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주드 로는 <캡틴 마블>의 악당,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속 중년의 덤블도어를 연기하며 영국의 중후한 아저씨(!)가 되어버렸지만,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깊고 푸른 눈동자 하나로 할리우드와 여심을 뒤흔들던 꽃미남의 대명사였다. 야속한 세월과 함께 아름다웠던 청년의 모습은 흘러가 버렸지만 당시 출연한 영화들 속 그의 리즈시절은 건재하다. 2000년대 전후 그의 꽃미모돋보이던 작품들을 모아보았다.

<가타카>(1997)

유전자로 계급이 나누어지는 근미래,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빈센트(에단 호크)는 우주 비행사가 되기 위해 우성인자를 가진 인물을 찾아 나서고, 최고의 우성 유전자를 가진 제롬(주드 로)을 만나게 된다.

반신불수의 몸에도 불구하고 제롬이 가진 우성인자가 빛나 보였던 이유는 주드 로의 타고난 우아함 덕분이 아닐까. 기품 넘치고 당당한 자태의 제롬을 연기하며 주드 로는 할리우드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와일드>(1997)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전기 영화 <와일드>에서 주드 로는 극중 오스카의 연인 알프레드/보시를 연기했다. 오스카가 그의 인생에서 누구보다 사랑했고 소중하게 여겼던 그의 연인, 오스카와 보시는 사랑 때문에 결국 비극을 맞이한다.

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에 빠져들 것 같은 푸른 눈과 붉은 입술의 보시는 영화 속 둘의 러브 스토리 보다 더 아름답다. 젊은 시절 주드 로의 예쁜 얼굴이 한없이 돋보이는 작품. 그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러닝타임이 속절없이 흘러간다.

<리플리>(1999)

밤에는 피아노 조율사, 낮에는 호텔 보이로 살고 있는 리플리(맷 데이먼)는 어느 날 파티에서 부호 그린리프(제임스 레본)를 만나고, 이탈리아에서 그의 아들 딕키(주드 로)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이탈리아로 떠난 리플리는 딕키에게 서서히 접근하고, 자신도 상류사회의 일원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극중 주드 로는 이기적이고 때론 자유분방한 부잣집 망나니 아들을 연기했다. 이탈리아 남부를 배경으로 그가 보여준 반바지 룩은 지금까지도 남자 여름 패션의 정석으로 통하기도. 주드 로는 천성적인 귀족적 분위기를 마구 뿜어내는데, 이 작품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에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얼굴과 연기 모두 열일한 작품이 되겠다.

<엑시스텐즈>(1999)

게임 디자이너 엘레그라(제니퍼 제이슨 리)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생체 컴퓨터 게임 ‘엑시스텐즈’를 개발한다. 테스트를 위해 12명의 참가자들이 막 게임 속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엘레그라에 반대하는 현실주의자들에게 테러를 당하고, 게임 회사의 견습사원 테드(주드 로)는 도주를 시도하지만 엘레그라는 테드에게 ‘엑시스텐즈’를 경험할 것을 권유한다.

불안하고 유약한 인간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테드의 얼굴보다 빛나는 건 솜털 뽀송한 주드 로의 리즈 시절이다. 총 든 남자가 이토록 섹시했던가. 그저 주드 로의 얼굴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에이 아이>(2001)

과학 문명의 발달로 로봇 산업이 활성화된 먼 미래의 지구, 하비 박사(윌리엄 허트)는 감정을 가진 로봇 데이빗(할리 조엘)을 개발해 한 가정에 입양시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버려진 데이빗은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여정을 떠나고, 그 길에서 도망 중인 로봇 지골로 조(주드 로)를 만나게 된다.

로봇으로 분한 주드 로라니. 게다가 섹스 로봇이라니. 김을 붙여놓은 듯 새까맣게 착 달라붙은 머리와 짙은 눈썹, 붉은 입술은 그간의 주드 로 이미지와 다소 매치시키기 힘든 얼굴이지만, 그는 이마저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미래의 지구에서도 주드 로는 잘생겼다.

<나를 책임져, 알피>(2004)

뉴욕의 리무진 렌터카 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영국 남자 알피. 여자들을 옮겨 다니며 책임 없는 사랑과 자유로운 생활을 즐기던 그는 어느 날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와 충동적인 잠자리를 가지게 되고, 이를 계기로 알피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이보다 딱 맞는 캐스팅이 또 있을까. 플레이보이의 옷을 입은 주드 로의 얼굴은 전혀 낯설어 보이지 않는다. 달콤한 말과 빠져들 듯한 푸른 눈동자로 여자들을 꾀어내는 알피의 모습을 보면 스크린 너머로 홀릴 것만 같은 기분. 이즈음 주드 로는 피플이 선정한 올해의 가장 섹시한 배우에 이름을 올린다.

<클로저>(2004)

소설가를 꿈꾸는 댄(주드 로)은 길에서 마주친 스트립 댄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이후 소설가로 데뷔한 그는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를 만나고 그녀에게도 끌리지만, 그녀는 우연히 알게 된 의사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한다.

<클로즈> 속 댄은 특별할 것 없이 그저 평범한 캐릭터인데, 그를 한눈에 반할 법한 인물로 완성시킨 것은 다름 아닌 주드 로의 비범한 외모였다.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를 뿜어내는 그의 눈빛. 2004년은 주드 로가 이름을 올린 영화가 무려 6편이나 개봉하며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해로,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그의 잘 생긴 얼굴을 자주 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해이기도 하다.

씨네플레이 객원기자 B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