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회 칸 영화제가 지난 5월 17일 그 성대한 막을 올렸다. 올해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경쟁부문에 올라 한국에서의 관심이 유독 크다. 이런저런 뉴스들이 매일 업데이트 되고 있지만, 결국 그 관심은 "어떤 작품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이번주 VOD 추천선 테마는 '역대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 BEST 5'다. N스토어에 서비스 되고 있는 작품들 가운데, 에디터의 취향을 담아 선정했다. 5월20일부터 26일까지 5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펄프 픽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존 트라볼타, 우마 서먼, 사무엘 L. 잭슨, 브루스 윌리스
상영시간 154분 / 제작연도 1994

1994년 칸 영화제의 최고 이슈는, 앞서 베니스와 베를린을 평정한 '세가지 색' 연작의 작품 <블루>와 <화이트>에 이어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가 마지막 작품 <레드>로 세계 3대 영화제의 최고상을 제패할 수 있을 것인가, 였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레드>와 함게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와 장이머우의 <인생>도 아닌, 쿠엔틴 타란티노의 두 번째 영화 <펄프 픽션>이 황금종려상 주인공이 된 것이다.

당시에야 "타란티노 같은 애송이가.." 같은 볼멘소리가 들렸지만, 현재 <펄프 픽션>은 타란티노의 최고작이자 9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로 손꼽히고 있다. 서사의 문법을 가볍게 비웃는 듯한 자유분방한 전개, 그 위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앙상블, 찰싹찰싹 귀에 붙는 대사와 적재적소의 음악. 제목부터 '3류 소설'을 표방한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재미와 예술성을 최고 수준에 끌어올린 걸작으로 추앙 받고 있다. 그리고 타란티노는 <재키 브라운>(1997)과 <킬 빌>(2003) 등을 거치며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이 됐다. ▶<펄프 픽션> 바로 보기


컨버세이션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진 핵크만, 존 카제일, 앨런 가필드
상영시간 113분 / 제작연도 1974

영화사의 절대 걸작으로 회자되는 <대부>로 큰 성공을 거둔 코폴라는 차기작으로 할리우드 시스템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을 프로젝트 <컨버세이션>을 만들었다. 도청 전문가 해리(진 핵크만)은 의문의 자본가로부터 어떤 젊은 연인의 대화 도청을 의뢰 받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리를 잡아내고 자신의 신변을 완벽히 감출 만큼 치밀한 그는, 대화를 듣던 중 의뢰인이 그들을 살해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되고 자기 직업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다.

<컨버세이션>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주인공 해리가 겪는 고독이다. 남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엿들으면서도 정작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자신의 존재조차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의 외로움이 절절하게 배어 있다. 밀려드는 사건들 속에 완전히 산산조각난 해리가 스스로 부숴버린 집에서 색소폰을 부는 장면의 스산함을 잊기 어렵다. 이 쓸쓸한 풍경이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의 미국을 빗댔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 작품으로 1974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코폴라는 1979년 <지옥의 묵시록>으로 두 번째 황금종려를 거머쥐었다. ▶<컨버세이션> 바로 보기


택시 드라이버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조디 포스터, 하비 케이틀
상영시간 113분 / 제작연도 1976

<컨버세이션>이 워터게이트의 은유였다면, 2년 뒤 발표된 스콜세지의 <택시 드라이버>는 베트남 전쟁 이후의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미국 사회에 대한 풍경화였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택시 운전사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사회의 악을 쓸어버려야 한다는 망상을 키워간다. 피폐한 삶이 계속되던 가운데, 그는 총기들을 구입해 기술을 연마하는 등 '행동'을 준비한다.

<택시 드라이버>는 완벽한 영화다. 느릿한 리듬 안에서 1970년대 중반 뉴욕의 황량한 정서가 로버트 드 니로가 보여주는 트래비스의 어리숙하고 저돌적인 얼굴이, 히치콕의 서스펜스를 극대화 했던 음악가 버나드 허먼이 만든 재즈 음악과 어우러져 절대적인 아우라를 자랑한다. 다섯 번째 영화 <택시 드라이버>로 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스콜세지는 이후에도 로버트 드 니로와 함께 작업해 <성난 황소>, <코미디의 왕> 같은 명작들을 연출했다. ▶<택시 드라이버> 바로 보기


트리 오브 라이프

 감독 테렌스 맬릭
출연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
상영시간 137분 / 제작연도 2011

우주와 자연의 거대한 변화와 한 가정의 역사를 병치시킨 <트리 오브 라이프>는 과작/은둔의 거장 테렌스 맬릭의 대쪽같은 고집으로 가득하다. 뚜렷한 서사 구조 없이 잠언 같은 분위기를 일관하면서 삶과 죽음, 인간과 신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큰 스케일과 긴 러닝타임 아래, 맬릭은 장엄하고 느슨하게 한 가정의 탄생이 하고 불화를 겪는 과정을 따라간다. 당대 최고의 촬영감독으로 불리는 엠마누엘 루베츠키가 그 매순간의 풍경을 성스러운 이미지로 담아냈다. 칸 영화제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 매체와 평론가들은 찬사로 화답했다.

하지만 <트리 오브 라이프>에 대한 평은 꽤나 극명하게 달린다. 특히 우주에서 지구가 생겨나고 그곳에서 생명들이 움트고 소멸해가는 과정을 그린 이미지의 연속은 보는 이를 (긍정으로든 부정으로든) 넉다운 시킨다. 누군가가 이 영화에 세상의 삼라만상이 담겼다고 말할 때, 어느 쪽에서는 이건 순 허세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에디터는 전자에 동의한다. <트리 오브 라이프>가 밑도끝도 없이 장황하게 풀어놓는 우주의 거시사와 가족의 미시사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의 감동을 좀체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 바로 보기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제임스 스페이더, 앤디 맥도웰, 피터 갤러거
상영시간 100분 / 제작연도 1989

스파이크 리의 <똑바로 살아라>, 에밀 쿠스트리차의 <집시의 시간>, 제인 캠피온의 <스위티>,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네마 천국>, 짐 자무시의 <미스터리 트레인>... 1989년의 칸 영화제 경쟁부문은 격전지와 같았다. 하지만 심사위원장 빔 벤더스는 '26세'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데뷔작'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황금종려상을 바쳤다. 소더버그가 기록한 '최연소'의 기록은 2017년이 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네 남녀의 관계가 얽혀가는 과정을 줄곧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으로 풀어놓는다. 소더버그의 끈질기고 진지한 시선은, 가히 '막장드라마'와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관계 맺기'의 복잡하고 황량한 풍경만을 온전히 우리에게 제시한다. 뜻밖의 황금종려상을 받은 소더버그는 단상에서 "이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소감을 남겼고 그 말처럼 오랫동안 데뷔작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에 시달려야 했다.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바로 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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