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카모메 식당>을 시작으로 일본 요리 영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아기자기한 주방과 그곳에서 정성껏 요리를 하는 주인공들, 완성된 요리가 담긴 예쁜 식기나 소품 등으로 인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눈은 호강했습니다. 덩달아 영화<카모메 식당>의 푸드 스타일링을 맡은 일본의 스타일리스트 이이지마 나미도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죠. 그녀는 드라마 심야식당과 영화 <안경>,<남극의 셰프>,<도쿄타워>등 다양한 작품에 푸드 스타일링 담당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녀가 스타일링을 맡은 영화 중 잘 알려지지 않은 요리 영화가 있는데 바로 <달팽이 식당>입니다.

<달팽이 식당>의 여주인공 린코는 어릴 적부터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술집을 운영하는 것도 싫었고, 불륜으로 자신이 태어났다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늘어놓는 것도 불만이었습니다. 결국 도시에 사는 할머니 집으로 피신해 함께 살며 그곳에서 요리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마법의 손을 지닌 할머니는 일본 전통 저장음식부터 퓨전 메뉴까지 못하는 게 없습니다. 그 덕에 그녀의 레시피 노트도 차곡차곡 쌓여갔고 언젠가 자신의 식당을 열겠다는 꿈도 점점 가까워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달콤한 꿈도 잠시,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영원한 사랑이라 믿었던 남자친구는 가게를 열기 위해 모아둔 그녀의 돈을 가지고 야반도주했습니다.

사랑도 잃고 꿈도 잃은 린코는 실의에 빠져 결국 말하는 법을 잊어버립니다. 실어증에 걸리고 만 것이죠. 빈털터리가 된 그녀는 결국 그토록 가고 싶지 않았던 고향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엄마가 사용하지 않은 헛간을 빌려 작은 식당을 하나 차리죠. 이름은 달팽이 식당! 이 좁은 공간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영화 속 린코의 요리는 보기도 좋고 맛도 좋지만 동네 사람들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처자식과 떨어져 지내느라 외로움에 잠긴 동네 아저씨는 석류 카레를 먹고 난 뒤 가족들과 관계를 회복하고, 누군가를 짝사랑하던 소녀는 따끈한 수프를 소년과 나눠 먹은 이후 첫사랑을 시작하게 됩니다. 세상의 낙을 모두 잃고 살아가던 미망인은 젊음과 활기를 되찾기도 하고요.

오가와 이토 작가의 <달팽이 식당>이란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글의 상상력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옮겨온 듯합니다. 현실이라면 믿기 어려운 음식으로 인한 변화들은 영화 속 특수효과와 독특한 일러스트로 재밌게 표현됩니다. 일본 영화의 엉뚱하면서도 만화 같은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죠. 말을 잃은 린코가 장을 보고 돌아오며 다양한 요리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모습,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할 때 정성을 더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리를 할 때 마법의 주문을 거는 듯한 제스처 등이 관객들에 소설을 읽을 때와 비슷한 여운을 남깁니다.

달팽이 식당에서 눈길을 끌었던 메뉴를 소개하자면 우선 미망인을 위한 코스요리를 들 수 있습니다. 감귤 칵테일을 에피타이저로 시작해 삼계탕, 숭어알 리소토, 새끼 양 로스트, 갈릭소테, 디저트인 티라미수와 커피까지. 집 주변에 이렇게 개인별 맞춤 식사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있다면 문전성시를 이룰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무화과 샌드위치도 꼭 한 번 따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린코와 친구의 갈등으로 인해 탄생한 이 메뉴는 식빵에 크림치즈를 얇게 바르고 슬라이스 한 제철 무화과를 얹기만 완성인 간단한 요리인데도 무척 맛있어 보였거든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메뉴 외에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저는 영화 초반에 나오는 린코의 레시피북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그림까지 곁들인 레시피북은 보기만 해도 요리가 상상되거든요. 조만간 문서 파일로 쌓여있는 레시피를 정리해 나만의 소중한 노트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더불어 린코의 부엌 역시 탐이 날 테니 꼭 눈여겨보세요. 짙은 우드 톤의 내부 인테리어, 넓고 긴 테이블, 수수한 하늘빛 타일 장식과 가운데로 난 창이 제법 잘 어울립니다. 창 안으로 햇살까지 길게 들어오면 소원을 이뤄주는 환상의 공간이 완성된답니다


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달팽이 식당을 찾은 한 여학생, 이 가게에서 음식을 먹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짝사랑하는 소년을 데리고 왔습니다. 이들을 위해 린코가 준비한 것은 따뜻한 수프. 이 수프를 먹은 두 사람은 사랑에 푹 빠지게 되고 주변 여학교에도 소문이 나서 식당은 사랑을 이루고 싶은 여학생들로 북적대죠.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바로 쥬뗌므 수프입니다. 린코가 수프를 만드는 장면을 유심히 보니 단호박, 사과, 고구마, 셀러리, 양배추 등 다양한 재료를 냄비에 둘러 담고 육수를 부어 뭉근히 끓여냅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며 사랑의 수프를 만들어 봤어요. 달콤한 맛과 사랑의 주문을 걸어 수프를 완성해보세요.

쥬뗌므 수프

재료
고구마 1, 단호박 1/4, 감자 1, 피망과 사과 1/2개씩, 양배추 2, 무염버터 1큰술, 올리브오일 1큰술, 닭육수 2, 생크림 1/2, 우유 1/2, 소금과 후춧가루 조금씩.

만들기
1. 고구마, 단호박, 감자, 피망, 사과는 깨끗하게 씻은 뒤 모두 깍두기 모양으로 썰고, 양배추도 비슷한 크기로 썬다.
2. 냄비에 버터와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1의 채소를 차례로 넣어 볶는다.
3. 여기에 닭육수를 넣고 약불로 뭉근히 끓인다. 재료가 물러질 때까지 푹 끓인다.
4. 끓인 수프를 한 김 식혀서 믹서에 넣고 곱게 간 뒤 생크림과 우유를 넣어 한 번 더 끓인다.
5. 완성된 수프에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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