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이야기의 '맛'이 살려면 배우들 개개인의 연기만큼 서로 화합이 잘 돼야겠죠? 그렇지만 영화와 달리 촬영장에서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경우도 꽤 있는데요, 영화 속과 촬영장의 분위기가 달랐던 배우들의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영화 속 환상 케미, 알고 보니 '앙숙 케미'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티저 포스터

최근 가장 유명했던 '앙숙 케미'라면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빈 디젤과 드웨인 존슨일 겁니다. 촬영이 끝난 날, 드웨인 존슨이 SNS에 사진을 게재하며 불거졌습니다. 그는 "함께한 여배우들은 항상 놀라웠고, 그래서 전 그들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남자 배우들은 좀 다릅니다. 몇몇은 진정한 프로페셔널이었지만, 아닌 사람도 있었습니다"(원문은 "My female co-stars are always amazing and I love 'em. My male co-stars however are a different story. Some conduct themselves as stand up men and true professionals, while others don't."입니다)라고 언급했죠.

촬영 종료 이후 드웨인 존슨의 SNS

심지어 다른 사진에서도 빈 디젤을 언급하지 않아 불화설이 더욱 확산됐죠. 이전에 드웨인 존슨이 지각을 자주 한 빈 디젤과 다퉜다는 뉴스가 있었기에 의도적인 '미언급'이란 시각이 많았죠. 이에 대해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제작자이기도 한 빈 디젤이 나태해졌다", "드웨인 존슨이 터줏대감인 빈 디젤을 질투한다",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내용을 연상시키는 노이즈 마케팅이다"라는 반응까지 나왔죠.

최근 드웨인 존슨의 생일을 축하하는 사진이 올라온 빈 디젤의 SNS

빈 디젤은 차후 이와 관련해 "드웨인 존슨과의 불화설은 과장됐다. 우리집에선 '드웨인 삼촌'으로 부를 만큼 친하다"고 언급하며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졌음을 전했습니다. 레티 역의 미셸 로드리게스도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화해했다고 말해 신빙성을 더했고요. 드웨인 존슨도 화해했다고 밝히면서 <분노의 질주> 10편까지 계약을 마쳤다고 전했으니, 마케팅인지 실제 상황인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섹스 앤 더 시티> 드라마 / 영화

이전에 정말 밑도 끝도 없던 불화설을 뽑자면 <섹스 앤 더 시티>의 사라 제시카 파커와 킴 캐트럴이 되겠습니다. <섹스 앤 더 시티>가 영화화되면서 불화설이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영화화 과정에서도 킴 캐트럴이 사라 제시카 파커만큼의 출연료를 요구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었습니다. 킴 캐트럴은 "결코 그렇게 출연료를 요구한 적 없다. 다만 시리즈에 내가 기여한 바가 저평가받고 있는 것 같아 더 좋은 조건을 요구했다"고 해명했죠. 드라마 당시에도 사라 제시카 파커가 프로듀서로 합류하면서 둘의 불화가 시작됐다는 말도 많았고요.

킴 캐트럴의 생일을 축하나는 사라 제시카 파커

배우들도 이런 불화설을 신경쓴 건지, 각자 서로의 우정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촬영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로 예민해진 적도 많았지만, 일이 없을 때도 따로 만나서 놀 정도로 친하다고요. 이후 사라 제시카 파커의 신작 영화 행사에 킴 캐트럴이 참석하는 등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불화를 루머로 치부하게 만들었습니다.

로맨스 케미는 불화에서 시작?

서로 사랑해야 하는데 헐뜯고 있다면? 그런데도 영화가 괜찮을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 재개봉까지 했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노트북>은 처음에 두 배우의 신경전으로 촬영 중단되기도 했답니다. 

<노트북>

심지어 라이언 고슬링이 여배우를 교체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감독이 직접 밝혔고요. 다행히도 닉 카사베츠 감독이 두 사람의 관계 진전을 위해 촬영 후 서로의 불만을 속시원히 말하는 시간을 마련했고, 그 결과 두 사람은 불화 해소는 물론 실제 커플(!)로 거듭나기도 했었습니다. 감독님은 중매쟁이 하셔야 할 듯

두 사람이 사이 안 좋을 때 감독님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이같은 '중매'가 또 있었습니다. <더티 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와 제니퍼 그레이는 이전에 <젊은 용사들> 촬영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군요. 그래서 제니퍼 그레이가 <더티 댄싱>에 출연하지 않으려 한 것을 패트릭 스웨이지가 설득해 출연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젊은 용사들> / <더티 댄싱>

스크린 테스트 촬영 때는 호흡이 좋았지만, 정작 실제 촬영에 들어가자 다시 불화의 기미를 보여 (이런 오락가락하는 분들) 감독과 작가가 본 촬영을 멈추고 스크린 테스트 촬영을 다시 지시했답니다. 그래서 다시 훈훈한 분위기를 끄집어낼 수 있었고, 두 사람의 리허설 장면이 영화에 들어갈 만큼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하네요. 할리우드 감독님 다들 관계 전문가 수준…

<로미오와 줄리엣>

희대의 커플 로미오와 줄리엣.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첫눈에 반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겠죠? <로미오와 줄리엣>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클레어 데인즈는 대중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서로에게는 첫 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아마도 '넌 뭐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두 사람.

클레어 데인즈는 디카프리오를 보고 "미성숙하다"고, 디카프리오는 데인즈에게 "늘 초조해한다"고 깠다 언급했답니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디카프리오의 슬픈 독백 연기에 죽은 척하고 있어야 할 데인즈가 흐느꼈을 정도로 서로 마음을 열고 관계가 호전됐다고 합니다. 

이 장면이라고 합니다.
연기력만큼 까칠했던 명배우들

배우들도 완벽한 사람은 아닙니다. 이름난 명배우들도, 어쩌면 이름난 배우라서 더 까칠한지도 모릅니다. <머시니스트> <배트맨 비긴즈> <프레스티지> <아임 낫 데어>로 전성기를 찍던 크리스찬 베일은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서 촬영감독에게 욕을 하는 음성이 유출돼 이미지가 크게 실추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이었을까요.

극적인 장면을 앞두고 극중 감정에 몰입하고 있는데 쉐인 하버트 촬영감독이 조명을 바꾸려고 했다는 것 때문이었는데요, 당시 필모그래피를 보면 너무 많은 일과 체중 조절 때문에 더 예민했던 거 같습니다.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은 2009년 개봉입니다.
<스코어>의 말론 브란도
요다의 목소리 주인공 프랭크 오즈 감독 / 포지 베어와 미스 피기

전설적인 명배우 말론 브란도는 유작인 <스코어>에서 프랭크 오즈 감독을 얕봤다는군요. 성우 출신 오즈 감독에게 '포지', '미스 피기'라고 했답니다. 그가 성우 시절 연기했던 캐릭터 이름이죠. 이렇게 못살게 굴다 보니 결국 오즈 감독은 말론 브란도에게 연기 지시를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로버트 드 니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말론 브란도에게 전하도록 했답니다. 대배우도 명배우 앞에선 리모콘 행

<스코어>의 스틸컷이지만 이런 장면이 연출됐겠죠? 선배님, 이 장면은 좀 더 이렇게…
<로얄 테넌바움>

<로얄 테넌바움>에서 진 해크먼은 역대급 코미디 연기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함께 일했던 이들에겐 지옥과도 같은 현장을 선사했다네요. 진 해크먼과 웨스 앤더슨 감독의 사이가 좋지 않아 안젤리카 허드슨, 빌 머레이 등 동료 배우들까지 힘들게 했다는군요. 심지어 빌 머레이는 촬영이 없는 날인데도 진 해크먼으로부터 웨스 앤더슨 감독을 보호하기 위해 촬영장에 나왔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진 해크먼이 은퇴를 선언한 걸 생각하면 당시 연기에 흥미를 잃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미녀 삼총사>

사실 빌 머레이도 '불화설'의 아이콘이었죠. <미녀 삼총사> 촬영 당시 루시 리우에게 "넌 연기도 못하면서 여기 왜 있는 거냐!"라고 외쳤다가 화난 리우에게 맞을 뻔하고, 결국 속편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후 빌 머레이는 "촬영을 준비하다가 '어떻게 그런 대사를 할 수 있어?'라는 말을 했는데 루시 리우가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화를 냈다. 아마 본인도 나만큼 그 대사가 싫었던 거 같다"는 조롱 같은 해명을 했습니다. 속편 하차는 본인 원해서 한 것이라고 첨언하기도 했죠.

감독과 배우의 관계는 과연?
<아이언 맨 2> / <토르: 천둥의 신>

배우끼리뿐 아니라 감독과의 불화도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는 감독이 아닌 스튜디오와의 불화도 만만치 않죠. 마블 영화에서 하차한 배우들은 대개 마블의 제작 시스템에 불만을 표했습니다. 대표적인 건 역시 배역을 위해 교도소 생활까지 체험했는데(!) 캐릭터가 바뀐 미키 루크, 감독을 추천해줬더니 하차시켜서 화난 나탈리 포트먼이 있죠.

<배트맨 포에버> 발 킬머 / 토미 리 존스

이전에도 히어로 영화에서 그런 불화가 있었습니다. <배트맨 포에버>의 조엘 슈마허 감독과 발 킬머인데요, 까탈스러운 발 킬머를 두고 슈마허 감독은 "유치하고 설명이 불가능한 인물이다"라고 말했다네요. 심지어 둘은 촬영장에서 2주 동안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영화는 텔레파시로 찍으셨나 또 토미 리 존스도 막상 대본을 받아보니 원작의 '투 페이스'와 달라 실망했고 감독과 의견이 맞지 않아 촬영장에서 싸우고 화를 내는 등 악명을 떨쳤다네요.

스티븐 스필버그와 줄리아 로버츠 사이에도 불화 아닌 불화가 있었답니다. <후크>를 찍을 당시 줄리아 로버츠는 키퍼 서덜랜드(미드 <24>의 그 분이죠)와 헤어졌는데요, 기자회견을 하기 싫다고 아일랜드로 도망갔습니다. 잠수의 스케일도 남다른 할-리우드. 그래서 스필버그 감독이 "당장 안 돌아오면 해고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하네요. 촬영 중에도 줄리아 로버츠는 당시 익숙치 않은 그린 스크린 촬영 탓에 까탈스럽게 굴어서 '팅커헬'이란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캅아웃> / 케빈 스미스 감독이 연기한 사일런트 밥

가장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는 여기 있습니다. 감독과 배우가 서로 '쌍욕'을 했습니다. 국내 미개봉작인 <캅아웃>의 케빈 스미스 감독과 브루스 윌리스입니다. 함께 <다이하드 4.0>을 작업했는데, 현장에선 좋지 않은 일들뿐이었습니다. 브루스 윌리스는 "케빈 스미스가 마리화나(!)를 피우느라 배우들과 대화하지 않는다"고 했고, 이에 케빈 스미스는 "브루스 윌리스가 내 연기 지도를 듣지 않는다"며 "그와의 작업은 '멘붕'에 가까웠다"고 대꾸했죠.

이에 브루스 윌리스가 "난 브루스 윌리스로 25년 동안 성공해왔는데, 사일런트 밥(케빈 스미스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서 직접 연기한 캐릭터입니다), 넌 얼마나 오랫동안 성공했냐"며 'F 워드'를 쓰고, 케빈 스미스도 브루스 윌리스에게 "함께 작업했던 사람 중 가장 불쾌하고 비열한 인간"이라며 'F 워드'를 날렸습니다. 나중에 케빈 스미스는 브루스 윌리스의 트레일러에 구멍을 세 개 내기도 했다는군요.


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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