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모바일 예매가 보편화된 지금, 이런 걱정은 사실 '농담'에 가깝다.

하지만 (에디터처럼 소심한 사람을 포함한) 어떤 영화 팬들은 어떤 영화 제목에 "이건 현장 구매 못하겠네요"라고 농을 던지곤 한다.

앞으로 소개할 영화들은 티켓박스에서 직원에게 "☆★○●◇ 두 장 주세요"라고 말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제목을 살펴보자.
 

가장 최근 사례는 바로 이것.
<지랄발광 17세>.
관객들은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하지만 다소 거친 표현인 건 맞다.

그래서 이 영화, 직원조차 '제목이 너무 쎈가' 싶어서 다른 제목도 염두에 뒀다.
그 '가제'는 아래 이미지에 있다.

사실 어느쪽이든 별반 다를 게 없어서 결국 초안인 <지랄발광 17세>가 됐다.

이렇게 단어가 "쎄서" 참 민망한 제목도 있다.

일부러 쎈 제목에 친절한 부제를 붙였지만 여전히 현장 구매는 어려울것 같다.
"18 두 장 주세요."

작년에 개봉한 백승기 감독의 독립영화도 만만치 않다.

에디터는 "이번주 개봉작 뭐 있냐"고 묻던 동료에게 이 영화 제목을 말했을 때, 그 동료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참고로 백승기 감독의 전작은 이것이다.
다음 작품(과 제목)도 기대된다.

세 글자, 두 글자 제목 흥행작 시대가 오면서 요즘은 긴 제목이 별로 없다. 하지만 다음장에 소개할 영화들의 제목 지금 봐도 숨 찬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무척 길지만 그래도 '홍반장'으로 축약할 수 있다. 양호하다.

여기서 잠깐, 한국영화
긴 제목 베스트는 이렇다.

1.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27자)
2. 눈으로 묻고 얼굴로 대답하고 마음속 가득히 사랑은 영원히 (24자)
3. 열아홉 절망 끝에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 (17자)
3. 내가 성에 관해 알고 있는 몇가지 이야기들 (17자)
3. 따봉수사대-밥풀떼기 형사와 전봇대 형사 (17자)
6.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 (16자)
6.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16자)
6. 사랑하고 싶은 여자 결혼하고 싶은 여자 (16자)

당시에는 온라인/모바일 예매도 없었을테니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 오후 1시 두 장 맞으시죠?"라고 확인해야 했을 매표소 직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고딩 감독>
제목처럼 영화를 촬영하려는 '고딩'들의 이야기를 담은 해외영화다. 참고로 이 영화, 국내 어느 영화제에서 공개됐는데 당시 제목은 이랬다.

잊기도 힘들지만 정확히 기억하기도 힘든 '특별함'이 돋보인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이도 손발의 사라짐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영국식 SF의 정수이자 유쾌한 팬덤을 가진, 유명한 소설이고 영화인 이 작품도 풀네임을 외우기엔 힘이 든다.

줄여도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정도인데 이마저도 길다.

어처구니 없는 부제 때문에 주인공 이름인 '보랏'을 제목으로 정한 게 감지덕지할 정도다.

심지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원제는 <Borat: Cultural Learnings Of America For Make Benefit Glorious Nation Of Kazakhstan>이다.

물론 길이와 상관없이 그저 말하기 민망한 경우도 있다.

<미스터 콘돔>이라든가

<누가 그녀와 잤을까?>라든가

희대의 '창작' 제목인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는 어쩐지 말하는 사람의 도덕성마저 시험에 들게 하는 것 같다.

오역으로 탄생한 '민망 제목'인 <가면의 정사>는

<Shattered>(부서진)가 원제다.

학창시절, 영화 잡지에서 이 영화의 제목을 보고 '이걸 어떻게 표 끊지?'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당시 보고 싶었다는 건 결코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농담'의 끝판왕은
역시 이 영화가 아닐까 싶다.
단어의 강도, 뉘앙스, 어감까지 삼위일체.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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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인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