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는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란 별명을 싫어한다. 각종 인터뷰 자리에서 싫어하는 여러 이유를 들었다. 왠지 쪼잔한 사람인 것 같아서, 자신의 영화들이 얼마나 정교한 지에만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 같아서, 집요한 디테일을 만든 이는 내가 아니라 연출부와 미술부라고도 말했다. 알고 보면 자신은 허점 투성이라며 '봉테일'이란 별명을 부정한다. 어쨌든 관객들은 그의 영화에 녹아든 여러 디테일을 찾는 것을 즐긴다. 그것이 봉준호 감독의 의도였든 아니었든 말이다. 봉준호의 디테일이 느껴지는 장면과 촬영 일화들을 모았다.


1. 틀린 그림 찾기다. 둘 중 한 장은 실제 사진이고 다른 한 장은 영화 <옥자> 속 한 장면이다. 오바마와 틸다 스윈튼으로 구별할 수 있겠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빈 라덴 사살 작전' 상황을 백악관 룸에서 지켜보는 사진을 영화가 그대로 재현했다. 백악관 사진을 보면 '세계 질서는 우리가 잡는다'는 분위기가 풍기는데 미란도 컴퍼니도 그런 분위기를 내지만 어딘가 뭔가 어설퍼 보이는 느낌을 원했다고. 봉준호 감독은 실제 사진 속과 비슷한 이미지의 인물들을 데려오라고 캐스팅 디렉터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2. <기생충>에서 극중 기택(송강호) 쓰레기통에 핫 소스를 찍- 뿌리던 그 장면, 기억하는지? 어디 하나 안 고급 진 데가 없는 박 사장(이선균) 부부의 집엔 쓰레기통도 명품이었다. 실제 이 쓰레기통 가격은 250만 원짜리라고. 페달을 내려도 뚜껑에서 소리가 안 나는 고급 제품이다. 봉준호는 혹여 쓰레기통이 흠집 날까 반납할 때까지 덜덜 떨었다고 한다.


3. <살인의 추억>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그 시대의 정서를 살리기 위해  박두만(송강호)이 들고 다니는 형사 수첩에도 신경 썼다. 캐릭터와 시대적 배경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농협' 마크가 달린 수첩을 일부러 찾았다고 한다.


4. <기생충>에서 아역 배우 한 명을 위해 블루스크린을 설치해 촬영한 장면이 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정원에서 무전 놀이를 하는 다송(정현준). 촬영 당시 기록적인 폭염으로 아역 배우가 밖에서 노는 장면을 찍기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더위가 가신 뒤에 이 장면을 찍었고, 나중에 장면을 합성했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은 특수 효과 비용이 더 들었지만 아역 배우 보호를 위해서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5. <살인의 추억>에서 여중생에게 반창고를 붙일 때도 점착도가 높으면 안 된다며, 여러 번 손으로 만져 적당한 점착도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옛날에는 그렇게 반창고가 잘 붙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말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미술을 담당한 류성희 감독은 "(봉준호 감독이) 스타킹에 들어가는 돌들의 크기와 형태까지 계산하는 걸 보고 '혹시 이런 일을 실제로 벌여본 적이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 '봉테일'이라는 별명은 <살인의 추억> 현장에서 연출팀과 미술팀이 붙여준 별명이다. 


6. 본래 만화 덕후로 대학 시절 만평을 그리기도 했던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작품의 콘티를 직접 그리기로 유명하다. 그중 봉준호가 직접 설계도면을 그린 <설국열차>의 기차 설계도를 소개한다. 총 60칸으로 구성된 도면에는 칸 별 크기와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다. 총격전 장면에서의 총탄이 오고 갈 거리까지 계산돼 있다.


7. 김혜자의 춤으로 시작해 춤으로 끝난 <마더>의 오프닝, 엔딩 장면은 역대급 명장면으로 꼽힌다. 해 질 무렵 관광버스에서 춤을 추는 어머니들의 모습을 역광으로 촬영한 엔딩 장면. 봉준호는 이 역광 촬영 장면을 넉넉하게 위해 태양이 낮은 고도로 오랫동안 깔려 있는 날짜를 계산했고, 디데이를 받아내 촬영했다. 영화에선 가장 감정적인 장면으로 표현됐지만 실상은 과학적이고 냉정하게 접근해 탄생한 장면이었다.


8. 영화 <괴물>은 서울 한강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리얼하게 담았다. 영화의 배경이 된 한강 공원에는 전국에서 가장 큰 자전거 대여소가 있는데 공간감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매번 촬영할 때마다 400대의 자전거를 스태프들이 옮겨야 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도 허투루 찍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9. 봉준호는 극장 상영했을 때 음량 상태를 고려하기까지 한다. 오프닝에 일종의 극장 스피커를 테스트하기 위한 소리를 넣는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 오프닝에선 개 짖는 소리가 중앙부터 극장 한 바퀴를 빙 돌 수 있게끔 했으며, <옥자>도 6 방향의 스피커를 체크하기 위해 여섯 번의 종소리를 울렸다. 이 중 하나라도 소리가 깨지거나 안 들리면 극장 음향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 <기생충>에서도 CJ 로고가 뜰 때 들리는 불꽃 소리 대신 종소리가 삽입된 것도 극장 음량 테스트를 위한 봉준호 감독의 의도였다.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개봉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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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개봉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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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알리슨 필, 고아성

개봉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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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개봉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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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변희봉, 박해일, 배두나, 고아성

개봉 200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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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김상경

개봉 200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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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