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제쓰로 툴(Jethro Tull)은 이렇게 노래했다. “로큰롤을 하기엔 너무 늙었지만, 죽기엔 너무 젊다.” 지금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심정을 대변하는 문구일지도 모르겠다. “액션 영화를 찍기엔 너무 늙었지만, 죽기엔 너무 젊다.” 지금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단순히 나이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액션’ 영화의 히어로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늘 가족이나 아이들을 강조하는 영화를 찍어왔다. 액션 영화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너무 나이가 들었고, 또 부정(不貞)을 저지르며 가족을 강조할 수도 없게 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그는 일흔이 됐다.
25년 전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굉장했다. <터미네이터>로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뒤 계속해서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1993년 <라스트 액션 히어로>는 톱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출연작이란 이유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최고의 평가를 받은 <터미네이터 2> 이후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선택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액션+아동’이 결합된 영화였다. 아이들과 중장년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액션과 오락영화를 표방했지만 <터미네이터 2>로 얻은 기대만큼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라스트 액션 히어로>는 영화를 보던 대니(오스틴 오브라이언)가 극장 영상기사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마법 카드의 힘으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모험을 한다는, 당시로선 참신한 아이디어가 바탕이 된 영화다. 영화 속에서 영웅인 잭 슬레이터(아놀드 슈왈제네거)를 만나 함께 악당들을 쳐부순다는 내용이다. 영화 안과 밖을 넘나들며 각종 패러디로 액션과 오락 영화라는 장르에 충실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는 개봉 당시 흥행과 비평 양쪽에서 큰 재미를 못 봤지만, 영화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건 사운드트랙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만큼 거대한 록의 히어로들이 <라스트 액션 히어로> 사운드트랙을 채웠다. 거장 마이클 카멘이 기본 테마를 작곡했지만 기본적인 사운드트랙 구성은 아티스트 각각의 개별 곡을 넣는 컴필레이션 형태였다. ‘때려 부수는’ 액션 영화에 충실하려 참여 아티스트들 역시 하드록·헤비메탈 밴드가 주를 이루었다.
이 뻔해 보이는 컴필레이션 구성이 특별한 건 AC/DC, 에어로스미스, 메가데스, 데프 레퍼드, 앨리스 인 체인스 등 당대 최고 록 밴드가 참여했다는 것이고, 이들의 곡이 대부분 <라스트 액션 히어로>를 위해 만들어져 처음 이 앨범을 통해 감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이 곡들은 이후 각자의 베스트앨범이나 비-사이드 앨범 등에 수록된다). 또 너바나가 일으킨 얼터너티브 광풍 속에서 AC/DC, 에어로스미스, 메가데스, 데프 레퍼드 같은 하드록·헤비메탈의 공룡들과 앨리스 인 체인스 같은 새로운 얼터너티브 영웅을 한자리에 볼 수 있는, 당시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는 사운드트랙이기도 하다(만약 제작이 1~2년만 늦어졌다면 사운드트랙 참여 아티스트는 얼터너티브 밴드로 더 많이 채워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각각의 곡들이 훌륭하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AC/DC의 ‘빅 건’(Big Gun)은 영화에서도 시작 부문에 등장하며 타이틀곡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인기와 기량이 절정에 올라있던 메가데스 또한 ‘앵그리 어게인’(Angry Again)으로 잘 다듬어진 스래쉬 사운드를 들려주고, 데프 레퍼드는 감성적인 발라드 ‘투 스텝스 비하인드’(Two Steps Behind)로 마구 달리는 앨범의 구성을 잠시 쉬게 한다. 앨리스 인 체인스는 두 곡이나 제공하며 묘한 기운을 선사하고, 힙합 팀 사이프러스 힐과 온갖 장르를 뒤섞는 혼종 밴드 피쉬본은 앨범에 새로움을 던진다. 마이클 카멘은 스코어 작곡에 머물지 않고 퀸스라이크와 에어로스미스의 곡에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고 곡에 클래시컬한 분위기를 입힌다.
개봉이 끝난 뒤 영화는 한동안 한국의 케이블 채널을 통해 지겹도록 많이 재상영됐다. 그 지겨움 속에서도 AC/DC의 ‘빅 건’이 주는 ‘8비트의 쾌감’은 전혀 지겹지 않았다. 영화 자체보다 사운드트랙이 더 오래가는 영화들이 꽤 많이 있다. <라스트 액션 히어로>도 그런 영화 가운데 하나다. <라스트 액션 히어로>는 이제 “액션 영화를 찍기엔 너무 늙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수많은 영화 가운데 한 편에 불과하겠지만, 사운드트랙만은 25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훌륭한 록 편집 앨범 가운데 한 장에 포함된다. 이름값에 부합했고, 곡 하나하나를 듣는 재미가 있다.
- 마지막 액션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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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맥티어난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개봉 199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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