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니캡〉, 사라져가는 아일랜드어로 저항을 노래하다

그룹 '니캡'의 멤버들 직접 출연한 전기 영화

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북아일랜드의 공식 모국어는 아일랜드어지만, 실제로 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의 2%에 불과한 약 4만 명에 그치고 있다. 아일랜드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주민 역시 전체 인구의 10%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800년에 가까운 영국 지배와 공공 영역에서의 영어 사용 강제로 인해 아일랜드어는 점차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세계화 흐름 속에서 자신의 모국어를 알지 못한 채 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힙합 그룹 '니캡'은 사라져가는 아일랜드어를 되살리는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벨파스트 출신 세 멤버로 구성된 이 그룹은 2017년부터 아일랜드어로 랩을 하며 음반을 발표하고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아일랜드 통일을 지지하는 공화주의 성향의 이들은 아일랜드어 사용 권리와 이를 억압하는 세력에 대한 저항 메시지를 가사에 담아 젊은 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리치 페피아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니캡〉은 이 그룹의 초창기 활동과 팬층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모 차라, 모글리 밥, DJ 프로비 세 멤버가 직접 출연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연기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나, 극적 효과를 위해 일부 설정을 변경하고 허구적 요소를 가미했다.

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영화는 아버지이자 무장 공화주의 단체 활동가인 아를로(마이클 패스벤더 분)가 아들 모글리에게 아일랜드어를 가르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를로는 어린 모글리에게 "모든 아일랜드 단어는 아일랜드의 자유를 위해 쓰는 총알"이라고 가르친다. 이 가르침은 후에 모글리의 정체성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월이 흐른 후, 청년이 된 모글리는 절친한 친구 모와 함께 마약과 알코올에 의존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마약 거래 현장에서 체포된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영어 사용을 완강히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상황에서 아일랜드어 교사인 프로비가 통역을 위해 경찰서에 소환되면서 모글리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프로비는 모글리와 모가 창작한 아일랜드어 힙합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음악가의 꿈을 품었던 프로비는 비트와 사운드 제작을 담당하며 '니캡'이라는 그룹을 결성하게 된다.

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이들의 독특한 음악은 아일랜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점차 인기를 얻어가지만,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경찰 당국과 북아일랜드의 영국 통합을 지지하는 유니오니스트, 그리고 무장 단체들의 끊임없는 방해로 인해 그룹은 지속적인 위협에 노출된다.

〈니캡〉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독특한 개성과 유머 감각으로 영화 전반에 걸쳐 경쾌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유니오니스트들에게 장난스럽게 시비를 걸고 도망가는 장면이나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글리와 모의 모습은 B급 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고 평가받고 있다.

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영화 〈니캡〉 속 한 장면 [필름다빈 제공]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니캡의 실제 라이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권력과 경찰, 유니오니스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열정적으로 랩을 선보이는 후반부 공연 장면은 광란의 파티와 같은 분위기로 묘사되어 절로 흥이 돋는다.

제40회 선댄스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니캡〉은 관객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관객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해외 언론들은 이 작품에 대해 "스크린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와 "정치적 목적을 재정의한 힙합"이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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