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촬영, 편집 과정을 거쳐 탄생한 영화는 배우들에게 있어서도 한 명의 자식과 같을 것.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출연작 홍보를 거부한 배우들이 있다. 영화 최종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촬영 중 과한 일을 겪어서 등 이유도 가지각색. 출연 작품 홍보를 거절한 배우들의 사연을 한 데 모았다.


에드 해리스 <심연>

촬영하다 죽을 뻔했는데 홍보가 웬 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촬영장의 완벽주의자로 유명하다. 그 완벽주의 때문에 배우들이 폭발한 영화가 바로 <심연>이다. 영화 촬영 당시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에드 헤리스 사이 불화가 있다’는 루머가 돌았고, 에드 해리스가 <심연>의 홍보에 함께하지 않으며 이 루머는 기정사실화됐다. 에드 해리스는 이와 같은 소문을 부정하며 “앞으로 이런 루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지만, 후에 “<심연> 촬영 중 숨을 참다 거의 익사할 뻔했다"라고 밝히며 촬영에 불만이 있었음을 토로했다. 에드 해리스 외 다른 출연 배우들 역시 “촬영이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심연>(Abyss)에 함께한 배우와 스태프들이 지은 이 영화의 별명이 ‘The Abuses’(학대)였다니 말 다 했다.


짐 캐리 <킥 애스2 : 겁 없는 녀석들>

청소년 폭력 조장하는 영화를 홍보할 순 없어요

짐 캐리는 <킥 애스2: 겁없는 녀석들>에 등장하는 정의의 팀을 이끄는 슈퍼 캡틴, 스타스 앤 스트라이프스 대령을 연기했다. 짐 캐리가 영화의 홍보에 나서지 않은 건 2012년 일어난 비극 때문. 짐 캐리는 샌디 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에 충격을 받고, 청소년 폭력을 조장할 위험이 있는 “<킥 애스2: 겁 없는 녀석들>의 홍보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를 통해 “양심 상 영화의 폭력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힌 그는 “영화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들이 내 마음을 움직였고 이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크레이그, 레이첼 와이즈 <드림 하우스>

재편집하려면 영화 결말이나 잘 만들든가!

다니엘 크레이그와 레이첼 와이즈를 결혼에 골인시킨 영화 <드림 하우스>. 두 배우의 인생을 바꾼 영화이니만큼 할 이야기가 많았을 법도 한데, 다니엘 크레이그와 레이첼 와이즈는 나란히 영화의 홍보를 거절했다. 제작사가 감독의 의사 없이 영화를 재편집했고, 그 결말이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 연출을 맡은 짐 쉐리단 감독 역시 홍보를 거절했고, 크레딧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배우와 감독이 빠지니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진 건 당연한 일. 5천만 달러로 제작된 <드림 하우스>는 박스오피스에서 3천8백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모니크 <프레셔스>

오스카 수상자가 5년 동안 작품 출연 못 한 이유는?

코미디언 출신 배우 모니크는 <프레셔스>를 통해 2010년 아카데미를 비롯한 수십여 개의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이 된 배우라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기 마련. 반대로 그녀는 수상 이후 5년 동안 필모그래피를 공백으로 비워둬야 했다. 홍보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기 때문. <프레셔스> 개봉 당시 감독 리 대니얼즈는 모니크에게 SNS에 영화를 홍보해주길 원했으나 모니크는 이를 거절했다. 이런 그녀의 태도가 관계자들의 미움을 산 것. 리 대니얼즈 감독을 통해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올랐음을 안 그녀는 후에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40시간씩 일하고 있는데, 토요일에 와서 10시간 더 일하란 말을 들은 거예요. 그럼 공짜로 일을 해야 하나요?”


크리스토퍼 플러머 <사운드 오브 뮤직>

‘사운드 오브 뮤직’이 아니라 ‘사운드 오브 가래’....?

<사운드 오브 뮤직>은 할리우드의 명작을 꼽을 때 늘 언급되는 영화다. 이 영화를 유독 싫어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주연 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다. 감독의 간곡한 요청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본 트랩 대령 역으로 출연한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너무 감상적이라는 이유로 <사운드 오브 뮤직>을 싫어했다. 영화의 제목을 <사운드 오브 무커스>(Sound of Mucus, 가래 끓는 소리)라고 바꿔 부를 정도였다고. 2005년, <사운드 오브 뮤직> 개봉 40주년 기념일 행사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엔 그의 마음이 변한 듯하다. 2011년,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 트랩 대령은 역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였으나, <사운드 오브 뮤직>은 좋은 작품”이라 언급했다.


에드워드 노튼 <인크레더블 헐크>

제 시나리오대로 안 만들면 홍보 안 하겠다고 했죠?

헐크의 팬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노튼은 <인크레더블 헐크>의 브루스 배너 역으로 캐스팅된 것도 모자라, 제작사와 감독의 요청에 따라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하며 작가로도 참여했다. 당시 그가 시나리오를 재작업할 때 내건 조건이 있었으니, 완성된 버전이 마음에 안 들 경우 일체의 프로모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것. 디테일에 중점을 뒀던 에드워드 노튼의 각본과 다르게 <인크레더블 헐크>는 슈퍼히어로 영화 특유의 빠른 리듬감에 더 중점을 뒀고, 약속대로 에드워드 노튼은 홍보 투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후에 마블 스튜디오와의 불화설이 제기됐고, 에드워드 노튼은 인터뷰를 통해 “하나의 배역에 묶여있기보단 더 다양한 배역과 경험을 원했다” “아주 좋은 배우들이 헐크를 연기해왔고, 그중 한 명이 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밝히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로빈 윌리엄스 <알라딘>

로빈 윌리엄스가 <알라딘 2-돌아온 자파> <알라딘> TV 시리즈에 출연 안 한 이유는?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해 화제가 된 영화 <알라딘>. 원작 애니메이션 속에서 지니의 목소리를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 역시 <알라딘>의 홍보 문제로 디즈니와 갈등을 빚었던 시절이 있었다. 로빈 윌리엄스는 <알라딘>에 탑승한 최고 슈퍼스타였다. 지니의 목소리만을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는 임금 관련 규정에 따라 그의 목소리가 장난감 등으로 상품화되지 않고, 지니가 포스터, 광고, 예고편의 25%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출연 계약을 맺었다. 이 조건은 지켜지지 않았고, 로빈 윌리엄스는 디즈니와 영화에 등을 돌렸다. 결국 디즈니는 <알라딘>의 아트 북에 로빈 윌리엄스의 이름을 포함하지 않는 뒤끝(!)을 선보였고, 로빈 윌리엄스 역시 <알라딘>의 속편인 <알라딘 2-돌아온 자파> <알라딘>의 TV 시리즈에 출연하지 않았다. 디즈니의 CEO 마이클 아이스너가 로빈 윌리엄스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그에게 피카소의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는데, 로빈 윌리엄스가 이를 거절했다고. 디즈니의 회장이 제프리 카젠버그에서 조 로스로 교체된 후에야 로빈 윌리엄스는 디즈니에게 품고 있던 앙금을 풀었다. 조 로스는 로빈 윌리엄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전했고, 로빈 윌리엄스는 <알라딘 3: 알라딘과 도적의 왕>에 출연하며 다시 디즈니의 품에 안겼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