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 블러드 레거시>는 9월 12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설원에 쓰러져 있는 한 여자, 그리고 은신중인 킬러

정예 특수부대 저격수 출신의 킬러 헨리(장 르노). 살인 의뢰를 받은 그는 한 피트니스 클럽에서 재계 인사 ‘케슬러’를 살해하고 로키산맥에 들어가 자취를 감춘다. 숲속에서 은신 중인 그. 어느 날 한 여성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보살피기 시작한다. 그의 보살핌으로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신을 멜로디(사라 린드)라 소개하며 스노우모빌을 타다 사고가 났다고 말하고, 헨리는 멜로디의 사고 흔적을 둘러보다 수상한 흔적들을 발견, 의심을 품게 된다. 한편 멜로디는 헨리 몰래 자신이 숨겨온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하는데…


<레옹>의 장 르노

<콜드 블러드 레거시> 헨리를 연기한 그, 느와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얼굴일 테다. 배우 장 르노는 큰 키에 부리부리한 눈, 짙은 인상으로 <마지막 전투>, <그랑블루>, <니키타>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뤽 베송 감독의 페르소나로도 잘 알려져 있는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현재까지도 많은 영화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작품은 바로 <레옹>. 12세 소녀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와 킬러 레옹의 이야기를 그린 <레옹>에서 그는 레옹 역을 맡아 전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장 르노는 정서적으로 결핍된 채 살아가는 타 작품 속 킬러들과는 달리 마틸다와 유대를 쌓아가며 함께 성장해가는 레옹의 감정들과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 <레옹>을 독보적인 느와르물의 위치에 올려두는데 성공했다.

<레옹>


레옹의 20년 뒤 모습?

평행세계가 있다면 노년의 레옹은 이런 모습일까. 몰살당한 가족으로부터 홀로 살아남은 마틸다를 돌보는 레옹처럼 <콜드 블러드 레거시> 속 헨리는 연고도, 정체도 모르는 멜로디를 최선을 다해 보살핀다. 다만 그 손길은 고독하고 거친 삶을 살아야 했던 킬러의 손길이었기에 한없이 투박할 뿐. 이 역시 살인청부업자였으며, 정서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던 레옹의 모습과 다름 아니다. 헨리는 멜로디를, 레옹은 마틸다를 만나 처음으로 위태로운 촛불을 꺼버리는 삶이 아닌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지키는 삶을 깨닫게 된다. <콜드 블러드 레거시> 속 헨리에게서 레옹의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헨리를 연기한 배우가 장 르노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황량한 설원에서 기인한 스릴감

<콜드 블러드 레거시>는 영리하게도 복잡한 산맥, 황량한 설원을 배경으로 택하여 스릴감을 꾀했다. 이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윈드 리버> 등 다수의 설원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영화들에서 보아 온 방식이기도 하다. 혹독한 바람과 끝없이 펼쳐진 눈길이 주는 고립과 죽음에 대한 멜로디의 공포감은 보는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거기에 줌 아웃과 부감 숏을 통해 공간의 특성을 보여줌으로써 스릴감을 극대화한다. 또한, 설원은 두 사람의 고독하고 공허한 심리상태를 시각화한 장소이기도 하다.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딸이었던 멜로디와 의지할 곳 없이 숨어 지내는 삶의 연속이었던 헨리의 내면은 혹독한 바람이 몰아치는 설원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몰입감을 유지하는 짧은 러닝타임, 반전이 주는 재미. 킬링타임용으로 제격!

영화의 러닝타임은 100분이 채 되지 않지만 헨리와 멜로디의 시점에 헨리를 쫓는 형사 카파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빠른 전개를 통해 몰입감을 극도로 높였다. 반전이 주는 재미와 여운도 상당하다. 액션 사이에 인물들의 이야기를 채워 넣어 지루함을 덜어냈다. 장 르노와 <레옹>이 지닌 서정적인 면모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콜드 블러드 레거시> 또한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