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씨가 ‘다시’ 만나시겠답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두번째 이야기 <50가지 그림자: 심연>이 2월9일 개봉했습니다. ‘엄마들의 포르노’라느니 ‘성인들의 해리포터’라느니…. 원작 소설이 그쪽(?)에서 워낙에 네임드였기에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또한 뜨거운 관심을 모았죠.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국내 관객의 반응은 재앙 수준이었는데요. 언플이란 언플은 다 해놓고 (모든 관객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을) 원작의 하드코어 섹스 장면을 ‘맛보기’ 정도로만 묘사했다는 점, 캘빈 클라인 언더웨어 모델 출신 핫바디 그레이씨의 영혼 없는 연기(그렇지만 “네가 내것이었다면 일주일 동안 넌 앉지도 못했을 거야”, “한 번만 더 눈알을 굴리면 내 무릎 아래 엎드리게 만들어 주지” 등의 대사라면 나라도… ㅠㅠ), ‘허접한’ 막장 전개 등으로 욕만 잔뜩 먹고 퇴장했었죠.
그런 시리즈가 심기일전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과연, 후속작 <50가지 그림자: 심연>은, 임성한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는 둥, 남자주인공의 벨트보다 우리 엄마 파리채가 더 가학적이라는 둥 별별 수모를 다 겪어야 했던 전작의 불명예를 씻어낼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재밌게 봤습니다.
자,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1. 감독 교체
전작은 샘 테일러 존슨이 연출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될 무렵, 원작 소설의 주 독자층과 비슷한 연령대에다 무려 23살이나 어린 배우 애런 존슨과 결혼한 그의 관록(?)과 경력(!)에 기대하는 바가 컸지요.
영화의 핫함은 수위 묘사 자체보다 성적 긴장감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전작은 거기서 완전히 실패했어요. 하지만 원작의 명성 덕에 월드와이드 수익 5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성적은 꽤 쏠쏠했습니다. (비록 한 주만에 드롭율이 70여%나 되긴 했지만.)
자연스레 바로 후속편 제작이 확정됐고, 후속작도 샘 테일러 존슨이 하려다 원작자 E.L. 제임스와의 지속적인 갈등으로 끝내 하차가 결정됐습니다. 교체된 감독 제임스 폴리는 미드 <트윈 픽스>(1990) <한니발>(2013) <하우스 오브 카드>(2013)의 연출에 참여한 사람입니다. 어쩐지….
<50가지 그림자: 심연>을 보는데 종종 뜬금포로 튀어나오는 스릴러 무드에 당황했습니다. ;;
2. 익숙한 막드의 향기
놀라울 정도의 태세 전환입니다. 다같이 아침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줄 알았어요. (꿀잼! 야광봉!!!)
후속작을 요약하자면, 아나스타샤(다코타 존슨)의 그레이(제이미 도넌) 구여친 극복기입니다. 전작에서 15살의 그레이를 SM플레이 욕망에 눈뜨게 한 ‘엄마 친구’, 로빈슨 부인이 아나스타샤 앞에 나타납니다.
로빈슨 부인, 엘레나 링컨은 <나인 하프 위크>(1986)의 섹스 심벌 킴 베이싱어가 연기합니다.
영화는 무려 킴 베이싱어에게 “너따위는 그를 붙잡아 둘 수 없어”st의 구여친 레파토리를 읊게 해요.... ㅠㅠ ㅇㅏ..감독형....
엘레나 링컨은 거대 미용실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드레스업을 위해 아나스타샤를 엘레나에게 데려갑니다. (미친, 넌씨눈!)
여차저차 그레이의 첫번째 구여친과 영 좋지 못한 방식으로 만나게 된 아나스타샤의 수모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또다른 구여친 레일라(벨라 헤스콧)에게 이런저런 신변의 위협을 당하기도 해요.
스포 위험으로 여기서 말하기는 힘든 막장 전개가 펼쳐집니다. 등장인물의 등·퇴장, 편집 타이밍에 주목해주세요!
3. 관계 역전
제임스 폴리 감독은 이 시리즈가 나아갈 방향을 대폭 수정한 듯 보입니다. 전작이 어둡고 관능적인 소프트 포르노를 지향(하려다 망)했다면, 후속작은 (뜬금포 스릴러를 장착한) 로맨틱 코미디(!)에 보다 가까워졌습니다.
전작은 자신을 지배하려고 하는 그레이의 난폭함에 질린 아나스타샤가 끝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고 그레이의 ‘붉은 방’을 나서며 끝이 났죠. 후속작은 두 사람의 달달한 ‘바닐라 연애(Vanilla Relationship)’에 집중합니다.
사랑하는 아나스타샤가 떠나자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아나스타샤의 제안으로 “규칙도, 비밀도 없는” 사랑을 나누기로 약속하죠. 그레이는 자신에겐 맞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반적인 연애의 과정을 아나스타샤와 함께 즐기기 위해 애씁니다.
영 앤 핸섬, 거기다 리치까지 겸비한 그레이가 순정만화 속 남자주인공 행세를 하기 시작합니다. 퇴근 시간에 맞춰 아나스타샤를 데리러 오고, 위기에 빠진 아나스타샤를 구하려 직접 나서고, 근처 카페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아나스타샤의 집에서 같이 잠을 자기도 합니다.
우리 그레이가 달라졌어요♥
4. 매력 업글한 아나스타샤
풋풋한 대학생이었던 아나스타샤가 취직도 하고, 남친도 사귀면서 여러모로 렙업을 했더라고요! 후속작 찍는 동안 몸매 관리도 빡세게 했는지 그레이나, 아나스타샤나 친근함 1도 없는 자비리스 몸매를 과시해줍니다. 속옷만 입고 나오는 장면이 하도 많으니 뭐….
특히 ‘은빛 새틴 드레스’를 입기 전, 섹시 란제리 풀착장한 아나스타샤의 모습은 에디터도 반했을 정도! 또한 출판사에 취직해 뛰어난 감식안과 편집 감각을 인정받으며 커리어 면에서도 승승장구합니다.
편집팀장 잭 하이드(에릭 존슨.. <스몰 빌>에선 이렇지 않았잖아 ㅠㅠ)가 껄떡대기도 하지만 아나스타샤가 알아서 적절한 선조치(!)를 취합니다. 그리고선 그레이에게 달려가 안겨 울면서 후속 조치를 독려(?)하기까지…. 더 이상의 언급은…naver.
아무튼 아나스타샤가 여러모로 치밀해졌습니다! 사랑꾼 그레이와의 밀당도 수준급으로 리드합니다.
껄떡남 잭의 부들부들로 끝맺는 <50가지 그림자: 심연>의 후속작 <50가지 그림자: 해방>은 2018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복합적인 치정극이 되어가는데요. 한층 흥미진진해진 두번째 시리즈를 건너 세번째 시리즈에선 어떤 다채로운 막장을 선보일지! 후속작의 후속작이 더욱 기다려집니다.
코 옆에 점 찍고 돌아올 잭을 기대해주세요!
씨네플레이 에디터 윤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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