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레이디스 나잇>(Rough Night, 2017)은 대학 시절 절친 네 명과 주인공 제스(스칼렛 요한슨)의 호주 유학 시절 절친 피파(케이트 맥키넌)까지 총 다섯 명이 제스의 결혼 전 처녀파티를 위하여 10여 년 만에 함께 마이애미에서 1박을 하며 하룻 밤 사이에 벌어지는 온갖 사건이 줄거리인데요.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의 대다수가 범죄가 아닌지 의심이 생기는데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상원의원 선거를 준비 중인 제스를 포함한 5명의 여자들은 처녀파티를 하려고 제스의 후원자가 마이애미에 갖고 있는 집을 하루 빌려서 광란의 파티를 준비하는데, 프랭키(일라나 글레이저)가 흥을 위해서 부른 남자 스트리퍼가 의자에 앉아 있다가 덩치가 큰 앨리스(질리언 벨)의 몸무게 때문에 의자가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가구 모서리에 부딪히고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죠.

먼저 앨리스의 행위로 인하여 스트리퍼가 사망하는 결과가 발생했는데 앨리스는 살인죄의 죄책을 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앨리스는 의자에 앉아있는 스트리퍼의 무릎에 앉으려고 스트리퍼한테 자신의 몸무게를 실어 돌진한 것이지 스트리퍼가 앉아있는 의자를 뒤로 넘어뜨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돌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인의 고의가 없고, 스트리퍼가 뒤로 넘어지면서 마침 의자 뒤에 있는 테이블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칠 것이라고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도 없었다고 봐야 하므로 미필적 고의도 인정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사람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같지만 주관적 고의가 없기 때문에 살인죄가 아닌 과실치사죄가 성립합니다. 두 범죄는 사람의 사망이라는 결과는 동일하지만 고의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전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이상의 징역이고 후자는 2년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벌의 차이가 커요. 그만큼 범죄에 있어서 고의가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죠. 현실에서 과실치사죄가 인정된 예는 아주 드문데, 일반인이 실수로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에요. 판례가 인정한 예는, 세 들어 사는 집에 연탄가스 냄새가 나서 임차인이 임대인한테 수리를 요청했는데도 임대인이 수리를 안 했고 결국 임차인이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사망한 사안에서 임대인에게 과실치사죄가 인정됐어요. 참고로 업무자라는 신분이 있으면 성립하는 업무상과실치사죄(5년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는 일반 과실치사죄보다 형이 높지만 역시 과실에 의한 행위라서 살인죄보다는 형량이 가벼운데,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인정된 사례는 굉장히 많습니다.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경우 의사의 죄책,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운전자의 죄책, 산업현장에서 안전조치의무를 게을리해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현장소장 등 관리책임자의 죄책 등 살인의 고의는 없지만 업무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면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문제 되는 것이죠.

영화에서는 앨리스의 실수로 남자 스트리퍼가 사망했는데 나머지 4명의 친구들도 공범인 것처럼 나오는데요. 과실범도 공범이 인정될 수 있을까요. ‘실수’를 공동으로 저지를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판례는 인정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백화점 붕괴 사건의 경우 설계감리자, 현장소장, 건설사 공사담당직원, 건설사 대표이사한테 업무상과실치사상죄(사망자와 다친 사람이 모두 있으니까 치사죄와 치상죄 둘 다 성립해요)의 공동정범을 인정했어요.

영화의 반전은 죽은 남자 스트리퍼가 알고봤더니 다이아몬드를 훔친 강도단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앨리스의 과실로 죽지 않았다면 오히려 총을 소지한 것으로 추측되는 강도한테 5명의 여자들이 위협을 당하고 목숨이 위태로웠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영화는 결말에서 수배 중이었던 강도를 사망케 한 5명의 행동은 정당방위라고 나오면서 제스는 상원의원에 당선 되고 모두가 해피한 엔딩인데요. 실제로는 정당방위가 될까요. 우리 형법에 의하면 정당방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벌하지 않는다’고 하여, 정당방위로 인정받으려면 침해가 현재 있어야 하고 방위하기 위한 행위도 침해에 상응하는 상당성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어요. 영화에서 남자 스트리퍼가 한 행위는, 스트리퍼로 오해한 여자들에 의해 현관문으로 들어와서(즉, 잠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것처럼 침입이 아니에요) 먼저 화장실에 잠시 다녀오고 곧 처녀파티 현장인 것을 파악한 뒤 스트리퍼인 척하려고 상의를 탈의하여 조각 같은 몸매를 뽐내면서 제스와 스킨쉽을 시도하고 음란한 말을 한 번 던진 것이 전부에요. 이것을 5명 여자들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겠죠. 설령 많이 양보해서 남자 스트리퍼가 실제로는 강도니까 총을 소지하고 있을 수 있으므로 침해라고 인정하더라도, 옷을 벗고 제스한테 스킨쉽을 시도한 것만으로는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하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5명의 여자들이 실제로는 도주 중인 보석 강도범을 과실로 죽게 만든 것이지만 정당방위를 인정받는 것은 쉽지 않아요.

현실에서는 오히려 영화와 정반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당방위라고 생각하고 상해를 가했는데(예: 상대방을 강도로 오인하고 먼저 폭행하는 경우), 알고 보니 상대방의 침해가 없었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는데 형법에는 규정이 없지만 판례는 ‘오상방위’라고 하여 인정하고 있는데요. 오상방위가 처벌되는지 여부는 그 상황을 오인함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르고 판례는 정당한 이유를 아주 엄격하게 인정하고 있어서 실제 오상방위가 인정되어 처벌을 면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영화가 초반에 판을 잔뜩 벌려놔서 어떻게 수습할지 궁금하게 만들더니 정당방위라는 한 마디로 판을 서둘러 접는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만 법률적 의문도 가지게 만드는 유쾌한 영화였어요.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