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오리진>(가제)에서 공개한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이미지 컷.

DC가 낳은 가장 매력적인 악당 조커를 연기할 호아킨 피닉스. 1대 조커 잭 니콜슨, 2대 조커 히스 레저, 3대 조커 자레드 레토까지. 조커 역에 낙점되면 일단 히어로 무비 팬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시작도 하기 전에 매부터 맞는다. 잭 니콜슨은 마른 몸의 조커가 아니라는 비난을 들었고, 히스 레저는 조커의 아성에 도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우려를 샀다. 물론 보기 좋게 역대급 조커 연기를 보여 줬지만.

(왼쪽부터) 잭 니콜슨, 히스 레저, 자레드 레토가 연기한 조커의 모습.

그런데 이번 호아킨 피닉스의 캐스팅에는 우려보다 기대가 쏟기는 양상이다. 일단 3대 조커 자레드 레토를 평가하기엔 <수어사이드 스쿼드> 영화 자체가 별로였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그래서인지 이래저래 하향 곡선을 찍던 DC에 호아킨 피닉스가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보게 됐다. 그의 연기는 나날이 정점을 찍어왔기에 어쩌면 이 기대는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호아킨 피닉스를 믿고 보는 배우로 만든, 그간의 주요 캐릭터들을 짚어봤다.

이미지 준비중
조커 오리진 (가제)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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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
불운한 2인자 '코모두스' 역

세계적으로 큰 흥행을 한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 이 작품으로 호아킨 피닉스는 대중들에게 제대로 각인된다. 대 로마제국의 번영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막시무스(러셀 크로우)와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의 라이벌 구도가 중심이 된다.

엄밀히 말하면 상대를 라이벌로 여기는 쪽은 코모두스 저 혼자다. 황제의 아들인 코모두스는 전투를 승리로 이끈 능력으로 황제의 총애를 받던 막시무스를 시기 질투했고, 자격지심과 열패감에 휩싸여 있었다. 게다가 야심은 또 엄청나서 항상 일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 좋지 않은 결말을 내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언제나 아버지의 사랑에 목마른 아들이기에 안타까움을 동반하는 인물이다.

이상적인 영웅의 면모를 보여주던 막시무스와 완벽히 대비되는 성격의 코모두스는 사실상 <글래디에이터>의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였다. 히어로 영화 <토르>의 로키(톰 히들스턴)가 연상된다. 호아킨 피닉스는 평소보다 살짝 가늘고 높은 발성으로, 눈빛과 표정에는 서러움을 간직한 분노를 보여주며 지질한 코모두스로의 완벽 변신을 해냈다. <글래디에이터>는 아카데미 12개 부문의 후보에 올라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5개 상을 받았다. 호아킨 피닉스도 각종 조연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글래디에이터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러셀 크로우, 호아킨 피닉스, 코니 닐슨, 올리버 리드, 리처드 해리스

개봉 200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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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러버스>
서툰 사랑꾼 '레너드' 역

제임스 그레이는 호아킨 피닉스와 가장 많은 작품을 함께한 감독이다. 그는 두 번째 장편 <더 야드>를 시작으로 <위 오운 더 나잇>, <투 러버스>, <이민자>까지 그를 주연배우로 기용했다. 그레이의 6작품 중 4작품을 함께한 틀림없는 페르소나 호아킨 피닉스. 특히, 감독 스스로 현실과의 타협이었다고 밝힌 앞의 두 작품과 달라지기 시작한 <투 러버스>는 흥행보단 비평의 중심으로 그레이를 이동시킨 작품이다.

<투 러버스>의 스토리라인은 비교적 단조롭다. 약혼녀와 이별로 자살시도까지 한 레너드(호아킨 피닉스)에게 두 명의 여자가 나타난다. 다정한 성격의 산드라(바네사 쇼)와 치명적인 매력의 미쉘(기네스 펠트로). 산드라는 레너드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레너드는 미쉘에 점점 빠져들고, 다른 남자에게 빠져있는 미쉘은 레너드에게 친오빠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존중받지 못하는 사랑에 목매는 미쉘을 이해할 수 없는 레너드. 그녀를 향한 마음은 걷잡을 수없이 커져간다.

레너드는 로맨스 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무매력 캐릭터에 가깝다. 하지만 그 점이 <투 러버스>의 다양한 결을 그려내는데 방점을 찍는다. 뚜렷한 개성 없이, 큰 욕심 없이 사는 사람. 그러나 평범함 속에 자리 잡은 서투른 내면은 호아킨 피닉스의 사소한 행동들에서 드러난다. 단조로운 이야기에도 지독히 현실적인 <투 러버스>는 호아킨 피닉스의 섬세한 연기가 독보적인 드라마다. 제6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

투 러버스

감독 제임스 그레이

출연 호아킨 피닉스, 기네스 팰트로, 비네사 쇼

개봉 201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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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불안정한 인간 '프레디' 역

호아킨 피닉스를 향한 애정을 보여준 또 한 명의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호아킨 피닉스는 그의 작품 <마스터>, <인히어런트 바이스>에서 주연을 맡았다. 특히 그가 연기한 <마스터>의 프레디는 유일무이한 캐릭터였다.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다면적이고 복잡하고 이상한 인물이었다.

2차 대전에 해군으로 참전했던 프레디(호아킨 피닉스)는 사진사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어느 날, 술에 취해 떠돌던 프레디가 눈을 뜬 곳은 유람선. 그곳에서 인간 심리를 연구하는 종교의 수장 랭커스터(필립 세이모어 호프만)를 만난다. 둘은 금세 가까워지는데 그건 어쩌면 두 사람에겐 당연했다. 랭커스터가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불안한 인간이 필요했고, 그런 프레디에게 랭커스터는 답을 알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끈끈해지기와 어긋나기를 반복하다가 파국으로 치달아간다. 종잡을 수 없는 인물 프레디가 생겨난 이유를 모두 전쟁의 탓으로 모두 돌릴 수는 없다. 여기엔 가족사와 개인사, 태생적 결함 등 여러 갈래의 여지도 끼어든다. 굽은 등과 앞으로 길게 뻗은 목, 불안정한 신체를 지탱하려는 듯 허리에 고집스럽게 얹은 손. 범상치 않은 캐릭터가 호아킨 피닉스의 신체와 표현으로 태어났다. <마스터>는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마스터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개봉 201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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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테오도르' 역

가장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영화를 만드는 스파이크 존즈의 2013년 작. 호아킨 피닉스는 무려 국내에만 35만 관객을 동원한 <그녀>에서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지는 남자 테오도르를 연기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테오도르의 직업은 편지 대필 작가다. 편지를 쓰는 직업이라니 왠지 낭만적일 뻔 했지만 대필 작가는 어째 공허하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외롭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테오도르.

어느 날, 생각하고 말할 줄 아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구입한다. 사만다는 테오도르가 필요하면 언제라도 들어주고 대화할 수 있다. 사려 깊은 말솜씨까지 지닌 사만다와 매 순간 함께하게 된 테오도르는 그녀를 사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된 테오도르에게 이 사랑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대화가 가능한 인공지능이 시판되고 있는 시점에, 이런 기발한 상상력은 다분히 유용한 질문을 던진다. 테오도르는 피상적인 관계 뒤에 남은 공허와 고독, 권태와 피로 같은 스마트한 세상이 남긴 군더더기를 앓는 보통의 존재다. 그간의 파격적인 캐릭터와 또 다른 면을 보여준 호아킨 피닉스. 평범과 비범의 경계를 아우르는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가 더욱더 기대되는 이유다.

그녀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 에이미 아담스, 루니 마라, 스칼렛 요한슨

개봉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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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