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은 이별의 영화다. 우리는 휴 잭맨의 울버린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 17년 동안 휴 잭맨은 울버린/로건이었다. 휴 잭맨이 아닌 울버린을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프로페서 X/찰스 자비에는 어떤가. 제임스 맥어보이의 프로페서 X는 아니다.
<로건>을 통해 우리는 패트릭 스튜어트가 연기하는 찰스 자비에와도 헤어져야 한다. 그 역시 휴 잭맨과 마찬가지로 지난 17년간 프로페서 X였다. 7편의 <엑스맨> 영화에 출연했다. <로건>에서 만난 패트릭 스튜어트가 연기한 프로페서 X의 모습은 <엑스맨> 시리즈의 팬이라면 눈물을 감추기 힘들다. 휴 잭맨과 함께 <엑스맨> 시리즈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78살의 배우 패트릭 스튜어트에 대해 알아보자.
패트릭 스튜어트는 1940년 7월 영국 요크셔에서 태어났다. 그는 사실 영화보다 연극 무대에 훨씬 많이 섰던 배우다. 셰익스피어 연극단의 배우로 경력을 쌓았다.
1980년대부터 BBC 등에서 제작한 TV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다. 존 르 카레 소설 원작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1979)와 <스마일리의 사람들>(1982)에서 카를라라는 배역으로 한 장면씩 등장했다. 데이빗 린치 감독의 <사구>(Dune)에도 출연했다. 이 영화는 드니 빌뇌브 감독이 리메이크를 선언한 바 있다.
패트릭 스튜어트는 성우 활동도 꽤 했다. TV 애니메이션 <아메리칸 대드!>에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목소리 출연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 <치킨 리틀> 등에도 참여했으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스팀 보이>의 미국판 더빙에 참여했다. <19 곰 테드>, 팀 버튼 감독의 <크리스마스 악몽>에서는 내레이션을 맡았다. <크리스마스 악몽>의 경우 팀 버튼 감독이 내레이션 부분을 거의 다 잘라내고 목소리를 바꾸긴 했다. 대니 엘프먼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에서는 실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팀 버튼 감독과는 악연인 듯하다. 패트릭 스튜어트는 조니 뎁이 연기했던 <찰리와 초콜렛 공장>의 윌리 웡카 역으로 거론된 적이 있다.
그의 얼굴을 제대로 알리기 시작한 건 역시 TV시리즈 <스타트렉: 더 넥스트 제네레이션>(1987~1994)이다. 지금 30~40대라면 주말 MBC에서 방영했던 <스타트렉>을 기억할 거다. 패트릭 스튜어트는 장 뤽 피카드 선장을 연기했다. 빨강색 유니폼이 눈에 선하다.
미국에서도 패트릭 스튜어트는 인지도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스타트렉>의 예고편에서 그를 ‘영국의 셰익스피어 배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패트릭 스튜어트 자신도 <스타트렉>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영국의 극단과는 다른 자유로운 촬영장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곧 짤릴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6주 동안 그는 짐을 풀지도 않았다.
1987년부터 연기한 <스타트렉> 시리즈의 피카드 선장을 뒤로 하고 패트릭 스튜어트는 2000년, <엑스맨>의 프로페서 X가 된다. 피카드 선장의 이미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그가 다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패트릭 스튜어트 자신도 영국으로 돌아가 연극 무대에 오를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운명처럼 프로페서 X를 만났다. 패트릭 스튜어트는 10대 때부터 탈모가 진행됐다고 한다. 그의 대머리는 프로페서 X가 되기 위한 완벽한(?) 조건이었다.
패트릭 스튜어트는 모두 7편의 <엑스맨> 영화에서 프로페서 X를 연기했다. <엑스맨>(2000), <엑스맨 2: 엑스투>(2003),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더 울버린>(2013),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로건>(2017) 등이 패트릭 스튜어트가 출연한 영화들이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매그니토를 연기한 이안 맥켈런과 패트릭 스튜어트는 연극 배우 시절부터 매우 친한 사이라고 한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는 건 예사다. 2013년 3월 패트릭 스튜어트는 37살 어린 가수 서니 오젤과 세 번째 결혼을 했는데 이안 맥켈런이 사회를 보기도 했다.
최근 패트릭 스튜어트는 <로건>과 별개로 뉴스에 등장했다. 평생 하더즈필드 타운 FC라는 지역의 축구팀을 응원하고, BBC 드라마 <닥터후>의 광팬이며, 2003년 F1 영국 그랑프리에 참석할 정도로 전형적인 영국인인 그가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각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노동당 당원이기도 하다.
미국 시민이건 영국 시민이건 패트릭 스튜어트는 피카드 선장에 이어 프로페서 X로 기억될 것이다. 그가 프로페서 X를 떠나보내는 심정을 얘기한 적이 있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에서 제작한 팟캐스트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휴 잭맨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반대쪽에는 (<로건>의)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앉았다.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했고 나는 만족스러웠다. 영화의 마지막 5~6분 무렵 휴 잭맨이 나의 손을 꽉 잡았다. 그의 눈에는 큼지막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이 내 마음도 흔들어놓았다. 두 엑스맨이 자신들의 영화를 보면서 울고 있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이건 작별 인사(goodbye ending)’구나. 내가 이 영화 이상을 해낼 수 있을까. 지난 며칠 동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지금, 휴 잭맨과 내가 떠나기에 완벽한 시기다. 우리 둘이 없다고 <엑스맨> 시리즈가 죽는 일은 없을 거다.
(의역을 많이 했으니 원문이 궁금한 사람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자.)
<로건>은 늙어버린 두 엑스맨의 완벽한 퇴장이었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프로페서 X에 비하면 패트릭 스튜어트의 프로페서 X는 조연에 가깝다. 그렇다고 그가 아닌 프로페서 X를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의 퇴장에 박수를 보낸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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