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관객을 찾은 <샤이닝>의 후속편, <닥터 슬립>이 개봉했다. 영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샤이닝’ 능력을 지닌 대니 토랜스(이완 맥그리거)가 자신과 비슷한 능력을 지닌 소녀 아브라(카일리 커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 악의 집단 트루 낫이 아브라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니가 그에 맞서 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닥터 슬립>은 어른이 된 대니 토랜스의 이야기를 탄탄히 구축함과 동시에 <샤이닝> 후속편을 오래 기다려온 이들을 위한 팬 서비스까지 놓치지 않는 영화다. 오버룩 호텔에서 도끼를 휘두르던 대니 토랜스의 아버지, 잭 토랜스(잭 니콜슨)의 이야기도 나오냐고? 이 글을 보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 수 있다. <닥터 슬립>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 15개를 모았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는 분이라면 스포일러 경고문 하단의 몇 항목은 스킵하시길!


(왼쪽부터) 소설 <샤이닝> <닥터 슬립>

1. 스티븐 킹은 팬사인회에서 <닥터 슬립>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소설 <샤이닝>(1977)이 발간된 이후 36년 만에 독자들을 찾은 후속작 <닥터 슬립>(2013). 소설 <닥터 슬립>에 대한 아이디어가 시작된 건 1998년, 스티븐 킹의 팬 사인회에서부터다. 스티븐 킹은 한 팬으로부터 “<샤이닝>의 대니는 어떻게 되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스티븐 킹 역시 스스로에게 자주 던졌던 질문이라 큰 자극을 받았다고. 이후 스티븐 킹은 대니가 몇 살이 되었을지, 대니의 엄마 웬디는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하며 후속작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 <샤이닝>

드라마 <샤이닝>

2.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영화 <샤이닝>을 싫어하는 스티븐 킹을 설득해야 했다.

스티븐 킹이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싫어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원작과 전혀 다른 스타일로 재탄생한 영화 <샤이닝>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 1997년엔 직접 각본을 쓴 3부작 드라마 <샤이닝>을 내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드라마 <샤이닝>보단 영화 <샤이닝>에 손을 들어줬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스티븐 킹을 찾아가 <닥터 슬립>이 드라마 <샤이닝>이 아닌 영화 <샤이닝>의 속편이 되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다행스럽게도 스티븐 킹이 이를 허락했고, <닥터 슬립>은 영화 <샤이닝>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듬뿍 담아낸 속편이 될 수 있었다.


3. <샤이닝> 오버룩 호텔의 인터뷰 룸은 <닥터 슬립>에도 등장한다.

대니(이완 맥그리거)는 자신이 가진 샤이닝 능력으로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앞둔 이들을 도우며 ‘닥터 슬립’으로 불린다. <샤이닝>을 본 이들이라면 대니가 면접을 보던 인터뷰 신에서 기시감을 느꼈을 것. 대니가 인터뷰를 보던 장소는 <샤이닝>에서 잭(잭 니콜슨)이 호텔 관리인 면접을 보던 방과 같은 구조로 제작됐다. 눈썰미 좋은 관객이라면 책상 위의 물건이나 벽지의 색까지 <샤이닝> 속 인터뷰 룸과 정확히 일치함을 알아챘을 것. 플래너건 감독은 <배너티 페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장면에 대해 “매우 신나는 작업이었다. 테스트 상영 때 봤더니 대부분의 관객이 (그 장면이 <샤이닝>의 오마주임을) 놓치더라”라고 밝혔다.


4. <샤이닝>에 나온 몇 장면이 재현되었다.

오버룩 호텔로 향하는 잭의 차를 비춘 오프닝 신,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도 만날 수 있었던 엘리베이터 피바다 신, 자전거 타는 대니의 뒷모습을 담은 롱테이크 신까지. <닥터 슬립>은 <샤이닝>을 대표하는 장면들을 영화 곳곳에 영리하게 삽입해놓는다. 특히 대니가 호텔 복도에서 장난감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오디오까지 알차게 챙긴 <샤이닝> 팬들을 위한 선물. 카펫 위와 마룻바닥을 번갈아가며 구르는 바퀴 소리로 긴장감을 더했던 <샤이닝>에서의 청각 긴장을 <닥터 슬립>에서도 즐길 수 있다.


(왼쪽부터) <샤이닝>의 대니 로이드, 대니 로이드의 현재 모습

5. <샤이닝>에서 대니를 연기한 대니 로이드가 카메오 출연했다.

<닥터 슬립>에서는 ‘원조 대니’, <샤이닝>에서 대니를 연기한 대니 로이드도 만나볼 수 있다. 야구장 장면에서 카메오로 등장하니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집중해서 찾아보시길. 대니 로이드는 <샤이닝> 이후 연기 활동을 그만두고 평범한 삶을 이었다. 현재는 켄터키 주에 있는 엘리자베스 타운 커뮤니티 앤드 테크니컬 대학(ECTC)의 생물학 교수로 살고 있다.


(왼쪽) <샤이닝>의 대니 로이드, <닥터 슬립>의 로저 데일 플로이드

로저 데일 플로이드 인스타그램(@rogerdfloyd)

6. <닥터 슬립>의 대니는 로저 데일 플로이드가 연기했다.

<닥터 슬립> 초반부엔 대니의 어린 시절이 짧게 등장한다. <닥터 슬립>의 대니는 로저 데일 플로이드가 연기했다. 오버룩 호텔 복도를 장난감 자전거로 가로지르는 대니, 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은 장면을 리메이크할 배우로 발탁된 할리우드의 인재인 셈이다. 로저 데일 플로이드는 2016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아역 배우로, <닥터 슬립>이 세 번째 작품이다. 2020년 방영 예정인 <워킹데드 스핀 오프>, 현재 후반 작업 중인 영화 <그린랜드> 등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왼쪽부터) <샤이닝>의 셜리 듀발, 알렉스 에소

7. 웬디 토랜스는 알렉스 에소가 연기한다.

어린 대니와 함께 등장하는 오버룩 호텔의 생존자. <닥터 슬립>에선 2019년 버전의 웬디 토랜스도 만나볼 수 있다. <오디션> <미드나이터스> 등 호러 영화에 주로 출연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배우 알렉스 에소가 웬디 토랜스를 연기했다. 알렉스 에소 역시 <샤이닝>에서 셜리 듀발이 남긴 여러 명장면을 재현해냈다. 말투부터 행동까지, <샤이닝>의 셜리 듀발의 특징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고자 했던 알렉스 에소의 노력이 묻어난다.


7. <닥터 슬립>을 촬영하기 위해 오버룩 호텔 세트를 다시 지었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남긴 <샤이닝> 속 오버룩 호텔의 설계도를 얻었고, 그를 바탕으로 <닥터 슬립>의 오버룩 세트를 지었다. 오랜 시간 폐쇄되어 있었던 오버룩 호텔의 음산함을 잘 살려냈다는 평. 눈으로 뒤덮인 미로는 1980년대 <샤이닝>의 세트장 안에 2019년 배우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할 정도로 완벽하게 재현됐다.


8. 원작에서 대니와 아브라는 실제로 삼촌과 조카 사이다.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대니를 잘 따르는 소녀 아브라(카일리 커란). 대니가 아저씨와 소녀의 만남이 이상해 보일 것을 우려하자, 아브라는 대니를 삼촌이라 부른다. 사실 알고 보면 원작 속에서 두 사람은 실제 친척 사이다. 아브라의 어머니는 잭의 혼외 자식, 대니의 이복 남매로 묘사된다.


9. 217호와 237호의 차이는?

영화 <샤이닝> 속 오버룩 호텔의 237호실은 주의해야 할 객실이다. <닥터 슬립>을 보면서도 ‘237’이란 숫자가 등장하는 순간 어깨를 움츠리는 이들이 많았을 것. 하지만 <닥터 슬립>에서 중요한 일이 벌어지는 객실은 237호실이 아니라 217호실이다.(물론 237호에서도 어떤 일이 벌어지긴…) 알고 보면 원작 속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객실 역시 237호가 아니라 217호였다고. <샤이닝> 촬영 장소였던 팀버라인 로지 측에서 매출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원작 속 217호실을 호텔에 존재하지 않는 숫자로 바꾸길 요청했고, 그에 따라 원작 속 217호실은 237호실로 바뀌었다.


10. 레베카 퍼거슨은 스티븐 킹의 광팬이다.

아이들의 신선한 샤이닝 능력을 먹고 영원한 삶을 이어가는 트루 낫의 리더, 로즈 더 햇을 연기한 레베카 퍼거슨은 스티븐 킹의 광팬이다. 개인적으로 호러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레베카 퍼거슨은 스티븐 킹에 대해 언급하며,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모든 장면을 이미지화할 수 있고 상상할 수 있다”는 찬사를 늘어놨다.


(왼쪽부터) 크리스 에반스, 댄 스티븐스, 맷 스미스

11. 대니 역에 관심을 보였던 배우들은 누구?

영화 역사의 아이콘으로 남은 캐릭터. 할리우드의 여러 배우들이 대니의 성인 시절을 연기하길 원했다. 이완 맥그리거 외 댄 스티븐스, 크리스 에반스, 맷 스미스, 제레미 레너 등이 <닥터 슬립> 대니 역의 협상을 위해 마이크 플레너건 감독을 만났다. 존 쿠삭 역시 대니 역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결국 스티븐 킹의 축복을 받은 이완 맥그리거에게 대니 역이 돌아갔다.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샤이닝>의 딕 할로런을 연기한 스캣맨 크로더스

(왼쪽부터) <닥터 슬립>의 이완 맥그리거, 칼 럼블리

12. <닥터 슬립>의 ‘딕 할로런’은 칼 럼블리가 연기했다.

<샤이닝>의 딕 할로런(스캣맨 크로더스)은 어린 대니에게 샤이닝 능력에 대해 일러주는 캐릭터다. 전편에서 대니의 보호자로서 제 소명을 다하다 잭이 휘두른 도끼날에 목숨을 잃은 그. <닥터 슬립>에서도 그를 만날 수 있다. 여전히 대니의 샤이닝 멘토(!)로 활약 중인 2019년의 틱 할로런은 칼 럼블리가 연기했다. <슈퍼걸> <NCIS: 로스앤젤레스> <쥬> 등 주로 TV 시리즈로 커리어를 쌓아온 미국의 실력파 배우다.


<샤이닝>의 잭 토랜스

(왼쪽부터) <E.T.>에 출연한 헨리 토마스, 현재 헨리 토마스

13. <닥터 슬립>의 잭 토랜스를 연기한 배우는 <E.T.>의 헨리 토마스다.

대니, 웬디, 딕까지 돌아왔는데 <샤이닝>의 기둥, 잭 토랜스가 안 나올 수 없다. 오버룩 호텔의 망령으로 남아있던 2019년의 잭 토랜스는 헨리 토마스가 연기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에서 외계인 E.T.와 눈물겨운 우정을 나눴던 소년 엘리어트를 연기한 배우다. 헨리 토마스는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의 전작, <위자: 저주의 시작> <제럴드의 게임> 등에 꾸준히 출연해왔다.


<샤이닝>

<닥터 슬립>

14. 오버룩 호텔의 쌍둥이 자매도 재등장한다.

<닥터 슬립>의 후반부는 <샤이닝> 팬을 위해 마련해놓은 이벤트로 가득하다. <닥터 슬립>의 쌍둥이 자매는 할리우드의 쌍둥이 자매 배우, 세이디 하임과 KK하임이 연기했다. 두 배우는 이전 작 <캐롤>에서 캐롤(케이트 블란쳇)의 딸 린디를 번갈아가며 연기한 바 있다.


<닥터 슬립>의 제이콥 트렘블레이

15.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자신의 촬영 장면을 꽤(?) 즐겼다.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트루 낫의 피해자, 브래들리 트레버를 연기했다. <닥터 슬립>의 제이콥 트렘블레이 출연 분량을 보고 대다수의 관객이 충격에 빠졌을 것.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말에 따르면,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짧고 굵은 연기를 본 성인 배우들은 모두 충격에 빠졌다. “촬영을 마친 후 제이콥 트렘블레이는 피범벅 분장을 한 채 싱글벙글 웃으며 아버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간식을 먹으러 갔다”고. 이 모습에 레베카 퍼거슨은 말을 더듬거릴 정도였다. 역시 타고난 배우임이 분명하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