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우먼 1984>.

<원더 우먼> 속편인 <원더 우먼 1984>가 지난해 마지막 주인 12월 23일 개봉되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코로나19로 곤두박질친 시장이 조금이나마 예열되었으면 했는데 아쉽게도 그 기대에 다다르지는 못했습니다.

영화 흥행 데이터 중에 전(前) 주말 대비 관객(매출) 감소 비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1주 차 주말 대비 2주 차 주말은 얼마나 감소했는가? 마찬가지로 2주 차 대비 3주 차는? 이 수치는 장기상영 가능성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어 흥행을 가늠하게 해주는 중요한 데이터가 됩니다. <원더 우먼 1984>의 북미 박스오피스를 살펴보면, 1주 차 주말 대비 2주 차 주말이 67% 하락합니다.(첫 주말 1670만 달러, 2주 차 550만 달러) 기준점인 50%와 비교하면 67% 하락은 급하락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급하락 했을까? 흥행을 위협할만한 경쟁작도 없어 순위는 그대로 1위를 유지한 상태였는데. 이 영화의 1편인 <원더 우먼>(2017년 6월 2일 개봉) 같은 경우는 43% 감소에 그쳤었습니다.(첫 주말 1억 325만 달러, 2주 차 5852만 달러), 시리즈물인 경우 대부분 앞 시리즈와 유사한 흥행 모습을 하는데 1편보다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더 우먼>(2017).

1편인 <원더 우먼>은 북미에서만 박스오피스 4억 달러를 넘겼고 전 세계 수익만도 8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번 <원더 우먼 1984>는 자국 시장에서조차 1억 달러는 고사하고 5천만 달러도 힘들어 보입니다. 요인을 살펴보면 코로나19의 확산과 그로 인해 셧다운 된 극장들, 그리고 개봉일도 작용했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 영화는 원래 2020년 6월 개봉 예정이었다가 8월, 10월 그러다 최종 12월 크리스마스로 결정됩니다. 북미 시장에서 마블이나 DCEU 영화는 크리스마스나 연말 가족시장 분위기와는 맞지 않아 개봉을 꺼려 왔었습니다. 거기에 영화에 대한 평가도 1편에 미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로튼 토마토의 <원더 우먼 1984>에 대한 평론가지수는 61%, 관객지수는 74%입니다. 1편이 평론가지수 93%, 관객지수가 84%였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67%까지 하락할 수 있을까?

<원더 우먼 1984>.

국내도 살펴보겠습니다. 2주 차 주말이 1주 차 주말 대비 67% (첫 주말 21.1만 명, 2주 차 7만 명)하락합니다. 북미와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1편을 살펴보니 71% 하락으로 국내는 오히려 1편보다 하락률을 줄인 상태입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전체 관객 사이즈가 줄어든 부분과 경쟁영화가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부분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북미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거기에 유독 DCEU 영화에 대하여서는 국내보다 더 흥행성이 좋은 북미시장인데, 1편보다 주말 하락률이 컸다는 것은 혹 다른 변수가 작용한 것은 아닐까?

지난해 11월, 워너 브러더스는 <원더 우먼 1984>를 극장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에서 동시 개봉한다고 밝혔습니다. 12월 3일에는 이 같은 방식을 2021년 개봉 예정인 신작 모두에 적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신작에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듄>, <고질라 VS 콩>, <매트릭스 4> 등 블록버스터 영화부터 게임 원작의 <모탈 컴뱃>, 존 추 감독의 <인 더 하이츠>,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영화 <톰과 제리>,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한 <크라이 마초>, 덴젤 워싱턴 주연의 스릴러물 <더 리틀 씽즈>, <컨저링 3>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워너 브러더스는 2021년까지는 코로나19 확산세로 극장 영업이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원더 우먼 1984>는 북미에서 HBO 맥스와 같은 날 동시에 개봉되고 서비스(구독자들은 추가비용이 들지 않았습니다)된 최초의 영화이자 어떤 운명을 겪을지 그 여부를 알려줄 첫 번째 실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확실해진 것은 상영과 함께 관객이 급하락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원인으로는 중간을 받쳐주는 2차 관객들의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거 이동, 그에 따른 3차 관객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점점 더 흥행속도가 빨라지면서 하락률도 급해지고 있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속도를 붙인 꼴입니다. 이러면 입소문이 채 나기도 전에 극장에서 간판이 떨어지는 영화들이 많아지고 어쩔 수 없이 초반 승부를 위해 마케팅을 쏟아부을 수밖에는 없으니 비용이 상승할 것이고, 액션이나 판타지 같은 초반 승부가 가능한 장르로 제작이 몰릴 것이 뻔해 보이니 극장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오히려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HBO 맥스는 이 영화로 인해 시청시간이 3배나 증가하였고, 구독자 수도 역시 23% 이상 증가했으면, 2020년 북미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스트리밍 영화가 되었다고 하니 이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데이터라 할 수 있습니다.

톰 행크스 (사진 씨네21).

유명 할리우드 스타인 톰 행크스는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영화관은 그래도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화관들은 마블 유니버스나 유사 프렌차이즈 등이 지배할 것이다’라고 인터뷰를 했는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극장용 영화와 비 극장용 영화가 확연히 구분되어 지는 시대가 오고 있는 듯합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