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20년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2006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앤디(앤 해서웨이)와 미란다(메릴 스트립)는 다시 한번 악연 같은 인연으로 재회한다. 두 사람의 재회는 2025년 공개 예고편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관객들의 이목을 모았다. 그리고 마침내, 4월 29일 앤디와 미란다의 재회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20년이 지난 후 여전히 압도적인 포스를 과시하는 편집장 미란다와 저널리스트로서 ‘런웨이’에 돌아오게 된 앤디의 이야기를 그린다. 과연 앤디와 미란다는 이번에도 ’미워도 다시 한번’의 케미스트리를 보여줄 수 있을까. 개봉 이틀 전 4월 27일 진행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미리 만난 후기를 전한다.
자리를 원한다면 증명하세요…다시 재현되는 상하관계의 묘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재미라면, 누구도 범접 못 할 아우라의 미란다 앞에서 앤디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성장하는 모습일 것이다. 1년만 버티자, 마음먹은 앤디에게 편집장 미란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그러나 그와 함께하면서 앤디는 조금씩 사회인, 그리고 프로의 마음가짐을 알게 된다. 상사와 부하이지만 한편으론 사제지간처럼도 보이고, 때로는 죽이 아주 잘 맞는 콤비 같은 이 두 사람. 그걸 20년 후에 어떻게 재현할지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관건이었을 것이다. 이제 사회인으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앤디를, 과연 미란다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이 부분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합리적으로 그려냈다. 저널리스트로서 인정받았지만 결국 회사가 폐간되면서 쫓겨난 앤디는 ‘런웨이’를 소유한 회장의 마음에 들어 ‘런웨이’로 돌아온다. 당연히 미란다의 선택으로 복귀했다고 생각한 앤디는 화기애애하게 미란다 앞에 서지만, 정작 미란다는 앤디의 복귀를 전혀 몰랐던 상황. 그리하여 앤디는 다시금 미란다에게 자신의 능력과 입지를 입증해야 하니, 딱 1편과 비슷한 구도가 형성된다. 1편과 다른 상황이지만 비슷한 권력관계를 유지하는 도입부는 관객의 흥미를 끈다.
이어지는 내용도 1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1편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앤디는 미란다와 ‘런웨이’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연애로 종종 숨돌리기도 한다. 미란다는 여전히 회사를 쥐락펴락하면서 커리어우먼의 정점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론 변화한 시대와 승진 압박에 전보다 힘이 빠졌다. 이 과정에서 ‘런웨이’를 떠난 ‘디올’에 입사한 에밀리(에밀리 블런트), 긴 세월 미란다의 방파제이자 든든한 버팀목으로 활동하는 나이절(스탠리 투치) 등 1편의 인물들이 합세해 관객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역시 앤 해서웨이의 패션이다. 촬영 중 47벌의 의상을 입었다는 앤 해서웨이는 여전히 매 쇼트 패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스크린을 채운다. 1편에서 패션 감각이 부족했던 사회 초년생으로 시작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커리어우먼으로서 등장하기에 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모습의 일상이 이어진다. 미란다 역시 메릴 스트립의 고고한 모습으로 1편에 못지않은 아우라를 보여주지만 이번 영화의 패션은 앤디의 존재감이 좀 더 강한 편이다.

TMI를 넘어선 TMF(투 머치 패션)
다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1편과 비교하면 다소 거창하다.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오랜만에 속편을 내놓는 만큼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1편의 매력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면 속편의 부담을 내려놔야 했다. 1편은 앤디와 미란다의 관계와 앤디의 성장이 중심이 되고 패션계의 일면이 조미료 수준으로 들어갔다면, 이번 작품은 패션과 셀럽의 세계를 과하게 보여준다. 이런 점이 스토리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면 모르겠는데, 전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갑자기 이어지는 패션위크 현장과 셀럽들의 풍경은 오히려 몰입을 깬다. 20년을 기다려준 관객들에게 팬서비스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전편처럼 두 사람의 묘한 관계 변화와 전개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쾌감이 그리워진다.

이런 흐름은 직전까지 영화가 은근히 강조하는, 자본의 위상과 시대의 흐름에서 밀려나는 레거시 미디어라는 단상에서 특히 벗어난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돈이 되지 않아 지면이 쓸모 없어진 ‘런웨이’의 풍경을 보여주더니 갑자기 셀럽과 화려한 패션으로 무장한 광경을 펼쳐보인다니 아이러니다. 이 씁쓸한 감상이 의도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분명 1편의 간결한 전개에 비하면 2편은 중구난방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볼거리는 풍부하고, 앤디와 미란다 등 전편의 인물들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그러나 1편보다 더 나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시각적인 것에만 머무르면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20년간 성장한 앤디에 비해 성숙하지 못한 모습이다. 영화 초중반에 보여준 시대의 변화와 저널리즘의 쇠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든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는 4월 29일 개봉한다.
* 극 중 ‘진 차오’라는 아시아계 캐릭터가 논란에 올랐다. 비중이 많은 편은 아니고 때로는 코믹한, 때로는 능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별히 거슬린다 싶은 묘사는 없지만, 굳이 아시아계로 설정할 이유도 없어보인다. 하필 백인 여성을 동경하는 존재로 굳이 아시아계 여성을 묘사한 것이 신경이 쓰이긴 한다. 추측건대 ‘백인 영화’라는 비난을 피하고자 정치적 올바름(PC) 차원에서 억지로 끼워 넣다가 스스로 패착을 둔 것이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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