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 사랑>이 잔잔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주영화제에서 우연히 이 영화를 미리 보고 올해의 인생 영화로 점찍은 에디터로서는 너무나 뿌듯한 상황인데요. 포스터마저 취향 저격이라 한동안 에디터 폰 배경화면이기도 했죠. 에단 호크 보러 갔다가, 샐리 호킨스에 빠지고, 영화를 더 애정하게 돼버린 에디터 사심을 깊이 담아(ㅋㅋㅋ) 이 영화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창고 같은 허름한 집에서 혼자 사는 생선 장수 에버렛 루이스(에단 호크)는 가게에 가정부를 구하는 전단을 붙입니다. 타인을 대하는 일이 서툰 그의 진심은 귀찮으니 아무도 오지 않았으면 싶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가 전단을 붙이자마자 모드 루이스(샐리 호킨스)가 전단을 보고 그의 집을 찾아가 가정부가 되죠. 그렇게 두 사람은 작은 집에서 함께 생활하게 됩니다.

에버렛의 발에 모드가 발을 포개 함께 춤을 추는 장면에서, 에버렛은 우리가 낡은 양말 한 쌍 같은 커플이라면, 당신은 감청색이나 카나리아색 양말이고, 나는 하얀 면양말이라고 하죠. 영화는 에버렛의 대사처럼 모드가 에버렛의 공간에 들어와 집을 변화시키고 에버렛의 삶까지 물들이게 하면서, 스스로의 삶도 꾸려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펼쳐나갑니다.


정말로 살아 숨쉬는 것 같은 그들의 일상

에디터는 영화의 첫 장면을 보자마자, 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모드 루이스(샐리 호킨스)가 불편한 손으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느긋한 템포에 맞춘 음악 때문이었는데요. 마치 영화 자체가 모드 루이스 그녀의 속도에 맞춰갈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았거든요.

모드의 움직임에 맞춘 영화는 느립니다. 덕분에 대사나 장면에 집중하기보다는 오로지 인물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늘 츤츤거리는 츤데레 에버렛을 향해 장난스럽게 씩 웃는 모드의 미소, 막말을 쏟아내면서도 모드에게 보내는 에버렛의 시선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더더욱 극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이들이 밥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생선을 배달하는 일상이 펼쳐져도 왠지 모를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캐릭터 스스로도 발견하지 못했을 지극히 일상적인 행동들 틈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특별한 감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죠.


뻔한 설정을 비튼 멜로드라마

산전수전 다 겪었을 것 같은 몸집에 성격마저 괴팍한 츤데레 남자 주인공. 소아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왜소한 체격을 갖고 있는 여자 주인공. 게다가 두 사람은 고용주와 가정부 갑을 관계로 얽혀있습니다사랑을 통해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남자가 되고, 여자는 사랑받음으로써,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더 행복해지는 그런 스토리를 상상하셨나요? 그런데, 이 이야기 묘하게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모드는 몸이 위축되어 있을 뿐, 내면은 다른 누구보다 성숙하고 모든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입니다. 불편한 몸은 그녀에게 전혀 콤플렉스가 되지 않습니다오히려 겉으로 건장한 성인으로 보이는 에버렛이 지레 겁먹어 밀쳐내는 미성숙한 타입이죠. 분명 에버렛이 모드를 제멋대로 길들이는 것 같아도 관계를 주도하는 건 언제나 모드입니다.

개보다 못하다며 타박하다가도, 당신은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에버렛(역시 멜로 장인 에단 호크ㅠㅠ) 반했다가 지금 사는 삶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순수하고 생기 넘치는 그림을 그렸던 모드를 더 사랑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샐리 호킨스가 연기한 모드 루이스는 어떤 인물?
영화(좌) / 실제 모델(우)

이 영화는 나이브 화가(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자연과 현실에 대해 소박한 태도를 보이는 아티스트) 모드 루이스의 생애를 모델로 했습니다. 샐리 호킨스는 캐릭터 소화를 위해 수개월 동안 나이브 화가를 만나 그림 수업을 받았죠.

모드 루이스는 캐나다 최고의 나이브 화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8살 때부터 턱의 발달이 멈추면서 성장이 느려졌는데요. 어릴 때부터 창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관찰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부모를 떠나보내고 고모에게 맡겨진 그는 에버렛이 가정부를 구한다는 신문광고를 보게 되고 그를 만나 34살에 결혼합니다. 생선과 함께 판 크리스마스카드가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그녀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에버렛은 모드의 그림을 따라 그리고, 모드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모드 루이스가 그린 그림들

영화의 이모저모

- 에이슬링 월쉬 감독은 샐리 호킨스에게 '모드 루이스'의 사진 한 장을 보낸다. 그림으로 가득 채워진 집 창가에서 관절 마디가 튀어나온 손으로 붓을 든 채 온화하게 웃고 있는 모드 루이스가 있었다. 샐리 호킨스는 이 사진만으로도 영화에 출연할 이유가 충분했다고 한다.

- 감독과 샐리 호킨스는 이전 작 <핑거스미스>에 이어 다시 만났다. 감독은 <내 사랑>을 10년 동안 준비했다.

- 모드와 에버렛의 이야기는 책 <일루미네이티드 라이프 오브 모드 루이스>, 연극 <해피 하트: 모드 루이스 스토리>로도 다뤄졌다.

노바스코샤 미술관에 복원된 집(좌) / 영화 속 집(우)

- 모드와 에버렛의 작은 집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캐나다 노바스코샤 아트 갤러리에 복원되어 있는 작은 집을 참고했다. 다양한 그림, 가구, 소품의 디테일을 그대로 살렸고, 모드가 그림 그리는 순서에 맞춰 그림을 채워나갔다.

- 실제 모드 루이스가 살았던 곳은 노바스코샤의 딕비와 인근 마셜타운이다. 그러나 영화 촬영은 대서양에 위치한 뉴펀들랜드 트리니티 인근으로, 에버렛이 수레에 모드를 태우고 걸어가는 둑길도 여기서 촬영했다.

- 에단 호크 아내는 <내 사랑> 대본을 읽고 흐느껴 울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시나리오를 읽은 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무조건 출연해야 한다고 결정을 재촉했다. 에단 호크는 시나리오를 다 읽은 후 "이제까지 읽은 시나리오 중 가장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였다"고 밝혔다.

- 엔딩크레딧에 모드 루이스의 그림들이 함께 올라가니 영화가 끝나도 조금 더 여운을 즐기시길!

내 사랑

감독 에이슬링 월쉬

출연 에단 호크, 샐리 호킨스

개봉 2016 아일랜드, 캐나다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