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던가, 재미있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일명 멍 때리기 대회’. 스마트폰에 패드에 PC, 온갖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화시대를 살고 있지만 가끔은 딘의 노래 인스타그램의 노랫말처럼 관두고 싶은 것도 사실인지라 기사를 읽고 흥미를 느꼈었다.

워낙에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수단을 통해 관계를 맺고 정보를 주고받는 요즈음 세상이다 보니 멍 때리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그런 시간은 참 소중하다. 멍 때리는 시간이라는 게 정말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게 있는 시간일 수도 있겠지만 또 주위 상황과 나를 분리해버리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결국 그런 시간이 나를 나답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럴 때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도 하는데 어떨 때는 현실이 버거워서 혼자만의 상상으로 도피할 때도 있고, 뭔가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생겼을 때 그걸 상상해보기도 한다. 마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월터(벤 스틸러)처럼.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원제목은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월터 미티의 비밀 생활)이고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지만 영화와 소설의 내용은 좀 다르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영어 제목보다 한글 제목이 영화의 내용을 더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 보통 사람들처럼 딱히 특별한 일 없이,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오랫동안 해온, 특기라고는 그저 멍 때리며 상상하는 게 다인 싱글 남자 월터가 없어진 필름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내용을 영화로 담았다.

잡지사 ‘라이프’(Life)의 직원인 월터는 십수 년 동안 직장에서 잡지에 실리는 사진을 다루는 일을 맡아 해 왔다. 인생에 튀는 일, 신경 쓰이는 일이라곤 인터넷 데이트 사이트에서 ‘윙크’를 날리는 일이 다였던 그, 하지만 그가 몸담고 있던 회사가 구조조정을 결정하게 된다.

그때 그와 다년간 같이 일하던 사진작가 숀 오코넬(숀 펜)이 필름을 보내며 ‘25번째 컷을 꼭 잡지 표지로 써 줬으면 하네. 거기 내 사진 인생의 정점이 담겨있어라는 말을 남긴다. 그러나 숀이 보낸 필름에 25번째 컷은 없는 상황. 숀은 사진을 찍으러 전 세계를 핸드폰도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연락할 방법도 없다. 필름을 받아야만 했던 월터는 무료하고 변화 없던 삶을 스스로 변화시키기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숀을 찾으러 그린란드에 아이슬란드로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월터가 숀을 찾기 위해 방문한 그린란드에서 월터는 술집을 방문해 술을 시키고 숀의 행방을 묻는다. 그 장면에 뭔가 낯익은 술잔이 등장한다. 바로 다스 부츠.

다스 비어 부츠

다스 부츠 맥주잔, 공식 명칭은 다스 비어 부츠(Das Beer Boot)인 이 잔은 특이한 물건들을 주로 취급하는 웹사이트인 Vat19에서 파는 상품이다.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 군인들이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부츠에 맥주를 부어 마신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사이즈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40~48온스(대강 1.2~1.4리터 정도) 용량이라고 한다. 들고 마시기도 힘들 크기다. 맥주 잔으로 디자인되었지만 맥주뿐만 아닌 다른 것들도 넣어 놓으면 예쁘다고 광고하고 있다.

스키틀즈

사실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해도 될 맥주 잔이 유명해진 계기는 따로 있는데 바로 재미있고 특이한 광고 영상 덕분이다. 백 마디 말보다 이 ‘짤’이나 영상을 보시면 ‘아하!’ 하실 분 많으실 듯.

다스 부츠
다스 부츠 광고 영상

아이디어 상품이다 보니 특이한(?) 사용법도 광고 영상에 많이 나오지만 그거야 웃자고 한 예일 거고, 그렇지만 술에 맞는 잔을 사용하는 것은 의외로 매우 중요하다. 와인글라스로 유명한 리델사의 잔만 해도 와인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잔들을 쓰도록 권유하고 있고 싱글몰트위스키의 경우에도 향을 모으기 위해 유명한 글렌캐런 잔을 쓰는 것을 권하곤 한다. 잔의 모양에 따라 향이 모이는 정도가 다르고 입에 닿는 감촉과 잔의 두께 역시 술의 맛에 큰 영향을 주곤 한다.

물론 모든 음식이 그렇겠지만 정답은 없다. 필자만 해도 싱글몰트를 마실 때는 글렌캐런만큼이나 빌레로이 앤 보흐의 올드패션드 글라스를 자주 사용하고 버번은 아예 올드패션드 글라스만 사용한다. 이것저것 써보고 취향에 맞는 글라스를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그 사람에겐 정답일수 있다는 말이다. 잔이 좀 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다스 비어 부츠도 사용해 보고 싶다.

영화 말미에서 드러난 25번째 필름이 담고 있는 내용은 꽤나 감동적이고 이것이 인생을 의미한다는 사진작가의 말 역시 매우 공감이 간다. 특이하고 멋진 소수의 사람이 아닌, 그냥 하던 일을 계속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의가 바로 이 영화의 메시지가 아닐까. 살짝 진부할 수도 있는 내용을 이렇게 멋지게 풀어낸 영화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영화 팬으로서도 정말 기쁜 일이다.

평범한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는 대부분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과 같이 오지만 그런 나쁜 일이 결과적으로 또 어떻게든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것 같다. 필자도 그렇지만 지금 원치 않는 변화를 겪고 있는 분들께는 그게 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격려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현재의 삶이 마치 영화 초반의 월터처럼 지루하고 가치 없이 느껴진다면 여태까지 안 하던 일을, 혹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물건을 한번 사 보시는 건 어떨까. 영화 속 다스 비어 부츠도 나쁘지 않을 듯. 여기 맥주를 가득 따랐다가는 필자는 반도 못 마실 것 같지만 말이다. 하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감독 벤 스틸러

출연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숀 펜, 셜리 맥클레인

개봉 201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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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렉 / 술 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