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자>. 넷플릭스가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습니다. 상당수 언론에서 이를 두고 한국영화 두 편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옥자>는 한국영화일까요? 애매합니다. 씨네플레이는 <옥자>의 사례에서 비롯된 궁금증을 해결해보려 합니다. 한국영화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을까요? 있다면 그 기준은 뭘까요? 지금부터 알아봅시다.

<라스트 스탠드>에 출연한 아놀드 슈왈제너거(왼쪽)와 김지운 감독.
<스토커> 촬영현장의 미아 바시코프스카(맨 왼쪽)와 박찬욱 감독.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잇따라 할리우드에 진출했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니콜 키드만, 미아 바시코프스카가 출연한 <스토커>를, 김지운 감독은 아놀드 슈왈제너거가 출연한 <라스트 스탠드>를 연출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이 다수 참여한 <설국열차>와 <옥자>를 연출했습니다. 또 한국 감독, 배우, 스탭이 참여한 중국과의 합작영화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영화’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문의했습니다. 영진위에는 ‘공동제작영화의 한국영화 인정 업무규정’이 있었습니다. 이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입니다. 아래 영진위 사이트에서 한국영화 인정 신청도 할 수 있습니다.

심사 기준도 명확하게 있습니다. 심사 기준표를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심사 기준표는 제작사, 언어, 소재, 창작자, 배우, 참여 인력, 촬영장소 별로 분류하고 각 항목별 점수를 통해 한국영화 인정 기준을 제시합니다. 총 10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면 한국영화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출자 비율에 대한 기준입니다. 공동제작 영화가 한국영화 인정 심사를 받으려면, 참여 국가가 두 곳일 경우 한국 영화사가 20% 이상 출자해야 하고, 참여 국가가 세 곳 이상이면 한국 영화사를 포함한 각 주체가 각각 10% 이상 출자해야 합니다.

<옥자>가 한국영화인지 미국영화인지에 대한 답이 나왔네요. <옥자>는 미국 회사인 넷플릭스가 100% 출자한 영화입니다. 영진위 기준에 따르면 <옥자>는 한국영화 인정 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 한국영화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얘기죠. 게다가 <옥자>는 국내 촬영 당시 해외영화가 대상인 영진위 로케이션 촬영 지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만약 <옥자>에 한국 자본이 20% 이상 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래 영진위 심사 기준표에 맞춰 점수를 매겨봤습니다. 에디터가 임의로 채점한 것이긴 하지만, 33점이 나왔습니다. 한국영화로 인정될 수도 있겠습니다. 감독, 제작자, 주연배우 항목의 점수가 큽니다.

영진위 한국영화 인정 심사 기준표에 따라 에디터가 <옥자>의 채점을 임의로 해봤습니다. 총점 33점입니다.

영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영화 인정 신청은 영진위에서 제공하는 지원을 받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영진위 지원 사업은 영화발전기금이라는 일종의 세금에서 집행되기에 한국영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아, 한국영화 인정은 극장 개봉시 스크린쿼터제도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영진위 국제사업팀 담당자는 “모든 합작영화가 한국영화 인정 신청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난해 개봉한 한중 합작영화 <나는 증인이다>와 <엽기적인 그녀 2> 등이 한국영화 인정을 받았다”고 알려줬습니다.

참고로 봉준호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는 글로벌 프로젝트이긴 하나 CJ엔터테인먼트가 100% 투자했으므로 한국영화로 분류하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한국 자본이 투입됐고 한국 감독, 배우가 참여했으므로 한국영화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영진위에 따른 한국영화 기준은 명확하게 있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영화인들에게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마더>와 <옥자>에 참여한 서우식 옥자유한회사 대표 역시 <옥자>가 아니라 일반적인 영화에 대한 의견이라는 전제로 영진위와 비슷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한국영화인지 아닌지는 제작사가 어디에 소재하고 있는지가 제일 중요한 기준이다. 투자 자본이 두번째 기준이고, 어떤 감독 및 주요 스탭이 참여하는가 등이 일반적인 기준이다.”

최현용 한국영화산업전략센터 소장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그 역시 영진위 기준을 언급하면서 “법적으로 한국영화의 기준은 명확하다”고 했습니다. 최 소장은 영국의 사례를 들려줬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라도 영국 배우가 출연하고 영국 자본이 투자된 경우, 영국에서는 모두 자국영화로 취급한다. 그래서 영국의 자국영화 점유율이 높다.”

국내 개봉하지 않은 영화 <대역전>에는 이정재가 출연합니다. <대역전> 같은 한중 합작영화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는 무조건 중국영화로 분류됩니다. 해외영화로 분류될 경우 중국 법에 따라 심의도 까다롭고 해외영화에 대한 스크린 제한이 있어서 개봉도 어렵다고 합니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옥자>는 외국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가 당연히 외국영화이듯이. 배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고 해서 한국영화라고 한다면 <테이큰2>는 터키 영화다”라고 말했습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옥자>를 외국영화라고 생각한 반면,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한 이도 있습니다. <씨네21> 김성훈 기자의 말입니다.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원래 준비하던 아이템인데 투자만 넷플릭스라는 세계적 기업이 한 것이다. 출발점 자체가 봉준호 감독이 한국을 배경으로 구상한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한국영화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제목도 그렇고 주인공도 그렇다.”

김 기자의 기준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의 경우에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명확하게 외국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김 기자는 “<옥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이자 넷플릭스의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결국 ‘한국 감독의 영화이자 동시에 미국 영화’인 셈입니다.

<옥자>의 제작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씨네21>에 실린 봉준호 감독 인터뷰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옥자>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계기로 한국영화의 기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옥자>가 한국영화인지 미국영화인지가 크게 중요한 문제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옥자>의 칸영화제 진출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한국영화의 쾌거라는 식의 ‘국뽕’에 취하는 건 별 의미가 없는 듯합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영화에 대한 기준은 영진위가 관련 법에 의거해 마련해놓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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