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화이트워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논란이 되었던 작품들을 돌아봅니다.
이번에도 할리우드에 화이트워싱 논란이 있었습니다. 바로 <헬보이: 라이브 오브 더 블러드 퀸>의 벤 다이미오 역이었습니다. 벤 다이미오는 코믹스 ‘헬보이’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인데요. 초자연적인 존재는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상당한 전투력을 자랑하고 있어서 B.P.R.D.를 이끌기도 했었습니다. 에이브 사피엔과는 오해와 화해가 오가면서 진한 우정을 나누기도 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 스파이로 활동하던 할머니의 존재 때문에 조직과 갈등을 빚기도 하는, 코믹스의 많은 에피소드에서 드라마를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런 벤 다이미오 역할을 <트랜스포터: 리퓰드>의 에드 스크레인이 맡는다고 했을 때, ‘헬보이’의 골수 팬들이 엄청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벤 다이미오가 동양계 캐릭터라는 것을 몰랐던 에드 스크레인마저 불편한 심기를 보이며 자진하차했었지요. 그는 자신의 하차가 옳은 일이며 할리우드가 바뀌기를 바란다는 소신 발언으로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후,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이 벤 다이미오 역할로 거론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화이트워싱은 참 지겹도록 이어져왔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명배우들이 등장하는 고전을 보다가도 불편한 장면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예가 <티파니에서 아침을>입니다.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오랜 기간 감동을 주는 클래식이자, 세기의 아이콘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이기도 하죠.
여기에 출연한 미키 루니 역시 무성영화 시대부터 80여 년을 연기로 살아온 명배우입니다. 그러나 그가 연기한 일본인 유시오는 당시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동양인의 이미지가 어떤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두더지를 연상시키는 외모에 일상이 슬랩스틱인 모자란 캐릭터였지요. 존 웨인은 <징기스칸>에서 징기스칸을 연기한 적이 있습니다. 카우보이의 대명사가 동방의 정복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하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적응되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영원한 대부 ‘말론 브란도’마저 <8월달의 찻집>에서 일본인 ‘사키니’를 연기했었지요.
그러고 보니 최근 화제작들에서 유독 화이트워싱 논란이 많았습니다. 엄밀히 말해 화이트 워싱 영화들이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미국 내 아시아인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고 차별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것이지요.
<공각기동대 : 고스트 인 더 쉘>처럼 스칼렛 요한슨이 캐스팅된 후,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꾸준히 욕을 먹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공각기동대>는 완성도 역시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채, 원작 파괴의 대명사가 되었지요. 디즈니가 <뮬란> 실사화에 제니퍼 로렌스를 캐스팅한다는 한 언론 보도에 팬들이 격분하자 서둘러 정정 보도를 낸 적이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에인션트 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습니다. 백인 미녀가 왜 티벳의 고승이 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지요.
리들리 스콧의 <마션>의 원작 소설에서는 마크(맷 데이먼)의 생존을 최초로 확인한 민디 박이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원작자가 인터뷰에서 한국인이라고 분명히 밝힌 캐릭터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영화에서는 맥켄지 데이비스가 연기했고 미국 내 한인단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었지요.
한편 우리들에게 민감도가 좀 덜한 화이트워싱이 있었습니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역사에 기록되어있는 실존 인물들입니다. 그러나 여기 등장하는 이집트인들을 대부분 미국계 배우들이 연기했었지요. 람세스를 연기하는 조엘 에저튼을 보면서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 우리도 어쩌면 공범일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할리우드의 인종차별 논란은 화이트워싱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니얼 대 김은 얼마 전 <하와이 파이브 오>에서 다른 주연급 백인 배우들보다 15% 낮은 개런티를 제시한 제작진과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시리즈에서 하차했습니다. <에이전트 오브 쉴드>의 클로이 베넷은 자신의 성인 ‘왕’으로 할리우드에서 배역을 따기 힘들어 영어식 이름으로 개명했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작년엔 트위터에서 한동안 “WhitewashedOUT” 해시태그가 유행했는데요. 이런 식으로라도 할리우드 제작자들에게 팬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들려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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