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작 <구룡성채: 무법지대>의 류준겸(Terrance Lau) 배우를 만났다. 두기봉 사단의 일원이자, 어느덧 홍콩영화계를 대표하는 대가로 성큼 올라선 정 바오루이 감독의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홍콩 액션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작품’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지난 5월 1일 홍콩 개봉 이후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킨 메가 히트작이며,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도 초청됐다. 류준겸은 이 작품 외에도 역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인, 배우 겸 감독 장가휘가 연출한 <내 마음 속의 그대>에도 출연해 정신과 의사 역할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홍콩연예학원 연극원을 졸업한 뒤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 영화 데뷔작인 주관위 감독의 <환애>(Beyond the Dream, 2020)로 홍콩 금상장과 대만 금마장에서 신인배우상을 휩쓴 그는 매 작품마다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1980년대 악명 높은 홍콩의 무법지대 ‘구룡성채’에 우연히 들어간 주인공 찬록쿤(임봉)이 성채 안의 보스 사이클론(고천락)을 만나, 그들을 노리는 악당에 맞서는 이야기다. 여기서 구룡성채를 지배하는 보스의 2인자로 출연해 강렬한 눈빛과 액션을 선보인 류준겸은, 현재 중화권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기대주 중 한 명이다. 이미 그는 홍콩을 대표하는 가수이자 배우였던 매염방의 일대기를 그린 <아니타>(2022)에서 장국영을 연기하며 국내 팬들의 눈도장을 받은 바 있다.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해 깊은 아쉬움을 전한 것은 물론 “기회가 닿는다면 한국영화나 드라마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한 류준겸을 줌 인터뷰로 만났다.


<구룡성채: 무법지대>에서 맡은 역할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먼저 폐막식에 참석하지 못해 정말 아쉽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영화제였는데, 다음에는 꼭 직접 인사를 드리고 싶다. <구룡성채: 무법지대>에서 내가 연기한 인물은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로 구룡성채에서 나고 자랐다. 그리고 내부에서 보스(고천락)의 오른팔로서 그 어떤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인물이다.
지난 칸영화제에 초청되어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은 어떤가.
믿기 힘든 일이었다. 머리가 백지장처럼 텅 비는 경험이었다. 칸영화제의 명성을 잘 알기에 도대체 실감이라는 게 나지 않았다. 레드카펫을 걷는 동안에도 무슨 생각을 했는지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다.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같고, 장차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초고밀도 주거지역이었던 구룡성채는 <공각기동대>의 도시 비주얼에 영향을 주기도 했고, <성항기병> 등 다른 여러 홍콩영화의 중요한 영화적 무대이기도 했다. 혹시 이곳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소멸된 곳이기에, 개인적인 경험은 전혀 없지만 홍콩 사람들에게는 홍콩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 구룡성채는 영국과 홍콩과 양쪽 모두 손을 놓고 있던 무법지대였고, 치안이라는 것이 없었다. 감독님께 전해 듣기로는, 범죄의 소굴이었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함께 출연한 여러 배우들 중 실제로 구룡성채에 지내본 이들도 있었다. 바로 그곳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기에 구룡성채를 외부의 침입자들로부터 지켜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단검을 이용한 스피디한 액션과 오토바이로 구룡성채 내부를 질주하는 장면 등 강도 높은 액션신을 직접 소화했다. 뉴스를 통해 촬영 도중 화상을 입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좁은 골목에서 오토바이를 타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가 타는 오토바이가 무거워서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 그때 오토바이 배기관이 뜨거워지면서 종아리에 화상을 입어 피부가 벗겨졌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옥상 결투 장면을 10일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촬영했다는 뉴스도 접할 수 있었다.
솔직히 10일이 아니고 20일 정도는 됐던 것 같다. (웃음) 매일 16~17시간 정도 촬영했고 24시간 쉬지 않고 꼬박 촬영한 날도 있다. 쉬는 시간에도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다. 사실 그런 혼미함이 반영된 액션신이기도 해서 모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촬영에 임했다. 멋진 장면을 만들어내고 싶다고 다들 의기투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감독과 동료 배우들 모두에게 존경을 표한다.


앞서 <아니타>에서 홍콩의 전설 장국영을 연기했다. 장국영이 인기를 얻기 전의 초창기, 나이트클럽에서 야유를 받고 매염방(왕단니)의 위로와 함께 ‘나중에 꼭 홍콩 콜리세움에서 콘서트를 열자’며 멋진 미래를 꿈꾸는 장면이다. 장국영으로 캐스팅됐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정말 판타스틱한 순간이었지만, 이내 엄청난 부담감이 몰려왔다. 두려웠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내가 장국영을 연기하다니! 그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이 매일 그의 노래를 들을 정도로 장국영의 열렬한 팬이어서 언제나 그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자랐다. 캐스팅 이후 계속 그의 노래를 듣고 영화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장국영의 영화는 <패왕별희>(1992)다. 예술가로서 그의 삶과 고독, 멈출 수 없었던 열정 그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혹시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홍콩 배우가 있다면 누구인가.
단연 장국영이지만, 한 분 더 언급하자면 양조위다. 두 사람의 연기는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한국영화나 감독, 배우가 있다면 누구인가.
이창동 감독과 송강호 배우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창동 감독의 영화 중에서는 <오아시스>(2002)를 가장 좋아한다.
한국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구룡성채: 무법지대>는 홍콩영화를 사랑해온 많은 한국 분들에게 만족스러운 작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나 또한 영화를 보면서, 어려서 내가 감동했던 수많은 훌륭한 홍콩영화들의 정서를 다시금 느꼈다. 긴 침체기를 보낸 홍콩영화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면, 한국영화나 드라마에도 출연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부디 재밌게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