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자매>는 꽃집을 하는 첫째 희숙(김선영)과 교회 성가대 지휘자인 둘째 미연(문소리) 그리고 작가인 셋째 미옥(장윤주) 세 자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1.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도 이혼하면 재산분할을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미연의 남편 동욱(조한철)은 대학교 교수인데 같은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이면서 성가대원인 효정(임혜영)과 바람을 피웁니다. 미연은 효정이 선물받은 반지를 보면서 의혹을 품다가 교회에서 둘의 밀회 장면을 몰래 엿본 후 그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그 후 미연이 효정으로부터 반지를 빼앗아 동욱한테 건네주면서 화를 내지 않자, 동욱은 미연한테 차라리 화를 내고 욕을 하라면서 소리를 지릅니다. 이에 미연이 종교적으로 대답을 하자 동욱은 미연한테 욕을 하고 질려서 집에서 나가 버립니다.
대학교에 머물고 있는 동욱을 찾아간 미연은 교내 벤치에 앉아서 이혼을 먼저 꺼냅니다. 동욱이 이혼하고 싶다고 하면 이혼해 줄 거냐고 묻자, 미연은 이혼해 주겠다고 말하면서, 대신 조건을 말합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자신과 아이 두 명이 살아야 하니까 동욱이 채무를 해결하고, 동욱을 교수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 5000만 원도 해결하고, 동욱의 형 수술비로 들어간 돈 3000만 원도 해결해라’는 것이 그 조건입니다. 동욱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을 하게 됐으니까 동욱은 미연의 조건을 충족해야 이혼을 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은 혼인 중 상호협력에 의하여 이룩한 공동재산의 청산과 이혼 후에 경제적으로 곤궁을 겪게 되는 당사자에 대한 부양을 그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인관계의 파탄에 책임있는 배우자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이런 점에서 유책배우자의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와 다릅니다. 재산분할의 대상은 부부가 결혼생활을 하며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 즉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되는데, 여기서 협력은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 외에 가사전담을 통한 내조 등도 모두 포함됩니다. 영화에서 미연과 동욱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둘 중 한 명이 결혼 전부터 소유하고 있던 재산이 아니라면 혼인 중에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보는 것이 원칙으로, 동욱이 바람을 폈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미연한테 아파트를 넘겨줄 필요는 없고 각자 기여도에 따라 분할해야 합니다. 미연의 말대로 미연이 아이들과 살 집이 필요해서 아파트를 가지면 동욱은 현금으로 재산을 분할받는 등 적극재산을 분할해야 합니다.
동욱을 교수로 만들기 위해서 들어간 돈 5000만 원은 동욱이 갚아야 할까요. 판례 입장은, 혼인 중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의 도움으로 변호사, 의사, 회계사, 교수 등 장래 고액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을 취득한 경우에는 이 능력이나 자격으로 인한 장래 예상 수입 등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데 참작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혼인 중에 자격증 등을 취득하면 다른 일방의 내조가 기여했다는 것을 인정하되, 기여한 금액을 산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재산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데 참작하는 것입니다. 미연의 주장처럼 동욱이 교수가 되는데 5000만 원이 들어갔다고 해서 동욱이 현금으로 갚아야 할 필요는 없고 재산분할 액수를 정할 때 동욱이 교수가 되기까지 미연의 내조를 인정해서 금액적으로 더 유리하게 분할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연은 시아주버니의 수술 비용으로 3000만 원을 동욱 몰래 지출했는데, 이 금액은 미연이 시아주버니한테 무상으로 준 돈이 아니라면 빌려준 돈으로 보는 게 맞을 겁니다. 즉, 시아주버니가 3000만 원의 채무자이고 미연은 3000만 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이 채무를 동욱이 대신 갚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혼 여부와 무관하게 미연은 시아주버니에 대해 채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으므로 변제기에 돈을 받으면 되는 것이죠. 그러나 현실은 미연이 혼인 중이기 때문에 남편의 형한테 수술 비용을 빌려줬을 가능성이 높고, 이혼을 하게 된다면 동욱이 형의 채무를 대신 갚고 나중에 형한테 구상받는 것이 현실적인 정서에 좀 더 맞겠지요.
2. 꽃바구니 주문은 도급계약이므로 손님은 꽃바구니가 완성되면 돈을 지급해야 합니다.
희숙은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손님이 아버지 생신 꽃바구니 주문을 합니다. 손님의 예산이 5만 원이라고 하자 희숙은 그 예산에 맞춰 꽃바구니 제작을 마치고 리본까지 달아 놓았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손님이 전화로 꽃바구니가 필요 없어졌다고 하자, 희숙은 다른 생일 꽃주문이 있어서 거기에 사용하면 된다고 거짓말을 하고 전화를 끊은 후 다 만들어 놓은 꽃바구니를 망가뜨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손님처럼 꽃바구니 주문을 해 놓고 필요 없어지면 주문을 취소할 수 있을까요. 꽃바구니 주문은 도급계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도급계약이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대가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건물신축 도급계약 등입니다. 도급에서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면 보수를 전액 지급해야 하고, 일을 완성할 때까지 생기는 위험은 수급인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예를 들어 희숙이 꽃바구니를 만들어야 하는데 갑자기 바구니가 다 떨어져서 바구니를 급하게 사느라 평소보다 비싸게 샀어도 비싸게 준 비용을 손님한테 청구할 수는 없고 처음에 정한 보수만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일을 완성하면 도급인은 약정한 보수를 지급해야 합니다. 영화에서 희숙은 생일 꽃바구니 주문을 받아 다 만들었고 비록 나중에 손님이 꽃바구니가 필요 없어져서 가져가지 않더라도 5만 원은 지급해야 하는 것이죠. 현실에서는 미리 돈을 받거나 일부라도 받아 놓는데 영화에서 희숙은 후불 약정을 하면서 돈을 떼이게 된 것입니다. 영화 <세자매>의 법률상 쟁점을 살펴보았습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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