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포스터

아재답다면 아재다운 건데, 가수 고 김광석씨를 정말 좋아한다. <다시 부르기 II>와 <인생 이야기> 앨범을 좋아했는데, 노래도 노래지만 인생 이야기 앨범에 있는, 그냥 관객과 이야기하는 트랙이 정말 좋았다.

누구나 스스로의 나이에 대한 무게는 스스로 감당하며 지낸다고 김광석씨는 이야기한다. 10대 때는 자꾸 비추어보고 흉내를 내고. 선생님, 부모님 또 친구들을 흉내내가면서 거울처럼 지내지만 20대가 되면 달라진다고.

김광석 인생 이야기

뭔가 스스로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 부대끼면서 그러고 지내고, 가능성도 있고 나름대로 주관적이든 일반적이든 객관적이든 기대도 가지고 지냅니다. 자신감은 있어서 일을 막 벌리는데 마무리를 못해 다치기도 하고 아픔을 간직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유리처럼 지내지요. 자극이 오면 튕겨내버리든가 스스로 깨어지든가.”

그의 말처럼 20대에 진입하면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넘치다가 막상 사회라는 곳을 접하고 나면 여러 벽에 부딪쳐 좌절하고, 그렇게 깨지고 깨지면서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서사는 드물지 않다

<칵테일> 스틸컷

사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회를 접하면서 비슷한 길을 걷는다. 영화 <칵테일>의 브라이언(톰 크루즈) 역시 마찬가지다. 

군에서 제대한 톰은 사회에서 출세해 돈을 벌겠다는 의지 하나로 뉴욕에 가서 많은 입사 면접을 보며 노력한다. 하지만 변변한 대학도 나오지 못한 처지다 보니 면접 보는 곳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날 길거리를 쏘다니다가 들어간 바에서 일을 하며 대학에 다니게 된다.

<칵테일> 스틸컷

바에서 일을 하며 브라이언은 바의 매니저인 커글틴(브라이언 브라운)과 친해졌지만 돈 많은 여자를 꼬셔 팔자를 고치겠다는 커글틴에게 실망한 브라이언은 그와 헤어지고 자메이카로 가서 해변가에 바를 오픈한다.

그곳에서 조르단(엘리자베스 슈,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히로인이기도 합니다.)을 만나지만, 브라이언을 자기만의 사람이라 느끼지 못했던 그녀는 브라이언을 떠나고 브라이언은 그녀를 쫓아가서 결국 결혼하며 영화는 끝난다.

스토리는 뻔하다면 뻔한 스토리고 평론가들의 평도 별로여서 최악의 영화를 뽑는 골든 라즈베리상에도 후보로 올랐지만, 예나 지금이나 잘생긴 톰 크루즈의 젊은 시절 빛나는 모습과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코코모'(Kokomo) 같은 OST 덕분에 북미에서만 7822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코코모> 뮤직비디오 (출처 : 워너뮤직 코리아)

제목이 칵테일이고 주인공이 바텐더다 보니 영화 내내 수많은 칵테일들이 등장하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칵테일은 아마 레드아이일 것 같다.

영화 속 레드아이

레드아이는 소위 해장용칵테일로 맥주와 토마토주스를 섞어서 만든다. 비슷한 칵테일로 맥주 대신 보드카를 넣어서 만드는 블러디 메리가 훨씬 유명한데 블러디 메리가 더 진한 맛을 내지만 레드아이는 맥주의 산뜻한 탄산감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어느 편이 더 낫다고는 말할 수 없고 취향에 따라 선호가 갈릴 것 같다.

계란을 넣기도 하고 넣지 않기도 하는데 계란을 넣으면 맥주의 탄산감이 죽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론 넣지 않은 걸 더 선호하는 편이다. 블러디 메리처럼 바텐더에 따라서는 소금이나 후추, 타바스코 소스나 우스터소스를 넣기도 하지만 역시 탄산감을 살리려면 안 넣는 게 낫고, 토마토주스는 생 토마토 주스 말고 반드시 캔에 담긴 주스를 써야 한다. V8이나 클래마토를 쓰면 손쉽게 맛있는 레드 아이를 만들 수 있다.

칵테일 레드아이, V8을 갖고 만들어봤습니다.
레드아이의 레시피 (출처 : pinterest.com)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의 스토리는 그냥 뻔한 편이다. 20대의 젊고 잘생긴 남자가 세파를 거치며 일정 부분 성공하고 일정 부분 실패한 후 진정한 사랑을 찾아 정착하는 그런 스토리. 마치 옛이야기처럼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엔딩이다. 그래서 영화다.

하지만 영화처럼 삶이 영원토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 리 없다.

삶은 계속되고 김광석씨가 말한 것처럼 그때쯤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해야 하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도 그다지 신기하거나 재미있지 않게 된다. 왜 모든 시대의 예술가들이 그토록 젊음에 찬사를 바쳤는지, 왜 독설가로 유명한 버나드 쇼가 '젊음은 젊은이에게는 너무 아깝다'(Youth is wasted on the young)고 했는지 그때쯤 되면 알게 된다.

20대 시절은 영화 속 브라이언처럼 멋지지도 쿨하지도 않았다. 힘들었던 일만 떠오르고 이불킥 할 일만 있었다. 그래도 어쨌든, 세상 모든 것에 설렜던 그때가 가끔은 그립다.

지금도 멋지지만 영화 속 젊은 톰 크루즈는 그야말로 빛을 발한다. 누구의 젊음이든 결국 마찬가지일 것이다. 입시에 군대에 취업난으로 고생하고 있는 지금의 20대에게, 그래도 역대 어느 세대보다 노력하고 있는 지금의 20대에게 찬사와 격려를 보낸다.


데렉 / 술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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