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튼 애비>는 12월 5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Synopsis

궁정의 소인이 찍힌 편지가 이동하는 길을 따라가는 웅장한 시퀀스로 <다운튼 애비>의 막이 열린다. 기나긴 여정을 지나 편지가 도착한 곳은 다운튼의 그랜섬 백작 가의 저택. 편지의 내용인즉, 순방 중인 국왕과 왕비가 이곳에서 하루를 묵게 된다는 것이다. 자,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 이 영예롭고도 어려운 미션을 무탈히 소화하기 위한 귀족과 고용인들의 고군분투만이 남았다. 왕족의 방문이 마치 '호수의 백조'와 같다던 극중 대사는 영화 <다운튼 애비>를 경제적으로 설명하기에 최적의 문장이다. 우아하고 평화로운 물 위의 풍경을 위해, 아래에선 미친 듯한 발장구를 치는 이야기가 약 두 시간의 러닝타임에 꼼꼼히 새겨졌다.


국민 드라마 <다운튼 애비>

영국의 국민 드라마 <다운튼 애비>는 지난 2015년 시즌 6 방영을 끝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다. 20세기 초 영국의 모습을 재현한 시대극이자, 대표적인 장수 드라마로 꾸준한 사랑을 받은 <다운튼 애비>. 상류층 가문을 중심에 둔 이야기가 왠지 찔러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만 같은 경직된 예감을 주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제1차 세계대전 전후로 급변하기 시작하던 영국의 사회상이 맞물리면서 고고한 줄만 알았던 이들의 세계에도 크고 작은 풍랑이 인다. 타이타닉 호의 침몰로 가족을 잃게 되는 사건이라거나, 신분제도의 근간이 흔들리기 시작하던 시점 등에서 갈등은 끊임없이 드러난다. 아무튼, 너른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다운튼 애비>의 주요 출연진이 전원 복귀해 영화 제작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들려온지 2년.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영화 <다운튼 애비>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선물이 도착했다.


영화 <다운튼 애비>, 개봉 반응은?

든든한 동반자로 함께해 준 시청자들을 고루 만족시킨 마무리가 인상적인, 대표적인 '해피 엔딩' 드라마였기에 영화는 자칫하면 군더더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영화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개봉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만큼 객석이 붐볐고, 가장 까다로운 관객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팬들마저 <다운튼 애비>의 완성도에 호평을 보냈다. 미리 말하자면 영화 <다운튼 애비>의 결말은 드라마 <다운튼 애비>의 결말을 망치지도 않는다.


드라마를 본 사람만 볼 수 있나요?

영화는 명백히 드라마가 종료된 시점 이후의 서사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 <다운튼 애비>는 장장 여섯 시즌에 이르는 드라마에 통달한 관객만을 위한 영화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기자 역시 <다운튼 애비>를 잘 아는 관객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도리어 영화를 먼저 접한 다음 드라마에 역으로 관심을 갖게 된 관객이 늘어나지 않을까 짐작한다. 많은 등장인물을 거느린 영화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성품이나 전사를 미리 아는 편이 훨씬 이로울 수 있다. 하지만 몰라도 괜찮다.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으로부터 충분히 많은 단서를 쥘 수가 있기에 안심해도 좋다.


많은 등장인물을 유려하게 담는 기술

<내쉬빌> <숏컷>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감독 로버트 알트만. 그의 영화 <고스포드 파크>가 <다운튼 애비>와 관련이 있다. 애초에 드라마 <다운튼 애비>가 비평적·상업적으로 성공한 <고스포드 파크>의 스핀 오프로 기획됐다. 하지만 중도에 어그러진 기획 이후, 아예 새롭게 다시 태어난 드라마가 지금의 <다운튼 애비>가 됐다. 둘 사이의 연결고리는 사라진 셈이나 다름없지만, 그 흔적은 남아있다. 많은 출연진을 물 흐르듯 유려하게 연주하는 솜씨는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특출난 장기다. 하지만 그 재능이 단지 감독의 소유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고스포드 파크>의 작가 줄리안 펠로우스는 <다운튼 애비>의 드라마와 영화 모두의 각본을 쓴 장본인이다. 많은 주인공을 하나의 작품에 엮는 장인의 솜씨가 <다운튼 애비>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상류층 스토리, 감정이입 될까?

영화가 묘사한 20세기 초의 풍경이 얼마나 완벽한지, 얼마나 실제에 가까운지에 대해선 그 시대를 겪은 사람이 아닌 이상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운튼 애비>가 이 공간을 이해하는 방식은 단순히 수직적인 이해관계로 끝나지 않는데, 그 점이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크게 일조한다. 그건 <다운튼 애비>가 이 공간을 영영 알 수 없는 별세계가 아닌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감정들이 발생하는 공간. 시기와 질투, 반목과 관용, 애정과 존경이 솟았다가 꺼지기도 하는 공간 말이다. 귀족 간이든, 고용인 간이든 사사로운 감정이 부딪히며 생성되는 이야기는 불협화음일지라도 흥미로운 위안을 선사한다.

하물며 <다운튼 애비>는 계층 간의 화합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해서도 외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단 하루 머문 왕족의 방문 자체는 수십, 수백 명의 노동을 담보로 하고 있다. 하물며 마을의 재료 공급상은 왕족에게 재료를 댄다는 사실을 곧 경력의 정점이자 인생 전체의 영광으로 여기고, 왕비의 재봉사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류층의 소품을 몰래 훔친다. 계급의 질서를 숙명처럼 짊어진 그 시대엔 새삼스러울 것 없는 자연스러운 경치일 테다. 왕족 방문이라는 이 한바탕의 소동이 끝나고 나면, 괜한 후련함과 안도감의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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