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릭터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기생충> 해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영화 제목 <기생충>은 주인공 가족의 이름 중 한 글자를 따서 조합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작품에서도 나름의 의도를 담아 캐릭터 이름을 작명했다. 봉준호 영화 속 캐릭터 이름에 얽힌 비하인드를 소개한다.


기생충
기택, 충숙
영화 <기생충>엔 기생충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기택(송강호)과 충숙(장혜진)이 나온다. 기택과 충숙 부부와 아들딸 기우(최우식), 기정(박소담) 이름의 중간 글자를 따서 영화 제목으로 활용했다. '기택'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저택을 지음'이라는 뜻이 나온다. 반지하 살던 백수 가족이 부잣집 저택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의 내용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기정, 기우
봉준호 감독은 족보, 항렬에 상관없이 '기'자 돌림으로 통일하고 싶었다고 한다. 봉준호 감독은 기정은 기정사실의 글자에서 따왔으며 기우는 걱정이 많아서 기우라 지었다는 평론가의 해석에 만족해했다. 어떤 상황이던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기정과 늘 조심하고 계획을 세우는 기우. 남매의 성격 차이와 캐릭터의 행동 패턴을 보여주는 작명이다.
연교
이 사달을 나게 한
어찌 보면 연교(조여정)의 교육열 때문이다. 딸의 과외 교사를 들이고, 아들의 미술적 재능을 알아봐 준 기정과 기우 남매에게 꽂혀 그들을 집에 들였기 때문이다. 연교의 이름은 학습지 회사 대교에서 따왔다.
남궁현자
영화에 이름만 등장하지만 존재감이 남다르다. 극중 잠깐 스쳐가는 기사 속 얼굴은 시니어 모델이다. 남궁현자는 연교네 가족이 사는 집을 설계한 건축가 이름이다. 한 번만 들어도 각인될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남궁'이라는 특이한 성을 붙였다. <설국열차>에서 송강호가 맡은 캐릭터 이름도 성이 남궁이었다.
국문광
[스포일러]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부분은 스킵 해서 읽길 권한다. 이동진 평론가와의 라이브톡에서 봉준호 감독은 문광 이름을 왜 그렇게 지었는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그냥 지었기엔 이름이 너무 특이하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던 기이한 포즈로 '문' 여는 장면과 문 뒤에 숨겨져 있던 어두운 '광' 속 같던 지하실이 연상되는 건, 너무 1차원적인 접근이려나.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개봉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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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옥자, 미자
가장 촌스러운 이름을 붙이고 싶어서 슈퍼 돼지에게 '옥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여주인공 이름 역시 자자 돌림으로 촌스럽게 미자(안서현)라고 지었다. 뉴욕 맨해튼의 다국적 기업의 동물인데 이름이 '옥자'. 이런 안 어울리는 것을 섞는 걸 좋아하는 봉준호의 취향이 반영된 이름이다. <옥자>의 영어 번역 제목은 <okja> 소문자로 표기했다. 그 이유는 소문자 표기가 예뻐서라고.
구순범 (케이)
케이는 미자와 제이(폴 다노) 사이에서 일부러 통역을 틀리게 했던 캐릭터였다. 캐릭터의 특성을 영화에도 활용했다. 극 중 케이(스티븐 연)가 "미자야, 그리고 내 이름은 구순범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대사가 영어 자막으로는 "미자야. 영어를 배워봐.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야."(Mija, try learning English. It opens new doors.)라고 번역됐다.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그 사이가 허전해 넣게 된 대사라고. 작전할 때 쓰는 가명과 달리 옥자를 능가하는 촌스러운 이름이길 원해서 탄생했다고 한다. 이걸 영어 자막으로 넣으려니 번역이 불가능해 아예 다른 대사를 삽입한 것이다. 각본에 참여한 존 론슨의 아이디어였다. 나중에 뉴욕에서 오는 비행기에서 미자가 영어책을 보는 장면과 이어지니 스토리의 연결엔 지장 없었다. 한국어를 아는 관객만이 캐치할 수 있는 소소한 코드였다.
옥자

감독 봉준호

출연 틸다 스윈튼, 폴 다노, 안서현

개봉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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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남궁민수
봉준호의 이름 개그는 <설국열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극중 외국인들이 남궁민수 이름을 자꾸 '냄궁'이라고 발음하자 남궁민수(송강호)가 "냄이 아니고 남. 남궁까지가 성이고 민수가 이름이야. 이 무식한 XX야."라고 지적하는데 정작 통역기가 이 말을 번역 못한 장면이 있었다. 봉준호 감독은 외국인들이 가장 발음하기 힘든 한국 이름을 찾다가 '남궁'을 떠올리게 됐다고. 봉준호 학창 시절 잘생긴 친구 이름이 '남궁'이었다는 설도 있다.
요나
요나(고아성)는 성경에서 착안한 인물이다. 성경에서 요나는 하느님의 명령을 어기고 달아나던 중 큰 물고기에게 삼켰다가 토해져 살아난 인물이다. <괴물>에서 송강호가 고아성을 괴물에서 꺼내던 장면을 떠올리고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설국열차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알리슨 필, 고아성

개봉 201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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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마더>에서는 특별하게 도드라지는 인물명이 없다. 유일하게 찾아낸 특이점은 작품 속 인물 대다수가 배우의 이름을 활용해 만들어졌다는 것. 김혜자가 맡은 '엄마'는 극중 이름이 등장하지 않지만 봉준호가 직접 엄마의 이름은 '혜자'였다고 밝혔다. 원빈이 맡은 도준도 왠지 원빈의 본명 김도진을 떠올리게 한다. 진구는 진태, 윤제문은 제문, 전미선은 미선, 살해된 여고생 문아정을 연기한 배우 이름은 문희라였다. 극중 주요한 인물들의 캐릭터명이 배우의 실명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마더

감독 봉준호

출연 김혜자, 원빈

개봉 200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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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서태윤
김상경이 연기한 서태윤 역의 이름은 서태지에서 따왔다. 최신 트렌드인 과학 수사를 주장하는 모습이 서태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인의 추억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김상경

개봉 200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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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옥자>, <괴물>

변희봉은 항상 변희봉
변희봉은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에 출연한 봉준호 영화 단골 배우다. 4편 다 배우의 이름과 동일한 캐릭터 이름이 쓰였다. <살인의 추억>, <괴물>, <옥자> 모두 '희봉' 역을 맡았다. 물론 <플란다스의 개> 배역명엔 '변 경비'라고 표기돼있긴 하지만 변희봉 이름을 생각하고 쓴 거라고 지레짐작할 수 있다.

플란다스의 개

감독 봉준호

출연 이성재, 배두나

개봉 200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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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