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말랑말랑한 반죽이 둥글게 부풀어 오릅니다. 겉은 딱딱하고 속은 부드러운,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빵, 캄파뉴가 타다닥 소리를 내며 구워집니다. 쪼르륵 물을 따라내면 드리퍼 안에는 거품이 일며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이 내려옵니다. 이곳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홋카이도 츠키우라에 위치한 아늑한 카페입니다.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로 온 젊은 부부 리에(하라다 토모요 분)미즈시마(오오시미 요 분)는 카페 마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내 리에는 요리와 커피를 담당하고, 남편 미즈시마는 빵을 굽습니다. 카페 2층에는 여행객을 위한 아늑한 방도 마련되어 있죠. 그래도 한적한 동네라 외지인보다 동네 사람들이 더 자주 찾는 가게입니다. 초록빛 초원으로 둘러싸인 통나무집, 그 뒤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만으로도 영화는 이미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카페는 도시인의 로망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며 제철 재료로 만든 슬로푸드를 먹고 때론 느린 걸음으로 산책을 하고, 이웃들과 카페 밖의 테라스에 모여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삶.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각박한 도시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일 중 하나죠. 동이 트자마자 복잡한 출근길에 나서야 하고, 밥을 먹는 시간도 줄여가며 일에 매달려야 하는 직장인들이 많으니까요. 그런 일상에 지쳤다면 이제부터 이 카페에서 펼쳐질 홋카이도의 사계절 이야기에 주목해주세요.

리에와 미즈시마 부부가 만드는 음식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절로 환해집니다. 여름이면 직접 기른 신선한 재료들로 잼을 만들고 노랗게 익은 커다란 호박으로는 달콤한 수프를 끓입니다. 가끔은 이탈리아 요리인 바나 카우다를 만들기도 하는데, 앤초비와 우유, 마늘, 올리브 오일 등을 섞어 끓인 뜨거운 소스에 갖은 채소를 곁들이면 완성되는 요리입니다. 겨울에는 뿌리채소와 고기를 같이 삶아서 스튜를 끓이거나 따끈따끈한 팥빵을 만들어 먹기도 하죠. <해피해피 브레드>에 등장하는 다양한 계절메뉴는 그야말로 오감을 자극합니다.

동네 사랑방처럼 여겨지던 카페 마니에 언젠가부터 외부 손님들도 하나둘 늘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손님은 실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홋카이도를 찾은 가오리입니다. 그녀는 사랑의 상처를 숨기고 싶어하지만 실연의 상처는 쉽게 드러나는 법이죠. 그녀에게 위안을 주는 건 다름 아닌 미즈시마의 빵입니다. 정성이 듬뿍 담긴 토마토 빵과 그녀의 생일을 기념해 준비한 달콤한 구겔호프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받게 되죠.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소녀 스에히사에게는 리에의 요리가 특효약입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에 대한 미움이 가득한 소녀에게 푸근함이 가득한 리에의 호박죽은 아빠와 화해하도록 돕는 매개체가 되거든요. 죽음을 문턱에 둔 노부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리에와 미즈시마의 요리입니다.

영화는 <해피해피 브레드>라는 제목에 맞게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빵이 자주 등장합니다. 직접 키워서 수확한 밤을 까서 만든 밤빵, 사과와 벌꿀을 넣어 만든 빵, 오래 숙성시켜 만드는 깜파뉴, 토마토를 얹어 굽는 포카치아까지 군침 도는 빵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죠. 특히 영화의 오프닝에도 등장하는 깜파뉴는 프랑스의 시골빵이라고도 불리는 대표적인 자연 발효빵인데 영화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오래전 프랑스에서는 아주 큰 사이즈의 깜파뉴를 구워 한 가족이 길게는 일주일 동안 식사로 나누어 먹었다는 풍습 때문에 나눔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런 의미를 가진 음식들을 영화의 중간중간에 배치하며 서로 나누고 소통하는 삶과 요리의 즐거움을 전달합니다.

부부의 이웃인 유리공예 작가 요코의 작업실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하고 싶을 때는 하고 싶은 일을.’ 누구나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행할 수 없기에 우리의 삶은 가끔 지치고 팍팍합니다. 오늘 하루, 그런 일상에 힘들었다면 잠들기 전에 이 영화를 감상해보세요. 현실과는 다른 영화 속 이야기가 지친 마음을 달래줄지 모르니까요.


영화 속 메뉴 따라하기

미즈시마의 빵은 일단 화덕에서 굽기 때문에 감칠맛과 구수함이 더해지는 건 기본, 제철 재료를 고집해 영양도 최고일 겁니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나도 빵을 굽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텐데, 망설이지 말고 실천해보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답니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버전의 포카치아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포카치아>

재료
강력분 300g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6g 설탕 18g 소금 5g 180g 올리브오일 30g
올리브 10 , 로즈마리 잎 6-7, 여분의 올리브오일 적당량

만들기
1. 강력분에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설탕, 소금이 서로 닿지 않게 넣고 섞은 뒤 물을 넣어 가볍게 치대 반죽한다.
2. 1에 올리브오일을 넣고 재료가 어우러지도록 치댄 뒤 끈기가 생길 때까지 15분가량 더 반죽한다.
3. 반죽이 매끄러워지면 비닐이나 젖은 면 보자기를 덮어 두 배 크기로 부풀도록 따뜻한 곳에 1시간가량 둔다.
4. 부푼 반죽을 가볍게 쳐서 가스를 뺀 뒤, 올리브 오일을 바른 오븐 팬에 둥글 넓적하게 펼친다.
5. 그 위에 다진 올리브와 로즈마리를 얹은 뒤 윗면에 여분의 올리브오일을 바른다.
6. 5의 반죽을 그대로 따뜻한 곳에서 두 배 가까이 부풀도록 약 40분간 둔다.
7. 반죽이 부풀면 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20분가량 구워낸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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