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 파이널 챕터>는 11월 26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네덜란드의 블랙 위도우?

제목에 대한 의문부터 해결해야겠다. <블랙 위도우: 파이널 챕터>(이하 <블랙 위도우>)는 우리에게 익숙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그 블랙 위도우/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와는 관련이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근거 없이 지어진 제목은 아니다. <블랙 위도우: 파이널 챕터>의 영문 제목은 'Black Widow'이며, 네덜란드에서 방영한 유명 인기 드라마 <페노자>(Penoza)의 극장판이다. 부제처럼 시즌 5의 마지막 완결편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카르멘(모닉 헨드릭스)의 별명이 블랙 위도우다. <페노자>는 네덜란드에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시즌5까지 제작된 인기 TV시리즈다. 여러 다른 나라에 판권을 판매해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ABC가 <레드 위도우>(Red Widow)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바 있다.

묵직한 범죄 드라마

제목에 대한 오해(?)를 풀고 나면 <블랙 위도우>의 진면목이 보인다. 여성 중심의 서사를 표방하는 <블랙 위도우>의 주인공 카르멘은 네덜란드를 떠들썩하게 만든 마약왕이다. 그는 죽음으로 위장하고 캐나다의 작은 도시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가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뜻하지 않게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건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게 되면서 결국 전설의 마약왕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드러난다. <블랙 위도우>의 진짜 이야기가 여기서 시작된다. 카르멘에게 원한을 품었던 상대 조직 일당은 복수를 위해 그녀를 쫓기 시작한다. 반대로 그녀가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아왔던 그녀의 아들, 딸, 손자, 남편은 그녀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카르멘을 죽이려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 여기에 범죄 조직의 수상한 들썩임을 감지한 경찰까지. 한마디로 <블랙 위도우>는 여러 층의 이야기가 엮여 있는 묵직한 범죄 드라마다.

카르멘이라는 여성

이 거대한 서사의 중심에 카르멘이 있다. 카르멘을 연기한 모닉 헨드릭스는 주로 네덜란드에서 활동한 배우이기 때문에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누구나 <블랙 위도우>를 통해 그녀의 연기를 보게 된다면 블랙 위도우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미 그녀는 오랜 세월을 카르멘으로 살아온 배우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여성 마약왕이라는 설정 자체가 이미 기존 남성 서사의 범죄 드라마와는 차별점을 만든다. 그 파격에 어울릴 만한 뛰어난 연기자가 필요했다. 모닉 헨드릭스는 뛰어난 연기를 통해 시즌1부터 관객들을 사로잡고 스타로 떠올랐다. <블랙 위도우>에서는 그녀의 성숙한 연기를 볼 수 있다. 참고로 카르멘은 손자가 있는 할머니이기도 하다. 물론 엄마이기도 하다. 그녀는 가족의 중심에 있다.

더치 액션의 맛

<블랙 위도우>에는 블랙 위도우라는 별명의 이름값을 하는 배우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마블 영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에 걸맞는 액션의 연출과 스케일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더치(Dutch) 액션이라고 할까. 본격적인 액션의 스펙터클은 카르멘이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뒤부터 볼 수 있다. 특히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오랜만에 가족과 만나는 카르멘 일행과 그를 쫓는 조직 사이에서 벌어진 총격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카체이싱 시퀀스는 단박에 시선을 사라잡는 효과를 발휘하며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후 멕스코의 마약 카르텔이 본격 등장하면서 <블랙 위도우>가 보여주는 액션의 아드레날린 강도는 점점 세진다. 카르텔은 카르멘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감옥에 있는 카르멘에게 잔인한 미션을 지시하기 때문이다.

지난 줄거리를 자연스레 알게 된다?

<블랙 위도우>는 네덜란드 영화라는 점에서 독특한 감각의 웰메이드 액션영화다. 다만 한 가지, <블랙 위도우>가 TV시리즈의 극장판이라는 점이 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걸릴지도 모르겠다. <블랙 위도우>는 분명 TV시리즈를 본 사람들을 기본에 두고 제작된 영화다. TV시리즈의 팬들이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극장판이 될 것이다. TV시리즈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가 될 이유는 없다. 오랜 시간 여러 시즌 방영된 드라마는 팬이라고 하더라도 지난 시즌의 내용이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지난 이야기를 담은 요약본 영상이다. <블랙 위도우>는 영리하게 지난 줄거리 영상을 영화 곳곳에 배치했다. 뉴스화면 앵커의 음성으로 때로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 속 혹은 카르멘이 참석한 재판 신에서 플래시백 장면으로 등장한다. 그런 이유로 <블랙 위도우>는 TV시리즈를 보지 않은 사람이 보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완벽한 완결판이자 파일럿

<블랙 위도우>는 중년의 여성을 내세운 범죄 드라마다. 카르멘은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녀는 블랙 위도우라는 별명의 마약왕이자 엄마이기도 하다. 경찰과 카르텔은 그녀를 이용하려 한다. 카르멘은 그야말로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 이를 보는 관객들은 자연스레 그녀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뚫고 나갈 여정에 동참하길 바란다. 절대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TV시리즈의 배우들과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은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묵직한 스토리와 더치 액션의 색다른 맛을 담은 <블랙 위도우>는 TV시리즈의 팬에게는 완벽한 완결판이자 TV시리즈를 보지 못한 관객에게는 TV시리즈를 보고 싶게 만드는 완벽한 파일럿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