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차이나타운의 어느 건물 지하. 르네 베넷(에이미 슈머)은 이곳에 자리한 화장품 회사의 온라인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매력적인 성격에 남다른 패션 센스를 가지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의 통통한 몸매와 뛰어나지 않은 외모가 늘 불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옷을 사러 매장에 들어가면 "저희 매장엔 사이즈가 없다"며 상대도 해주지 않고, 살을 빼기 위해 등록한 스피닝 센터 직원은 그녀의 큰 발을 가지고 은근한 무시를 주며,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올린 사진엔 아무도 관심이 없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소파에 누워 영화 <빅>을 보던 르네는 불현듯 폭우를 뚫고 분수대로 가 동전을 던진다. "예뻐지게 해주세요." 소원을 빌곤 눈을 질끈 감았다 떠 거울을 보지만, 그 속엔 전과 다름없는 자신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날과 같이 스피닝 센터에 간 르네. 그날따라 강사는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오늘 거울을 들여다보면 평소에 보이던 모습이 아니라 늘 원하던 모습을 보게 될 거예요!" 순간 불같은 열정에 휩싸여 페달을 굴리던 르네는 그만 뒤로 넘어져 머리를 부딪치고 만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깨어난 그녀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몹시 놀란다. 무언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던 르네는 이내 "내가 예뻐졌다!"고 소리치며 헬스장을 뛰쳐나가고, 그 길로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어제 봤던 그 거울 속 내 모습이 이토록 예뻐 보일 수가.
'누가 봐도 예쁜 얼굴로 사는 기분'을 느끼고 싶은 르네가 보기에 자신의 외모는 평균 이하였다. 생각이 변하자 외모가 변했다. 아니,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르네는 자신이 '예뻐졌다'고 믿고 그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충만한 삶을. 덕분에 그녀는 평소라면 감히 시도도 못해봤을 것들을 하나둘씩 해나간다. 그토록 원하던 뉴욕 5번가의 릴리 르클레어 본사에 지원하기, 면접에서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의견 말하기, 세탁소에서 만난 남자에게 먼저 번호 주기, 비키니 대회 나가기 등. 누굴 만나도 당당하게 구는 모습은 그녀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 이후 에이미 슈머가 원톱으로 또 한 번 나선 영화다. 꽤 흥미로운 점은 '브리짓 존스는 굿바이!'라고 외치는 영화의 홍보문구인데, 영화 속 르네 베넷이 200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아이콘 브리짓 존스를 연기한 르네 젤 위거와 동명이라는 것. 영화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하우 투 비 싱글> 등을 함께 쓴 에비 콘과 마크 실버스테인의 감독 데뷔작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베테랑 콤비와 할리우드 코미디의 여왕이 만났으니 그들이 뿜어내는 시너지는 엄청날 수밖에. 에이미 슈머가 아닌 다른 배우는 캐스팅할 생각이 없었다는 두 감독의 말에 따라, 그녀가 내뱉는 모든 대사와 행동은 에이미가 르네인지 르네가 에이미인지 모를 정도로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여기에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듯한 공감 가는 상황들과 미국식 코미디까지.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연 빵빵 터질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가득하다.
에이미 슈머 위주로 진행되는 영화 속 눈에 띄는 배우는 미셸 윌리엄스. 배우 인생 중 처음으로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다는 그녀는 릴리 르클레어의 CEO 에이버리 역할을 맡아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완벽한 외모, 남부럽지 않은 스펙, 화려한 패션 센스까지, 누구보다 완벽한 삶을 사는 에이버리는 많은 여성들의 워너비로 꼽히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정작 자신은 남다른(!) 목소리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에이버리는 매사에 당당한 르네를 보며 오히려 그녀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이외에도 남다른 몸매와 외모로 남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맬로리(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에단(로리 스코벨) 등 비중은 적지만 현실에 맞닿은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영화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며 자괴감을 겪는 우리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묻는다.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빈다고 해서 누군가 하루아침에 당신을 예뻐지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언뜻 완벽해 보이는 에이버리가 자신감이 부족하고, 완벽하지 않아 보이는 르네가 자신감에 차 빛나 보이는 것의 차이는 자신 안의 생각이 아닐까. '생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처럼 거울을 보며 '나는 예쁘다'고 마법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밑져야 본전이다.
- 아이 필 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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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에비 콘, 마크 실버스테인
출연 에이미 슈머, 미셸 윌리엄스
개봉 2018 미국
씨네플레이 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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