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종류의 ‘최초’도 그렇지만, 공상과학 (sci-fi) 영화 역시 최초는 ‘복수(plural)’다. 최초의 극영화를 꼽는다면 조르쥬 멜리에르의 <달나라 여행>(1902)이, 장편을 기준으로 한다면 프리츠 랑의 <메트로폴리스>(1927)가 그 ‘최초’로서 보편적인 분류일 것이다. 시초는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장르의 전환점만은 그 어떤 기준에서도 동일한데, 이는 바로 1977년, <스타워즈>의 출현이다. 전 세계에서 팬덤을 형성했던 <스타워즈>의 탄생은 sci-fi 영화의 산업, 제작 스타일, 마케팅 등 여러 종류의 확장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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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시리즈로서 첫 영화로 개봉 한 <스타워즈 4: 뉴 호프> (1977)]

<스타워즈>가 1970년대 후반 sci-fi 장르의 혁신을 불러 오기 전, 공상과학영화는 다양한 형태의 하위장르들로 존재했다. 1920년대에서 1940년대까지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프랑켄슈타인> 시리즈를 포함해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양산했던 ‘미친 과학자 (mad scientist)’테마의 하위장르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1950년대에 들어서는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을 소재로 하거나 외계인의 침입을 예고하는 영화들 (예. <신체강탈자들의 침입>, 1956) 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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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냉전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본격적인 ‘우주전쟁’을 시작하면서 ‘누가 먼저 우주에 당도하는가’에 대한 경쟁이 과열된다. 이를 반영하듯 할리우드에서는 지구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룬 ‘스페이스 오페라’ 류의 영화들이 만들어졌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대표적 스페이스 오페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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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1977년에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가 공개되면서 공상과학영화 장르의 격변이 일어난다. 고작 32개의 상영관에서 제한된 상영을 했던 <스타워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블록버스터 급의 흥행에 도달했고, 곧 와이드 릴리즈로 확장되었다. 초반 개봉에 5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인 <스타워즈>는 1700개의 상영관에서 1982년까지 재개봉을 거듭했고 <E.T.>의 개봉 전까지 지구에서 가장 많이 돈을 벌어들인 영화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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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979년에는 리들리 스캇의 <에일리언>과 로버트 와이즈의 <스타트랙>이 나란히 흥행을 거두며 sci-fi영화 장르의 시장성을 확고히 했다. 1980년대에는 <블레이드 러너>와 <E.T>, 그리고 <백 투더 퓨쳐> 로 대표되는 이른바 sci-fi 장르의 전성기가 열렸다. 이에 제임스 카메론의 <에일리언 2>로 시고니 위버가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공상과학 장르는 더 이상 10대들이 열광하는 ‘상품’이 아닌, 비평적 성취 역시 가능한 영화예술의 영역으로 인정을 받았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리플리', 시고니 위버]

이런 의미에서 올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담 프로젝트>는 1980년대의 황금기 공상과학영화의 대표작들을 골고루 버무린(?) 신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스타워즈>부터 <백 투더 퓨처>까지 다수의 기념비적인 공상과학 영화들의 레퍼런스를 사용한다. <프리 가이>의 숀 레비가 연출을 맡았고 전편과 마찬가지로 라이언 레이놀즈와 함께 영화의 공동제작 및 협업을 했다. <아담 프로젝트>는 2050년을 배경으로 시간 여행이 상용화 된 미래에 살고 있는 ‘아담’ (라이언 레이놀즈)이 이를 악용하는 ‘소리언’ 그룹의 오너, ‘마야’ (캐슬린 키너’)를 막기 위해 2022년의 어린 아담과 힘을 합쳐 세상을 구해낸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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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단순한 플롯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 속에는 sci-fi 장르 계보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들의 레퍼런스들이 빼곡하다. 따라서 장르의 팬이라면 (만족스럽다고는 할 순 없는)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영화의 주인공인 어린 아담이 이상한 인기척을 느끼고 집 주변에 숲에서 미래의 아담과 처음으로 조우하는 대목은 <E.T>에서 엘리엇이 우주선이 고장 나서 지구에 사고로 정박하게 되는 이티를 만나는 장면을 패러디했다 (아담이 또래의 아이들 보다 작고 약한 캐릭터이며, 아담의 엄마가 싱글맘이라는 설정 역시 <E.T>의 엘리엇을 차용한 듯 하다). <E.T>에서는 엘리엇이 겁에 질린 이티를 집까지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Reese’s 초콜렛을 이용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시나리오 상에서는 M&Ms 였지만 <E.T>의 흥행을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품 노출을 꺼려했던 M&Ms가 이를 거절했고, 당시 신상품이었던 Reese’s 가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영화의 개봉이후 Reese’s 는 65%의 판매 상승을 기록하면서 가장 많이 팔리는 초콜렛으로 등극했다. <E.T.>의 성공과 문화적 여파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다.

[Reese's 초콜렛을 바라보는 E.T]

두번째로, 성인이 된 (2050년에서 날아온) 아담이 술집에서 아담의 엄마, 엘리에게 말을 거는 설정은 여지없이 <백 투더 퓨처>를 떠올리게 한다. 로버트 저메키스 연출의 <백 투더 퓨처>는 주인공 ‘마티’ (마이클 J. 폭스) 가 우연히 만난 과학자, ‘닥’의 타임머신을 통해 엄마와 아빠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로 돌아가게 되어 그들과 삼각관계가 될 뻔할 이야기를 그린다.

[<아담 프로젝트>의 두 아담, 라이언 레이놀즈와 워커 스코벨]

영화의 이야기적 설정 이외에도 <아담 프로젝트>는 미래에서 온 아담의 무기로 ‘다스베이더’ 검을 그대로 사용하는 대담함(?)을 보인다. 실제 어린 아담이 “그거 다스베이더 검이에요?” 라고 묻는 대사까지 영화 속에 등장하니 <스타워즈>를 의도적으로 차용했음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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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아담 프로젝트>는 캐릭터, 이야기의 구성, 장르적 설정에 있어 참신함을 보여주지 못한다. 주로 코믹한 캐릭터를 맡아왔던 라이언 레이놀즈 역시 그의 페르소나와 진지한 캐릭터로의 변신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헤매는 듯한 인상 그 이상을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일종의 PC 통신시대의 ‘영퀴’를 연상하게 하는 노스탤지어적 매력이 충만하다. <아담 프로젝트> 자체의 매력이 아닐지라도, 그 안에 숨겨진 sci-fi 영화들을 겨냥하는 것 또한 이 영화를 볼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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