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닥터가 연출한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 <소울>이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으며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몬스터 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 등 만드는 작품마다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 위대한 아티스트에 관한 사실들을 정리했다.


* 피트 닥터는 스스로를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미네소타 출신의 괴짜 소년"이라고 칭한다. 그는 미네소타 블루밍턴에서 태어나 초중고등학교까지 쭉 그 지역에서 자랐다. 미네소타 대학교에 입학해 1년 동안 철학과 미술을 공부한 피트 닥터는 캘리포니아의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 입학하게 되면서 미네소타를 떠났다. 닥터의 세 번째 장편 <인사이드 아웃>(2015)에서 라일리의 가족이 미네소타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사하는 것도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

척 존스의 <루니 툰>, 잭 데이비스의 일러스트

* 어릴 적부터 만화에 푹 빠져 혼자 그림 그리는 법을 터득해서 플립북을, 가족 비디오 카메라를 활용해 짤막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든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건 마치 조물주를 연기하는 것 같았다고. 월트 디즈니, <루니 툰>의 감독 척 존스, 만화가 잭 데이비스가 어린 시절 피트 닥터의 영웅이었다.

* 피트 닥터의 아버지는 (미네소타 소재의) 노르망디 커뮤니티 대학에서 합창단장을 역임했고, 어머니는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쳤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피트와 달리, 두 여동생도 바이올린과 첼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 칼아츠에 다니면서 <윈터>(1988), <팜 스프링스>(1989) 같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고, 단편 <옆집>(1990)으로 영상을 만드는 미국 대학생에게 수여하는 스튜던트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 픽사 초창기 멤버인 조 랜프트가 수장 존 래시터에게 피트 닥터를 추천하면서, 칼아츠를 졸업한 바로 다음 날부터 픽사에서 근무했다. 본래 닥터는 디즈니에 들어가는 걸 계획했지만 작은 회사라 모든 걸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 픽사 행을 결정했다. 1990년 입사 당시 닥터는 픽사의 10번째 직원이자 3번째 애니메이터였다.

(왼쪽부터) 앤드류 스탠튼, 피트 닥터, 존 래시터, 조 랜프트

* 픽사의 첫 장편 <토이 스토리>(1995)의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존 래시터, 조 랜프트, 앤드류 스탠튼과 함께 이야기 원안을 썼다. 카우보이 우디와 함께 <토이 스토리>의 투톱인 버즈는 피트 닥터를 바탕으로 한 캐릭터다. 닥터는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보면서 버즈의 얼굴을 구상했다. 네모지고 기다란 바로 그 얼굴!

<토이 스토리>의 버즈, 피트 닥터가 그린 버즈

* 2001년, 픽사의 네 번째 장편 <몬스터 주식회사>로 데뷔 했다. 존 래시터가 아닌 이가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의 연출을 맡은 첫 번째 사례. <니모를 찾아서>(2003)의 앤드류 스탠튼, <인크레더블>(2004)의 브래드 버드가 그의 뒤를 따랐다.

* <토이 스토리> 제작이 한창이던 1994년, 원안을 쓴 4인방이 점심 식사를 하다가 처음 <몬스터 주식회사>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 <몬스터 주식회사>의 여자아이 캐릭터 부의 목소리를 맡은 메리 깁스의 웃음 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녹음부스에서 직접 깁스에게 양말 인형극을 선보였다.

* <몬스터 주식회사>에 등장하는 ‘히든 시티 카페’는 90년대 초반부터 피트 닥터를 비롯한 픽사 애니메이터들이 애용하던 식당의 이름이다. '피트의 이발소'는 물론 닥터의 이름에서 따온 것.

* 학부 시절 만든 단편에 직접 목소리 연기를 했던 피트 닥터는 픽사의 몇몇 애니메이션에서도 목소리를 보탰다. <몬스터 주식회사>의 CDA 요원, <월-E>(2008)의 구조 로봇, <업!>(2009)의 거대 조류 케빈과 캠핑 마스터, <인사이드 아웃>의 아빠의 버럭이를 연기했다.

<업!> 케빈, <인사이드 아웃> 아빠의 버럭이

* 피트 닥터의 딸 엘리 닥터도 <업!>에 목소리로 참여했다. 자기랑 똑같은 이름을 가진 캐릭터, 칼 할아버지의 아내인, 엘리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 <인사이드 아웃>(2015)은 엘리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얻은 영감으로부터 비롯된 작품이다. 점점 성장해가면서 다양한 감정을 쌓아가는 라일리를 곧 엘리라고 봐도 되겠다. 라일리는 채팅 할 때 'riley0122'라는 이름을 쓰는데, 엘리의 생일이 바로 1월 22일이다.

* 피트 닥터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캐릭터들의 외모를 특정 형태에서 따왔다. 기쁨이는 별, 슬픔이는 눈물, 버럭이는 내화 벽돌, 소심이는 신경, 까칠이는 브로콜리. 정작 닥터는 브로콜리를 아주 좋아한다고.

* 본래 <인사이드 아웃>에서 기쁨이는 소심이와 팀을 이룰 계획이었다. 제작진들도 그 조합이 훨씬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트 닥터가 산책을 하다가 나쁜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해고당하고 친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인 경험에서 기쁨은 슬픔을 제어해야만 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기쁨이와 슬픔이를 짝으로 설정했다.

<몬스터 주식회사>

* 피트 닥터가 <소울> 이전에 만든 3개의 장편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 모두가 주인공이 어린 아이인 캐릭터를 돌보는 서사를 공유한다. <몬스터 주식회사>는 설리가 부를, <업!>은 칼 할아버지가 러셀을, <인사이드 아웃>은 기쁨이와 감정들이 라일리의 마음을 살피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성인이자 흑인 남성인 주인공 조를 내세운 <소울>은 여러모로 앞선 세 작품과 차이가 뚜렷하다.

<업!>

* <소울> 이전에 발표한 3개의 장편 애니메이션 모두가 오스카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에 올랐다. <업!>은 애니메이션 부문뿐만 아니라, 작품상 후보까지 노미네이트 됐다. <업!>, <인사이드 아웃>에 이어 <소울> 역시 닥터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주게 될까?

* 존 래시터가 성추행 폭로로 인해 자리에서 물러나고, 피트 닥터가 2018년 6월 픽사의 수장(Chief Creative Officer)이 됐다. 그 이후 <소울> 작업을 마무리 한 닥터는 얼마 전 앞으로 얼마간 연출에서 물러나 제작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개봉 예정인 <루카>, 내년 개봉 예정인 <터닝 레드>와 <라이트이어>에 닥터는 총괄제작으로 이름을 올릴 것이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