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다가 종종 팩트 체크의 늪에 빠지곤 합니다. 얼마 전 <택시운전사>를 볼 때도 그 늪을 밟고야 말았죠. "서울에서 광주 왔다갔다 10만원이면 호구 잡은 게 맞긴 한 건가?" 음... 그거 알아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냐며 스크린을 쳐다보는데, 어느새 영화는 뒷전, "1980년 택시 기본료는 얼마지?" "37년 동안 물가는 얼마나 오른 거지?" 등등 잡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느슨했던 초반을 지나 광주에 들어서면서부터 서사에 탄력이 붙자 다행히 집중을 찾을 수 있었지만요.
이번 '무비 알쓸신잡'은 그때의 잡념을 그대로 끌어와 "<택시운전사>의 만섭은 10만원짜리 광주 여정은 과연 남는 장사였을까?"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네, 알고 싶지도 않고 쓸모도 없으며 신비하기는커녕 잡스럽기만 한 걸 파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시죠? 렛츠 고 광주! 아임 베스트...
1980년의 10만원이 2017년 현재 얼마의 가치가 있나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시 대중교통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볼까요? 지하철의 경우 80년-80원 2017년-1250원, 버스의 경우 80년-90원 2017년- 1300원입니다. 대략 15배 정도가 뛰네요. 요즘 말 많은 달걀로 보면 그때는 10개에 369원, 지금은 3380원 정도로 9배 정도 차이죠. 짜장면은 10배 정도 올랐다고 합니다. 기준이야 너무 많으니, 편의상 화폐 가치가 15배 정도 차이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만섭이 그때 받은 10만원이 지금은 150만원 쯤 되는 셈이죠.
네, 경로 검색으로 넘어가보죠. 네이버 길찾기앱을 켜서 '서울역'에서 '전남도청'까지의 경로를 검색해보면, 약 360km 거리에 대략 30만원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고 안내합니다. 왕복 60만원이면 150만원에서 무려 90만원이나 남네요. 아따 쏠쏠하네잉.
허나, 지금의 교통 체계를 그대로 대입할 순 없습니다. 당시에는 서천공주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이라 경로가 좀 더 복잡했거든요. <택시운전사> 프로모션 자료에 의하면, 만섭과 피터는 경부고속도로를 타서 대전까지 간 후, (구)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순천까지 갔다가, 국도를 타고 광주까지 가는 경로로 민주화운동의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여기서 잠시, 1980년 당시 택시 요금체계를 알아볼까요. 1980년 5월 중순 당시 기본료 2km 500원에 400m당 50원이 붙는 식입니다. 자료가 보여주는 경로로 서울역에서 전남도청으로 가는 길을 모두 더하면 490km 정도의 거리라고 합니다. 1980년 택시 요금으로 490km를 가면 61,500원, 왕복이면 123,000원입니다. 어쩌죠? 10만원보다 더 나오네요. 물론 시간과 연비가 절약되는 장거리 운전의 경우 미터기 요금이 아니라 일정 금액을 협의해서 가는 게 보통이니 미터기 요금보다 덜 받아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겠지만요. (나중에 망가진 차 수리비를 생각하면 ㅠㅠ)
하지만 아시죠? 10만원이든 29만원이든 결국 '돈' 따위는 만섭의 큰 뜻을 설명할 수 없다는 걸요. 집에서 혼자 걱정할 딸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가던 길을 되돌아 광주로 향하던 만섭은, 이미 돈 몇 푼에 사람들의 의지를 눈감아버리는 만섭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목숨을 내걸고 독재의 폭력에 굴복하지 않았던 광주 시민들의 피 땀 눈물을 봤으니까요. 만섭, 아니 김사복씨의 용기가 있었기에 한국은 야만의 편에서 단 한 발짝이라도 떨어질 수 있었을 겁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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