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

스폰은 1990년대 초, 인기도에서 배트맨, 스파이더맨, 엑스맨을 능가한 유일한 슈퍼히어로 캐릭터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스폰이라는 캐릭터가 메이저 회사인 마블 코믹스나 DC 코믹스가 아닌 당시 유통 능력이나 규모에서 인디 회사에 가깝던 이미지 코믹스란 회사에서 만든 캐릭터라는 것이다. 이러한 소규모 회사에서 만든 스폰의 판매 부수는 90년대 초중반 판매 부수에서 절대불변의 법칙처럼 1위를 고수하던 <엑스맨>을 능가할 정도가 되어, 이미지 코믹스가 폭풍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다.

이미지 코믹스는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에서 여러 작품들을 작업하며 이미 슈퍼스타급 경지에 오른 작가들이 의기투합해 차린 회사다. 이들은 만화 출판사들이 자신들의 작업물로 엄청난 돈을 벌면서 저작권은 자신들이 챙기고 본인들에게 정작 돌아오는 것은 월급 이외엔 없다는 것에 부조리함을 느끼고 스스로 회사를 차리게 되었다.

만화가 토드 맥팔레인

잘나가는 만화가들이 만든 회사
이미지 코믹스의 창립 멤버들은 현재 DC 코믹스 공동 사장이자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출신 미국인 중 하나인 짐 리 (한국명 이용철), 데드풀과 케이블 등을 만든 롭 라이펠드, 에릭 라슨, 그리고 토드 맥팔레인이다. 이 중 토드 맥팔레인은 90년대 초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만화가라는 별명이 붙어 있던 작가다. 1991년에 마블 코믹스에서 작업한 <스파이더맨> 1호는 300만 부가 팔리며 기네스북에 등재되었고, DC 코믹스에서도 <배트맨: 이어 투> 등을 작업하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스파이더맨의 숙적 베놈도 토드 맥팔레인이 1988년 만든 캐릭터이다.

이미지 코믹스의 특징은 작가 개인이 만든 캐릭터의 소유권은 회사에 있지 않고 작가 개인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토드 맥팔레인이 이미지 코믹스에서 처음 만든 캐릭터가 스폰인데 외형적으로 보면 스파이더맨, 데드풀, 배트맨, 데스록, 프라울러, 드라큘라 등을 짜깁기해서 만든 듯한 캐릭터였다. 하지만 당시 절정에 달해 있던 토드 맥팔레인의 시원시원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 있는 그림체와 폭력적인 스토리는 10~20대 독자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스폰>은 1992년  데뷔하자마자 가장 잘 팔리는 책이 되어 버렸다.

<스폰>은 전직 경찰이었다가 친구에게 살해당한 흑인 청년이 여자친구에 대한 그리움으로 악마와 거래를 하고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존재로 현실 세계에 환생한다는 내용이다. 1992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연재 중인데, 지금은 마블 코믹스로 판권이 넘어가고 추후 <어벤져스> 시리즈<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도 분명히 등장 예정인 엔젤라 등의 캐릭터도 <스폰> 만화책에서 첫 등장하였다.

영화 <스폰>(1997)

최초의 메이저급 흑인 슈퍼히어로
1997년에는 영화화되었다. 마이클 자이 화이트가 주인공 스폰을 연기했는데 최초로 메이저급 흑인 슈퍼히어로를 연기한 배우가 되었다(1993년에 개봉한 <미티어 맨>이 엄연히 말하자면 첫 흑인 슈퍼히어로 영화였으나 만화에 기반을 두지 않은 영화이므로 논외로 한다). 평론가들의 평판은 별로였으나 나름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고 세월이 지나는 동안 컬트 영화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스폰>보다 3년 먼저 개봉한 <크로우>나 <저지먼트 나이트>와 마찬가지로 사운드트랙이 엄청난데, 당시 유행하던 뉴 메탈 밴드들과 힙합/일렉트로니카 그룹들의 전격적인 콜라보레이션을 이룬 선구자적인 앨범으로 콘, 프로디지, 마릴린 맨슨,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필터 등 당시 최정상의 그룹들이 다수 참여했다. 사운드트랙 앨범이 100만 장 단위 판매고를 기록하던 시절의 유물이다.

스폰

감독 마크 A.Z. 디페

출연 존 레귀자모, 마이클 제이 화이트, 마틴 쉰, 테레사 랜들, 멜린다 클락

개봉 199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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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맥과이어의 70번째 홈런볼의 주인공
토드 맥팔레인은 만화만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사업가 기질도 뛰어나서 1994년에는 ‘맥팔레인 토이즈’를 창업, 당시 존재하지 않던 극도로 현실적인 액션 피겨들을 출시하며 시장에 액션 피겨 돌풍을 일으켰고 성인들도 액션 피겨를 사 모으게 하였다. 현재 존재하는 사이드쇼 컬렉터블스나 핫토이스 같은 회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창립 당시에만 해도 스폰이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였기에 회사 웹사이트 주소도‘www.spawn.com이었다. 스포츠 사업 투자에도 관심이 많아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70번째 홈런볼을 당시 기록적인 260만 달러에 구입하기도 했고 웨인 그레츠키가 소속되어 있던 NHL 팀 에드먼턴 오일러스 구단주가 되기도 했다.

현재에도 토드 맥팔레인의 원화들은 기록적인 가격에 팔리고 있으며 3년 전에는 그가 그린 <인크레더블 헐크>표지 원화가 3억 5000만 원 정도에 팔리며 해당 분야 판매가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의 초등학생 아들은 그가 그려준 스케치 그림들을 이베이에서 팔며 경제 활동 공부와 용돈벌이를 겸한 일을 하고 있는데 간단한 스케치도 점당 300~1000만 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스폰 팬들에게 희망적인 소식은 토드 맥팔레인이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스폰 리부트 영화 제작에 들어갔다는 것. 아직 주연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마이클 자이 화이트와 제이미 폭스 같은 흑인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고, 맥팔레인 측에 의하면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니라 공포 영화에 가까운 R 등급의 영화가 될 것이라 한다. 90년대 배트맨보다 인기 많았던 스폰이 다시 예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최원서 / 그래픽 노블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