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판타지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러한데, <해리포터>부터 <왕좌의 게임>까지 판타지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단 보는 편이다. 판타지 작품은 소설을 원작으로 해 세계관이 탄탄한 것들이 많다. 또한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 묘한 설렘도 건넨다. 그러한 점이 판타지 장르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화려한 마법과 상상 속 생물들이 새로운 세계로 시청자들을 이끈다.

남은 추석 연휴는 판타지에 빠져보면 어떨까. 추석은 모름지기 그런 날이니까. '풍성한 한가위' 되라며 식상한 인사를 건네고는 하지만, 풍성하긴커녕 심신이 빈곤해지는 날. 차례 지내느라, 성묘하느라, 장거리 이동하느라, 꼰대 어르신들 잔소리 듣느라, 싸움 난 가족들 뜯어 말리느라 가사노동과 감정노동에 치이고 지치는 날. 모두들 애 많이 쓰셨다. 이제는 피로한 심신을 뒤로 하고, 판타지에 빠져 현실에 잊어보는 거다. 장거리 이동 시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는 분들에겐 더없이 제격이겠다. OTT에서 찾아볼 수 있는 최신 작품을 중심으로 매력적인 판타지만 모아봤다.

황금나침반 – 다중 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 세계관

<황금나침반>은 필립 풀먼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시리즈명가 HBO에서는 이 작품을 드라마로 다시 제작했고, 성경 속 인물을 소설 캐릭터로 재해석해 새롭게 이야기를 펼친다. 극에서 여섯 개의 다중 우주가 등장하는데, 주인공인 라이라의 세계에서는 데몬이라는 동물의 형태로 인간의 영혼이 등장한다. 시즌 1에서는 우리가 사는 세계와 라이라의 세계, 두 곳만이 등장해 극중 설정을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다.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고아 라이라는 콜터부인의 제안으로 북극에서 발견한 물질을 통해 다른 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해 떠난다. 소꿉친구의 실종으로 고블러라는 비밀 조직에 대해 알게 된다. 윌리엄은 옥스퍼드에서 어머니를 숨겨 보살핀다. 라이라 쪽 세계에서 넘어온 사람이 정보를 얻기 위해 어머니를 위협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주인공들이 대체로 어리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출중해 극에 몰입하게 쉽다. 전체적으로 드라마 <황금나침반>은 영화로만 알던 작품을 드라마로 재해석해 더 탄탄한 스토리와 커진 세계관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웨이브)

섀도우 앤 본 – 총과 마법, 괴물의 세계

베스트셀러 원작을 한 <섀도우 앤 본>은 1800년대 러시아 왕국을 배경으로 색다른 판타지를 선사한다. 군대에서 지도를 그리는 일을 맡은 고아 알리나는 자신에게 마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알리나의 힘을 눈치챈 키리건 장군은 그를 궁전으로 데려가 능력을 키워주려 한다. <섀도우 앤 본>의 세계는 세 개의 왕국으로 나뉘어 있다. 그 중 라브카 왕국에는 검은 장막이 가로지르고 있는데, 그 속에는 볼크라라는 괴물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횡단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섀도우 앤 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판타지 드라마 중 수작으로 꼽힌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88%를 기록하며, 평론가들의 호평이 주를 이룬다. 주인공의 연령대가 낮아 하이틴 드라마의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점은 덤이다. 원작은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시즌 2가 제작이 확정된 상황이다. 장막에 가린 주인공의 앞날에 어떤 모험이 펼쳐질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넷플릭스)

위쳐 – 게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판타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위쳐>는 슬라브 신화의 남자 마녀를 뜻한다. 폴란드의 작가 안제이 사이콥스키는 의뢰를 받아 괴물을 처치하는 청부집단의 게롤트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의 헨리 카빌이 <위쳐>를 한 층 더 판타지스럽게 만든다. 드라마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게롤트, 예니퍼, 시릴라 공주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펼쳐낸다.

강력한 마법을 가진 예니퍼는 척추가 심하게 휘어 부모에게 냉대받다 마법사에게 팔려 마법 학교에 입학한다. 신트라 왕국의 시릴라 공주는 전쟁상황에서 고초를 겪으며 자신의 운명이라는 게롤트를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게임을 보는 듯한 (실제 <위쳐>는 게임으로 상당히 유명하다) 전투씬과 비주얼이 보는 이의 재미를 자극한다. 다만 같은 시간대의 이야기로 진행되지 않기에, 극중 전개가 다소 불친절하다. 이 때문에 시즌 1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오히려 이 같은 떡밥들이 시즌 2에서 어떻게 풀릴까 기대하며 보는 재미도 가득하다. 시릴라와 예니퍼가 향후 어떤 관계로 발전될 지, 눈을 뗄 수 없는 미스터리가 계속 이어진다. (넷플릭스)

해리포터: 마법의 역사 – 다큐멘터리로 만나는 레전드 판타지

판타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마법이라면, 그 마법과 어울리는 최고의 영화를 꼽자면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이 아닐까? 특히 아이들의 필독서가 된 <해리 포터>는 영국의 최고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너무나 유명한 <해리 포터>의 용비어천가[?]를 또 소개하려고? 아니다. 지금 소개할 작품은 <해리 포터>이긴 하지만, 판타지 장르가 아닌 다큐멘터리다. <해리 포터: 마법의 역사>는 해리 포터 출간 20주년을 기념으로 개최된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조앤 롤링이 어떤 문헌을 참고해 해리 포터를 집필했는지 조명한다.

1편에 나온 연금술은 실제로 있던 학문이란 것은 모두 알 것이다. 작가가 창작한 줄로만 알았던 약초학에 등장하는 생물들도 고서에 있던 것이었다는 사실은 흥미를 유발한다. 반면 지팡이는 오로지 롤링의 창의력에만 의존해 창작됐다. 다양한 종류의 주문까지 그냥 지어낸 단어가 있는 반면 고대학에서 유래한 주문도 있다. 게다가 지팡이 제작자라는 직업이 실존하다니 놀라운 따름이다. <해리 포터>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책의 구절을 읽어주는 모습은 반갑기까지 하다. 영화와 소설을 모두 접한 팬이라면 픽션이 아닌 현실에서 살아 숨쉬는 <해리 포터>를 만날 이 작품을 만나보자. (티빙)

하우스 오브 드래곤 – 기다리다 현기증 났어요! <왕좌의 게임> 프리퀄

<왕좌의 게임>의 시청자였다면 이 작품의 프리퀄 <하우스 오브 드래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용을 다루던 몰락한 타르가리엔 왕조의 이야기로, <왕좌의 게임>보다 약 200년 전의 스토리다. 아들이 없는 비세리스 1세는 딸인 라에니라를 후계자로 정한다. 여자가 후계자가 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는 극중 설정 때문에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특히 작중 화자는 라에니라이지만 정작 주인공은 맷 스미스가 연기하는 다에몬 타르가리엔이라는 추측도 있기에 과연 누가 후계자가 될지 흥미진진하다.

레전드 시리즈의 대작답게 큰 스케일을 자랑한다. 보는 내내 눈을 뗄 수 없다. 잠시라도 장면을 놓치면 내용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치밀한 세계관도 그려낸다. 다만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캐릭터들의 감정을 너무 섬세하게 묘사하고, 여러 사건으로 얽힌 정치관계 때문에 <왕좌의 게임> 복습 없이 이 작품만 본다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자극적인 장면과 윈터펠의 스타크 가족을 주인공으로 삼아 진입장벽을 낮췄던 전작과의 차이점이다. 그럼에도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해 시즌 2 제작을 이미 확정했다. (웨이브)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