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실사화 콘텐츠에서의 오리엔탈리즘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 넷플릭스 제작의 '디펜더스' 중 한 명인 아이언 피스트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명의 시리즈다. 원작 코믹스의 아이언 피스트에서 각색을 거쳐 같은 듯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었지만 평가는 좋지 않았다. 비단 아이언 피스트라는 작품에 녹아 있는 어떤 편견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디펜더스 네 명의 시리즈 중 가장 혹평을 들었던 것 역시 사실이었다.
2018년 제작을 발표한 이래 펜데믹 사태로 인한 제작 및 개봉 연기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드디어 2021년으로 개봉일을 확정 지은 영화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는 최근 외신을 통해 영화에 아이언 피스트의 등장 가능성을 암시했다. 영화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아이언 피스트>의 전적을 돌이켜 보면...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원작 코믹스에서 샹치와 아이언 피스트는 친구 사이로, 뉴욕시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같이 싸우기도 했으며 캐릭터 설정상의 공통점도 많다. 실제로 이런 관계성에서 착안해 먼저 실사화되었던 <아이언 피스트>에 샹치가 등장한다는 루머도 있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기는 했지만 디펜더스 멤버 중 가장 혹평을 들었던 데다가 인기도 높지 않았고, 히어로 시리즈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를 액션 신 면에서도 반응이 나빴기 때문에 결국 인지도는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는 아이언 피스트였기 때문에, 4 페이즈의 공식적인 라인업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푸쉬를 받고 있는 샹치의 솔로무비에 재등장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아이언 피스트에게 있어서는 어떤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넷플릭스의 <아이언 피스트>는 오리엔탈리즘 논란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거기에 디즈니의 최근 행보로 미루어 볼 때 동양 문화에 대해 훌륭하게 표현해 낼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은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언 피스트가 다시금 새롭게 선보이게 될 거라고 마냥 기대를 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아이언 피스트는 뉴욕 출신의 백인 남성 캐릭터이지만, 뉴욕의 부호였던 아버지가 과거에 맺었던 인연으로 비밀스러운 도시인 곤륜(실사화에서는 쿤룬)에서 10년간 수련을 받는다. 수련 끝에 용 샤오라오와 싸워 이기고 용의 심장을 얻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아이언 피스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언 피스트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문신이 바로 용의 심장을 의미하는 것.
어린 소년이었던 대니 랜드는 아이언 피스트가 되어 아버지의 사업 파트너였던 해럴드 미첨에게 복수하기 위해 뉴욕으로 돌아왔고, 이후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뉴욕시의 히어로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아이언 피스트의 히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능력의 근본은 샤오라오에게 이겨 얻은 용의 심장에서 나오는 기(氣)인데, 10년의 단련을 통해 얻은 수준급의 무술실력에다 기를 이용한 정신공격도 할 수 있다. 격투술은 세계관 내에서는 그를 능가할 자가 없을 정도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맨손 전투의 달인이다.
전투 기술과 격투술의 달인인 데다가 동양계의 무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아이언 피스트는 샹치와 공통점이 많은데, 쿵푸를 비롯한 중국권법의 마스터인 샹치와 아이언 피스트는 코믹스에서도 같은 적에 맞서 팀으로 싸우기도 했다. 때문에 드라마 <아이언 피스트>의 제작 단계에서도 샹치가 등장할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으나 실제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데미갓과 초인이 판치는 히어로 월드에서 별다른 무기 없이 맨손으로 격투를 벌이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건 꽤 재미있는 지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벤져스에서도 (일반인의 범주는 아득히 넘어갔지만) 초인적 능력이 없는 캐릭터들은 주요 전투에서 강력한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들이 나름의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을 맨손 전투 면에서 확실하게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어필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샹치도 아이언 피스트도 동양계 권법을 사용하는 캐릭터이며, 특히 샹치의 경우에는 쿵푸의 달인으로서 중국 무술의 특징적인 요소들이나 동양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서사 전개와 설정 등이 필수적일 수 있다. 허나 지금까지 디즈니가 보여 준 동양 문화에 대한 서사가 그리 긍정적이지는 못했다는 사실이 어쩐지, 발목을 잡는다.
마블 스튜디오의 모체라고 할 수 있는 디즈니는 <뮬란> 실사화(물론 평은 혹독했으나)를 비롯해 최근 아시아계 캐릭터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마블 코믹스에서도 아시아계 히어로들의 팀인 '뉴 에이전트 오브 아틀라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인 바 있기도 하다.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는 이런 디즈니의 행보에서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이제까지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적은 있었어도 본격적으로 아시아계 히어로들이 영화의 주역으로 등장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스트레인지 박사를 소서러 수프림으로 성장시키는 스승이었던 에인션트 원 역시 원작 코믹스에서는 티베트계 남성이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틸다 스윈튼이 배역을 맡아 백인 여성으로 변경되었으며, 이 때문에 캐스팅 논란과 더불어 화이트 워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헬렌 조 역시 구체적인 캐릭터 설정이 없어 배우 수현이 직접 캐릭터 해석을 해야 했으며 그나마도 영화에서 중요한 비중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국계이기는 하지만 동양인 히어로가 처음으로 등장하며, 거기에 어떤 영화의 사이드킥이나 조역이 아닌 주역이 되어 솔로무비로 제작된다는 점은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좋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이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아시아, 중국의 풍경이 그들이 직접 언급한 것처럼 '현실'적일까? 아직은 지켜볼 일이다.
물론 마블 스튜디오는 제작 단계에서 이런 맹점들을 최소한으로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주인공 샹치 역에 시무 리우, 만다린 역에 양조위, 장 난 역에 양자경 등 걸출한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은 물론 동양계 감독과 각본가를 선택했다.
본래 아버지인 푸 만추에게 맞서 싸워야만 하는 히어로적 숙명을 갖고 있었던 샹치였으나 제목부터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로 낙점되어, 만다린을 수장으로 두고 있는 '텐 링즈'의 위협에 대적하는 것이 주요한 스토리일 것으로 보인다. 아이언맨 1편부터 조직의 존재는 여러 번 거론되었으나 실질적으로 두드러진 바 없었던 만다린과 텐 링즈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풀릴 것이라는 사실 역시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넷플릭스 시리즈로서도 큰 인기를 얻지 못했던 데다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 시작으로 인해 넷플릭스의 마블 드라마가 잇달아 취소되면서 시즌 3도 영영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아이언 피스트가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시금 등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 역시 꽤나 기대감을 갖게 한다.
걱정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MCU에서 이제까지 등장한 적 없었던 동양인 히어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점은 물론 아이언 피스트에게도 어떤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지켜볼 만하다. 더불어 아이언 피스트가 등장할 수 있다면 디펜더즈의 여타 멤버들 역시 MCU에서 다시금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조금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