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의 창조자 만화가 토드 맥팔레인에 대한 글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10월 29일 월요일 정오에 두 번째 글이 공개될 예정이다.
영화 <베놈>의 국내 관객수가 3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전의 여러 우려를 잠식시키며 순탄한 흥행 중이다. 미국에서도 평단의 평가는 엇갈리나 전반적으로 원작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무난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예상했던 대로 아쉬운 부분들도 있었으나(마지막 포스트 크레딧 신의 ‘그 인물’을 꼭 그 배우가 연기해야 했는지도 좀 아리송했지만) 원작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도 감동적으로 많고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영화 <베놈> 로열티는 없다
영화가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되면 베놈의 창작자인 토드 맥팔레인에게도 엄청난 로열티 수입이 돌아가게 될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지적 자산권은 마블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영화 저작권은 소니픽쳐스에 있기 때문에 창작가 토드 맥팔레인에게는 별도의 로열티가 지급되지 않게 된다.
토드 맥팔레인 입장에서는 큰 수입의 기회를 놓치게 되었으니 억울하지 않을까? 꼭 그렇진 않을 것이다. 토드 맥팔레인은 이미 금전적으로는 충분히 먹고 살 만큼 넉넉한 성공한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총 자산은 약 3500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일본 최정상 작가 오다 에이치로(<원피스>)와 토리야마 아키라(<드래곤볼>)의 총 자산을 합해놓은 것보다 많으며 마블 유니버스의 창시자 스탠 리 자산의 8배에 달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토드 맥팔레인은 도전 정신과 승부욕이 강한 인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항상 학급에서 그림 제일 잘 그리는 친구로 통했던 그가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6세 무렵으로 생각보다 늦다. 그는 16세이던 1977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67호를 만화 가게에서 구입하면서 만화계 입문을 처음으로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토드 맥팔레인은 여느 분야의 천재 작가처럼 처음부터 성공의 가도를 계속 달렸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본인의 그림 실력이 절대로 동기 만화가 지망생들에 비해 뛰어난 것이 아니고 그저 평범한 수준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남들과 다른 그만의 스타일로 승부수를 던지기로 한다.
그는 당대 내로라하는 만화가들인 존 로미타 등의 작가들은 데생 실력은 좋았지만 포즈나 액션 신들이 역동적이지 않고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매우 과장된 포즈와 신체 구조를 한 슈퍼히어로들을 그리게 되었다. 팔, 다리는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길고 뒤틀려 있었으며 몸은 곡예사도 따라할 수 없을 정도의 굴곡이 있었다. 망토는 한 페이지에 다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길었다.
한달에 20박스씩 투고
그는 미국의 양대 출판사인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에 원고를 무작정 보내기 시작했다. 한 달 각 회사에 보내는 원고의 양이 택배 박스로 20박스가 넘었으니 그의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계속 퇴짜를 맞고 연락도 오지 않았지만, ‘어마어마한 양의 원고를 계속 보내면 택배 상자 받는 게 귀찮아서라도 일감을 하나 던져 주겠지’하는 것의 그의 심정이었다.
결국 그의 절실함이 통했는지 1984년, DC 코믹스에서 자투리 스토리를 맡기기 시작했다. 그는 이것을 정말 중요한 기회라 여겨 두 가지 철칙을 정해 놓고 지키기로 했다. 첫 번째는 ‘절대로 마감일을 하루라도 넘기지 말자’, 그리고 두 번째는 앞서 언급한대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매 일감마다 보여주자’. 특출한 실력이 없는 그가 만화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두 원칙은 꼭 지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의 작업물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그가 그린 과장된 슈퍼히어로들에서 ‘현대적’이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일을 시작한 지 4년 후인 1988년, DC 코믹스에서는 <배트맨>을, 마블 코믹스에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그가 만화가로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번에 영화로 만들어진 베놈은 그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그리기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만든 캐릭터이다.
베놈, 맥팔레인의 페르소나
베놈은 초기 토드 맥팔레인을 대표하는 페르소나 같은 캐릭터인데, 정작 본인도 베놈이 이 정도까지 인기를 끌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한다. 이번 영화에서 톰 하디가 연기한 베놈은 외형적으로 과거 영화 (<스파이더맨 3>)나 각종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베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예전 베놈들이 스파이더맨과 유사한 체형이었다면, 이번 영화에서의 모습은 엄청나게 근육질이고 만화적 과장이 심한 얼굴을 하고 있던 1990년대 베놈에 가깝다. 얼굴은 추후 에릭 라슨, 마크 배글리 등이 수정한 얼굴에 가깝지만 체형이나 움직임 등은 토드 맥팔레인이 처음 만들었던 모습과 거의 유사하다.
원작 만화에서 나오는 모습을 그대로 따 온 팬들을 위한 오마주(Homage) 장면도 많다. 여자친구가 베놈으로 변하는 모습은 베놈 미니시리즈 <시너 테이크스 올>(Sinner takes all)의 표지에서, 마지막에 베놈이 절반은 인간, 절반은 심비오트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도 작가 마크 배글리가 플리어에서 발매한 <어메이징스파이더맨> 트레이딩 카드 세트에 사용된 모습에서 따왔다.
다시 토드 맥팔레인으로 돌아가서, 일정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팬층도 생기자 그는 나름대로의 목표치를 설정한다. 바로 ‘연봉 8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유지하자’는 목표였다. 1980년대 당시 우리나 돈으로 약 1억 원 정도의 수입만 있으면 가족과 생계를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목표치는 금방 달성된다. 1990년 초 그는 명실상부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만화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인물이 돼 있었다.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평가한 인물이 만화계에 입문한지 6년 만에 거둔 괄목할 만한 성과였다.
사실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안분지족하면서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토드맥팔레인의 이름은 ‘뛰어난 만화가’로 기억되었겠지만 그것이 다였을 것이다. 막 30대로 접어들던, 혈기왕성한 나이였던 그는 엄청난 결심을 하게 된다. 그의 결심은 위저드 매거진이 <20세기 만화계 중요 사건들> 중 1위로 꼽은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사건은 다음 편(링크)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 베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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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루벤 플레셔
출연 톰 하디, 미셸 윌리엄스
개봉 2018.10.03.
- 스파이더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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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샘 레이미
출연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제임스 프랭코, 토마스 헤이든 처치, 토퍼 그레이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로즈마리 해리스, J.K. 시몬스, 제임스 크롬웰
개봉 2007.05.01.
최원서 / 그래픽 노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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