악인 김동원의 주선으로 스승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김동원은 사이먼에게 호기심이 아닌 존중을 가져달라고 조언한다. 물론 사이먼은 그 모두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다. 존중과 열린 마음으로 가득한 사이먼은 스승의 방문 허락이 떨어지기 전까지 김동원과 함께 전국 각지의 국악 명인들을 만나러 다닌다. 그들에게 듣는 각자의 수련 방식과 철학은, 그 여정이 일종의 순례처럼 보이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사이먼 바커는 꿈에 그리던 스승을 만나게 된다. 마스터를 직접 만났을 때 사이먼의 감정의 높이를 우리가 짐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저 그는 스승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며 고마움을 표했고 스승 역시 먼 호주에서 자신을 만나러 와준 제자에게 반가움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곤 짧은 가르침과 함께 장구 연주를 들려준다. 비록 딱 한 번의 만남이었지만 김석출의 장구 연주와 사이먼의 드럼 연주가 교차하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사이먼을 만난 3일 뒤 김석출은 세상을 떠난다.

 

아쉽게도 영화의 사운드트랙은 시디로 만들어졌지만 음원 서비스를 하진 않는다. 시디 역시 이미 품절돼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재즈 연주와 국악의 소리만으로 큰 감흥을 주기에 충분하다. 둘 다 '즉흥'의 정점에 있는 음악이다. 영화의 마지막 굿을 담은 영상을 보고는 사이먼 바커가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나도 마찬가지고 대부분의 이들이 국악에 밝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들려주는 우리 소리는 ''의 유무와 상관없이 깊은 울림을 준다. 사이먼이 맨 처음 매료된 이유이다.

사이먼 바커의 동반자였던 김동원은 "강 위에 다리가 있으면 사람들은 끊임없이 강을 건널 것이다. 사이먼은 이제 다리가 됐다"는 말을 했다. 긴 여정이 끝난 뒤, 사이먼 바커는 김동원을 비롯해 호주의 연주자들, 그리고 순례길에 만난 소리꾼 배일동과 함께 한국과 호주를 잇는 다리 같은 밴드 '다오름'을 결성한다.


김학선 / 대중음악 평론가


재밌으셨나요? 내 손 안의 모바일 영화매거진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더 많은 영화 콘텐츠를 매일 받아볼 수 있어요. 설정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배너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