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쳐(Vulture)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번역한 콘텐츠를 편집한 글입니다. (: 에이브러햄 리에즈만)
*<데어데블> 시즌3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올해 뉴욕 코믹콘에서 <데어데블>의 신입 쇼러너 에릭 올레슨은 상당히 도발적인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패널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복도 액션 시퀀스를 기억하는지 물으며, 그보다 더 멋진 것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올레슨이 말한 그 장면은 오늘날 <데어데블>이 명성을 얻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시즌1의 액션 시퀀스(매튜 머독이 복도에서 악당을 상대하는 장면)였기 때문이다. 말할 수 없이 매끄럽고 아름다운, 게다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완성된 3분가량의 원테이크 시퀀스로 보이는 바로 그 장면 말이다. 오늘날까지 유튜브에서만 270만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넷플릭스-마블 드라마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그런데 에릭 올레슨의 자신감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최근 공개된 시즌3 4화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원테이크 시퀀스가 무려 1043초 동안 이어진다. 바로 교도소에서 발생한 폭동을 그린 장면으로, 놀랍게도 영웅 매튜 머독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액션에 감정과 플롯의 반전이 뒤섞인 대화까지 녹여낸다. 시즌 1복도 시퀀스처럼, 머독이 교도소를 탈출하고 택시를 타기까지, 극히 제한된 공간인 미로 같은 복도와 방에서 모든 일이 벌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짜릿한 흥분을 안긴다.

올레슨은 시즌 1복도 액션은 사실 몇 개의 촬영본을 교묘히 이어 붙인 결과물이지만, 자신이 창조한 장면에는 칼질을 하지 않았다며 완벽한 원테이크임을 거듭 강조했다. 물론 실패도 염두했다. “사실 실패를 대비한 장치를 몇 군데 숨겨두었습니다. 예를 들면 매튜가 붉은 경고등이 반짝이는 어두운 복도에 서있는 장면 말이죠. 하지만 후반 편집 과정에서 진짜 원테이크를 사용하기로 결심했고, 복도의 명암을 높여서 숨겨진 편집점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습니다.”
 
올레슨의 자부심과 공은 비례하지 않는다. 에피소드 연출자 가르시아 로페즈가 원테이크 아이디어 제공자다. 로페즈는 첫날 대본을 받은 후 열한 번째 페이지에서 그 멋진 장면을 설명하는 부분을 발견했는데, 마치 각본이 원테이크로 촬영하라고 외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대본을 모두 읽자마자 올레슨에게 전화를 걸어 엄청난 원테이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올레슨은 로페즈의 아이디어에 관심을 보였지만, 그의 상상력을 바로 따라가지는 못했다. 대본에는 매튜가 수많은 몸싸움 끝에 갱단의 일원과 대화를 나누는 시퀀스가 이어진다. 올레슨은 그 부분을 원테이크 편집점으로 오해했고, 로페즈는 계속 원테이크로 이어간다고 말해야 했다. 로페즈는 시청자들이 매튜와 함께 방에 들어서는 순간 원테이크로 갈 거라 느낄 것이며, 바로 그렇게 해야만 긴박한 상황에서 매튜가 사방이 막힌듯한 답답함과 공포를 체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로페즈의 설명에도 올레슨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자 그는 스턴트팀과 의견을 나눈 뒤 다시 찾아갔다. “모두들 나에게 와서 이 장면은 한 번에 찍을 수 있겠다고 말했어요.” 그제야 올레슨도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나 쇼러너에게도 상사가 있는 법이다. 엄청난 분량의 테이크를 촬영하는 과정의 수많은 난관 중 하나는 적어도 하루는 리허설 때문에 다른 장면을 촬영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올레슨은 영화도 아닌 TV에서 이런 시도는 위험한 도박이었지만, 회계팀에 연락해 리허설 때문에 하루 정도는 촬영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마블 텔레비전 임원진 역시 불안했다. 마블 텔레비전 오리지널 콘텐츠 부사장 톰 리버는 열두 페이지 분량의 원테이크 계획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와 동료들은 걱정되고 두려웠지만, 제작진의 열정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촬영 감독과 로페즈는 물론 찰리 콕스도 원테이크에 크게 기대를 했던 상황이었기에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결심했고, 마침내 로페즈와 올레슨은 OK를 받아냈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스태튼 아일랜드의 버려진 교도소에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로페즈는 과거에도 액션 시퀀스를 연출한 경험은 있지만, 이 정도 규모는 처음이었다. 그는 역대 최고의 원테이크 장면으로 꼽히는 알폰소 쿠아론의 <칠드런 오브 맨>을 참고했다. 이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시가전은 247초간 한 테이크로 촬영한 것으로 유명하다(*역자주: 추후 5개의 테이크를 편집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페즈는 <칠드런 오브 맨>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으며,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라바저에게 쿠아론과 그의 전설적인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촬영 내내 피사체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원테이크로 믿게 한 촬영법을 모방하라고 지시했다. 로페즈는 이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굉장한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로페즈는 시청자들이 스턴트 대역(크리스 브루스터)의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찰리 콕스가 액션의 8할 이상을 소화했지만, 그에게도 한계라는 것이 있기에 배우와 스턴트 대역이 빠르게 역할을 교체하는 텍사스 스위치를 이용했다. 이를 위해 정교하고 재빠른 촬영이 요구되었으며, 스턴트팀은 리허설 전부터 집중해서 훈련을 시작했다.
 
로페즈는 스턴트 배우들이 영리한 방법을 제시했다며 원테이크의 비밀을 소개했다. 예를 들면 매튜가 복도에서 경찰과 마주치고 곤봉으로 얻어맞는 순간, 화면이 잠시 경찰로 전환되는데 이때 빠르게 역할을 바꾸는 것이다. 넘어진 다음 경찰에게 발길질하는 장면에서는 크리스와 찰리가 바짝 붙어 번갈아 발길질을 했다. 그런 식으로 촬영장에서 텍사스 스위치가 자주 이용됐다. 덧붙여 난투가 이어지면서 피 흘리는 매튜를 보여주기 위해 곳곳에 가짜 피가 담긴 유리병을 배치했고, 찰리가 재빨리 병을 찾아내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얻어맞는 순간 내뱉었다.

촬영 내내 스테디캠을 들어야 했던 촬영 기사 제프 듀템플의 열정도 만만치 않았다. 로페즈는 생각 이상으로 카메라가 무겁다며, 원테이크 실패를 감안한 일명 최후의 보루도 있었다고 말했다. 시즌 중후반이 지나면 CCTV 녹화본을 통해 교도소 폭동 장면을 지켜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를 위해 일정 부분을 해당 각도로 재촬영을 진행했었다. , 원테이크가 실패할 경우 CCTV 촬영본을 사용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로페즈는 그런 경우가 있다 해도 끝까지 반대했을 거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바로 교도소 폭동이 불러오는 광기 때문이다. 로페즈는 결과물이 산만하고 혼란스럽다 해도 그 나름대로 좋다고 여겼다. 실제로 폭동이 일어난다면 정말 혼란스러울 테니까.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그들에게는 12시간이 허락되었지만, 실제로는 더 적었다. 스턴트팀에서는 네다섯 차례 정도밖에 시도하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부담이 큰 액션이기 때문에 압박할 수도 없었다. 피로가 누적되면 자칫 잘못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상의 위험도 있다. 어쨌든 촬영은 허락된 시간 내에 끝내야 했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다. 사소한 실수도 있었지만 첫 테이크에 바로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로페즈는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고, 다시 촬영을 시작한 순간 난관에 부딪혔다.
 
교도소 진료실에서 벌어지는 첫 액션 시퀀스에서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했다. 스턴트의 합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세 차례의 텍사스 스위치가 포함된 액션 시퀀스니 놀랄 것도 없었다. 계속해서 난관에 부딪히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흘러나왔고, 그러던 중 여섯 번째 촬영이 실수 없이 진행되었다. 다만 로페즈는 배우의 시선과 감정적인 부분에서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결과적으로 세 번째로 성공한 원테이크 장면이었던 일곱 번째 촬영에서 스턴트 시퀀스와 카메라 앵글 모두 아름답게 연결되었고, 찰리 콕스는 살아서 택시에 탑승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올레슨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톰 리버는 자신과 다른 임원진은 당시 손톱을 깨물면서 사무실에 앉아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찰리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의 세 번째 원테이크 1125를 확인한 후에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다음날 아무도 일을 하지 않은 채 완성된 영상을 계속해서 돌려보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나누었다. 올레슨은 영상 편집을 마치기까지 하루가 소요되지만 모두들 이미 기쁨이 가득했다고 떠올렸다. 리버 역시 완성본을 보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특히 찰리의 퍼포먼스는 환상적이었다. 이 액션 시퀀스에 현실감을 불어넣은 것 중 하나는 바로 그의 피로감이었다. 택시를 탈 때 그의 모습은 녹초나 다름이 없었다.
 
로페즈에게 원테이크 시퀀스의 MVP는 누구인가?”라고 물었을 때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잠시 난색을 표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도 찰리를 꼽았다. “여섯 번째인가 일곱 번째 테이크에 찰리는 완전히(F**king) 지쳤어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죠. 벽으로 몰리고 주저앉은 다음 피를 뱉는 장면쯤 되면 숨도 제대로 못 쉬겠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정말 노력을 많이 기울였지만, 역시 찰리가 제일 고생한 것 같아요. 의심할 여지없이요.”
 
올레슨은 누구라도 자신의 팀이 하루 만에 이뤄낸 놀라운 업적을 궁금해한다면 열정적으로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모든 스태프가 정확한 시간에 모습을 감추고 드러내야 하는 작업에서 카메라, 마이크, 스턴트, 불길과 연기 등의 효과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했고, 배우들은 대사를 전부 외워야 했다. 특히 찰리는 1130초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액션과 격렬한 감정 연기를 보여줘야 했다. 그의 장황한 설명을 간단히 줄이자면, 완전히 미쳤다(F**king Nuts).


원제 How Daredevil Filmed Its 10-Minute Prison Fight in a Single Take
번역 에그테일 에디터 띵양
편집 에그테일 에디터 Jacin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