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여성배우⑧: 아드리아 아르호나] 타임지가 꼽은 유망주, 새로운 블록버스터 스타

타임이 뽑은 차세대 스타 

〈히트맨〉아드리아 아르호나
〈히트맨〉아드리아 아르호나

‘블록버스터가 사랑하는 새로운 얼굴’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할리우드 대작 영화들이 사랑하는 스타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 위노나 라이더 등이 떠오르는 외모, 짧은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끄는 매력, 우아한 카리스마, 그리고 액션, 스릴러와 로맨스, 코미디를 넘나드는 유연함까지 지녔다.

1992년생인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지난 10월 타임지가 선정한 ‘TIME 100 NEXT 2024’에 이름을 올렸다. ‘TIME 100 NEXT’는 매년 말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비즈니스, 정치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차세대 유망주 100인을 선정하는데, 올해는 사브리나 카펜터, 애슐리 박 등과 함께 아드리아 아르호나가 꼽혔다.

〈히트맨〉스틸컷
〈히트맨〉스틸컷

아드리아 아르호나와 함께 넷플릭스 <히트맨>을 작업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TIME 100 NEXT’에 그를 추천하며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눈을 뗄 수 없는 사람이다. 그의 아름다움과 존재감은 물론이고, 눈빛 뒤의 신비로움이 우리를 단숨에 끌어당긴다”라고 말했다. 링클레이터는 <히트맨>의 매디슨 역을 맡을 배우를 찾던 중, 아드리아 아르호나와 줌(Zoom) 통화를 하고는 바로 그녀를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링클레이터는 “아르호나의 에너지, 지성, 카리스마 등 모든 것이 줌 통화를 시작한 지 1분 만에 느껴졌다”라고 그를 평했다.

링클레이터의 말마따나,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지적인 느낌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덕분에 의사(<6 언더그라운드>)나 과학자(<모비우스>), 형사(<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등의 전문직 역할을 잘 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총을 들어도, 피가 튀겨도, 묘하게 시선을 잡아 끈다.


21세기의 ‘뉴 도로시’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1992년 푸에트리코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과테말라의 인기 싱어송라이터 리처드 아르호나, 어머니는 푸에르토리코의 모델 레슬리 토레스다.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어린 시절 멕시코시티와 마이애미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부터 지나 롤랜즈를 동경해온 그는 <영향 아래 있는 여자>(존 카사베츠, 1974) 등의 작품을 반복해서 봤다고 하며, 지금까지도 지나 롤랜즈를 ‘최고의 배우’로 꼽는다.

아드리아 아르호나가 주연 배우로 대중에게 인사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아르호나는 2012년 스페인어 단편 영화 <Loss>로 데뷔했는데, 데뷔 초에는 주로 TV 드라마의 단역으로 활동했다. 그는 드라마 <언포게터블>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트루 디텍티브> <나르코스> 등에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차근차근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에메랄드 시티〉
〈에메랄드 시티〉

그러다 아드리아 아르호나가 처음 주연을 맡게 된 작품은 드라마 <에메랄드 시티>다. NBC에서 2016-2017에 방영된 <에메랄드 시티>는 「오즈의 마법사」(L. 프랭크 바움) 속 오즈의 나라를 살벌하고 장엄한 디스토피아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더 셀>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신들의 전쟁>의 타셈 싱 감독이 연출했다.

<에메랄드 시티>에서 아드리아 아르호나가 표현해낸 도로시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며, 때로는 반항적이면서도 서늘하며 어둡고, 무모할지언정 강인하다. 마법의 은색 구두 대신 루비가 박힌 은색 장갑을 낀 그는 인종도, 성격도, 나이도 모두 다른 도로시를 완성해냈다.

〈에메랄드 시티〉
〈에메랄드 시티〉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투어 버스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도로시처럼 모험해온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처음에는 자신이 ‘브라운’(라틴계)이기 때문에 도로시 역할을 맡기 망설여진다고 했으나, 결국 ‘21세기의 새로운 도로시’ 역에 도전해냈다. 드라마는 아쉽게도 한 시즌에 그쳤지만, 아르호나는 아직도 <에메랄드 시티>를 마치 ‘학교와 같은 곳’이라며 첫 주연작의 경험을 회상하곤 한다.


아드리아 아르호나가 새롭게 정의하는 ‘블록버스터 스타’

〈6 언더그라운드〉의 아드리아 아르호나
〈6 언더그라운드〉의 아드리아 아르호나

그러다 아드리아 아르호나가 처음 블록버스터 현장을 경험한 건 <퍼시픽 림: 업라이징>에서였다. 줄스 레예스라는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뒤, 아르호나는 영화 <트리플 프론티어>, TV 시리즈 <좋은 징조들>, 넷플릭스 영화 <6 언더그라운드>, 소니 영화 <모비우스>, 스타워즈 시리즈 <안도르> 등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예산을 자랑하는 거대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할리우드 라이징’ 수식어를 따냈다. 특히나, 마이클 베이 감독의 <6 언더그라운드>에 출연한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당시 라이언 레이놀즈, 멜라니 로랑 등의 주연 사이에서 가장 대중들에게 생소했던 배우였음은 분명한데, 영화가 끝난 후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배역을 꼽으라면 누구라도 형광색드레스를 입고 차 뒷자리에서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파이브’(아드리아 아르호나)를 떠올릴 것이다.

〈6 언더그라운드〉
〈6 언더그라운드〉

그간 ‘남미에서 온 미녀 배우’가 블록버스터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다소 고정적이었다. 십여 년 전만 해도(혹은 지금도) 라틴계 여배우는 대작 상업영화 속에서 소위 ‘핫’하고 섹슈얼한 역할로 소비되기 일쑤였다. 아드리아 아르호나 역시, 수많은 블록버스터에 출연해오며 ‘히스패닉 배우의 전형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아르호나는 “팜므 파탈을 연기하는 데에는 흥미가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히트맨〉촬영 현장의 아드리아 아르호나, 리처드 링클레이터, 글렌 파월​
〈히트맨〉촬영 현장의 아드리아 아르호나, 리처드 링클레이터, 글렌 파월​

아르호나의 최신작 <히트맨> 속 매디슨(아드리아 아르호나)은 흔한 팜므 파탈이라기엔 그 이면이 복잡한 인물이다. 아르호나는 매디슨이 ‘팜프 파탈을 가장하는 여성’이라고 말했는데, “개리(글렌 파월)이 청부살인업자 캐릭터를 스스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매디슨도 팜므 파탈에 대한 상대방의 환상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해석했다.

전체 스토리가 마치 ‘역할극’과 같은 영화 <히트맨>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와 글렌 파월이 공동으로 집필했는데, 아드리아 아르호나는 이들과 함께 작가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극과 캐릭터에 대한 해석과 상상력을 덧붙여갔다. 링클레이터가 줌 통화를 한 지 1분 만에 짐작한 아드리아 아르호나의 매력과 깊이는 매우 정확했던 셈이다.

映画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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