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씨플 재개봉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하면 당장 보러 갈 영화, 실제로 재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해왔다. 이번에 만나볼 영화는 <히트>다.
- 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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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이클 만
출연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개봉 1995 미국
전설적인 영화의 귀환이다.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범죄 액션 영화 <히트>가 11월 9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다. 20여 년 만에 다시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히트>는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라는 명배우가 함께 출연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당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영화가 시작할 때 제목보다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의 이름이 먼저 등장하는 것만 봐도 두 배우의 만남이 가지는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또 마이클 만 감독의 작품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그는 1980년대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던 형사물 TV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의 각본을 쓰고 제작했다. 이후 그는 <라스트 모히칸>(1992)으로 할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마이클 만 감독의 주특기는 역시 형사, 범죄물이었다. <히트>는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의 영화였다.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 마이클 만이 만들어낸 <히트>는 개봉 이후 형사 범죄 액션 장르의 전설이 됐다. LA 도심 시가지 총격전, LA 경찰의 강력계 반장 빈센트 한나를 연기한 알 파치노와 용의주도한 범죄자 닐 맥컬리를 연기한 로버트 드 니로가 대면하는 레스토랑 시퀀스,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총구를 맞대는 공항에서의 마지막 대결 등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히트>의 이런 명장면은 당연하게도 극장 스크린으로 볼 때 더 빛난다. 우선 마이클 만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들어보자.
대부분의 감독들은 처음부터 거대한 스크린에 보여줄 요량으로 영화를 만든다. 비디오와 DVD의 활성화가 다행스런 점도 있지만, 대형 스크린에서 영화를 틀고 보여주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누구나의 이상이다. 관객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명화보다 컬러 복사기의 수십번째 프린트를 더 좋아하는 이는 없지 않나.
<히트>의 흥행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는 질문에 대한 대답 중 일부다. 비디오와 DVD 시장에서 <히트>가 선전을 했지만 여전히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서 봐주길 바라는 심정을 얘기했다. 마이클 만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찾아봤다.
도심 총격전
<히트>를 본 모든 이들이 LA 도심 총격전을 칭찬한다. 여기에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LA 도심의 극동은행에서 닐 맥컬티 일당은 1200만 달러 가량의 현금을 터는 데 거의 성공할 뻔했다. 일당 가운데 마지막에 도주차량에 타려고 했던 크리스(발 킬머)가 경찰을 발견하는 순간 총격전이 시작된다. 약 10분가량 이어지는 총격전은 박진감의 향연이다. 무엇보다 어마어마한 총성이 압도적이다. 한나의 경찰과 맥컬티의 범죄자들은 권총이 아닌 소총으로 엄청난 양의 총알을 쏘아댄다. 예비군 훈련 사격장에서 들었던 총성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진다. 마이클 만 감독은 현장의 총성을 그대로 녹음해서 영화에 담았다고 한다.
관객의 청각을 지배한 총격전은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이 총격전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 만한 장면이 있다면 아마도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했던 미국-멕시코 국경 총격전이 아닐까 싶다. 두 장면의 공통점은 현란한 카메라의 움직임 없이도 엄청난 긴박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첫 번째 총알이 발사되기 전까지 긴장감을 쌓아올리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도 비슷하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는 후아레스 시내에서 출발한 차량의 행렬에서, <히트>에서는 은행 내에서 돈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을 폭발시킬 준비를 한다.
이 총격전 덕분에 모방 범죄가 일어나기도 했다. LA에서 실제 벌어졌던 북할리우드 은행강도 사건의 범인 래리 필립스 등은 <히트>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LA의 야경
<히트>는 LA를 배경으로 한 영화다. 한나는 자주 경찰 헬기를 타고 이동한다. 헬기의 이동에 따라 카메라는 LA의 밤풍경을 담아낸다. 맥컬티의 연인 이디(에이미 브렌너먼)는 LA 도심을 내려보는 집에 살고 있다. 반짝이는 LA의 야경을 보며 닐은 이디와 사랑에 빠진다. 닐은 LA의 야경을 보며 “도시의 불빛”(City of light)을 언급한다. LA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부른 주제가의 제목(City of stars)이 연상되기도 한다. LA의 야경은 알 파치노,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히트>의 주연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클로즈업
<히트>에는 압도적인 클로즈업 장면이 하나 있다. 클로즈업은 사실 매우 영화적인 촬영기법이다. 특히 누군가의 얼굴을 거대한 스크린으로 보는 게 그렇다. 그렇게 가까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건 일상에서는 쉽지 않다. 누군가와 키스를 하지 않는 이상 그렇다. <히트>의 마지막 공항 활주로 시퀀스, 맥컬티를 쫓는 한나의 얼굴, 즉 알 파치노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채운다. 야간 활주로의 어마어마하게 밝은 조명이 알 파치노의 얼굴을 비춘다.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된 이 장면은 두 배우가 연기한 한나와 맥컬티의 운명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그 순간을 마이클 만 감독은 알 파치노의 얼굴로 표현했다. 매우 강렬하다. 극장의 거대한 스크린을 가득채운 알 파치노의 얼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는 기분이다.
전설적인 범죄 액션 영화 <히트>를 설명하기 위해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 언급했다. 특히 극장에서 봤을 때 극적 효과가 극대화될 장면이라고 생각한 요소들이다. 마이클 만 감독이 거대한 스크린으로 관객이 봐줬으면 하는 장면이라고 유추해봤다.
마이클 만 감독은 완벽주의자다. 그런 자신의 성향을 반영한 캐릭터가 <히트> 속 완벽주의자인 범죄자 맥컬티다. 맥컬티는 완벽한 범죄를 위해 “(사랑하는 연인이나 돈이나 어떤 것이라도) 30초 안에 아무 미련 없이 버리고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히트>의 러닝타임은 170분이다. 2시간 50분이란 긴 상영시간 때문에 <히트>는 크게 ‘히트’하지 못했다. 마이클 만 감독은 한나와 맥컬티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의 사연까지 영화에 꾹꾹 눌러담았다. 분명 이런 선택은 범죄 액션이라는 장르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첫 개봉했을 때 군더더기로 여겨 편집해버리기도 했다. 이렇게 믿고 싶다. 170분은 완벽주의자 마이클 만이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맥컬티의 대사처럼 “미련 없이 버리고” 남은 최소한의 시간이라고. 상영관 입장 전 화장실에 들르는 것만 잊지 않는다면 170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참고한 영화 <히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를 만들면서 여러 영화를 참고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영화가 바로 <히트>다. 놀란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를 통해 “거대한 도시와 그것과 관계를 맺고 있는 범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마이클 만이 그런 영화를 잘 만들었다”고 말한 바 있다. <다크나이트>의 오프닝 시퀀스와 <히트>의 무장 트럭 습격, 은행 강도 시퀀스를 비교해보는 것도 <히트>를 보는 색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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