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개봉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마지막 장면, 절벽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루크 스카이워커가 뒤돌아 30여년 만에 관객과 마주했을 때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랜 팬들은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그렇게 '에피소드 7'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새로운 3부작의 주인공인 레이(데이지 리들리)가 클래식 3부작의 주인공인 루크(마크 해밀)를 향해 광선검을 내밀고 두 사람이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떡밥의 제왕' J.J. 에이브람스답게 레이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엔딩크레딧이 올려졌고, 관객들은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안은 채 지난 2년을 기다려야 했다.
새로운 감독으로 <브릭> <루퍼>를 연출한 라이언 존슨이 합류한다는 소식을 제외하면, <스타워즈> '에피소드 8'은 한동안 '스페이스 베어'(Space Bear)라는 아리송한 워킹 타이틀로 불리고 있었다. 또한 이후 모든 배우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일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 스토리 라인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새롭게 합류한 주요배역인 '로즈' 역의 배우 켈리 마리 트란은 "<스타워즈>에 캐스팅되었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다. 심지어 가족들도 내가 4개월 동안 캐나다에 가서 독립영화를 찍고 온 줄 알아서 메이플 시럽을 가짜 선물로 사왔다"고 할 만큼 등장인물들까지 베일에 싸여진 상태로 진행되었다.
이 말하지 못하는 고통은 비단 배우들이나 제작진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1년 반 전, 새로운 에피소드 촬영이 한창이던 영국의 스튜디오로의 초대장을 받아든 전 세계의 기자들도 "이곳에서 보고 들은 것을 어디에서도 발설 할 수 없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해야했다. 결국 <스타워즈> 출장을 <스타워즈> 출장이라고 부르지 못한 채 런던 공항에 도착했을 때, 여권의 입국 도장에 찍힌 날짜는 우연히도 '5월(May) 4일(the Fourth)'이었다. 마치 "포스가 함께하길"(May the Force be with you)이라는 스타워즈의 인사처럼.
밀레니엄 팔콘을 내려다보다
2016년 5월 5일. 영국 런던에서 1시간 쯤 떨어진 롱크로스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기자들을 맞이한 것은 거대한 바위 산 아래 당당한 위용으로 자리 잡고 있는 밀레니엄 팔콘이었다. "츄이, 집에 다 왔어"(Chuwie…we’re home), <스타워즈> 시리즈의 상징이자, 한 솔로(해리슨 포드)와 츄바카의 고향 같은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은 <깨어난 포스>에서 새로운 주인들을 맞이한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릭 하인리츠가 설계한 밀레니엄 팔콘의 외부는 지금 당장 눈 앞에서 광속으로 날아간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의 풀 스케일의 정교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무로 제작된 밀레니엄 팔콘의 외부 세트 위에서는 인부들이 크게 음악을 틀어놓은 채 한창 마지막 도색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인부들 역시 비밀서약서를 작성했고 혹여 영화의 내용이나 자신의 작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설할 경우 직업을 잃게 된다고 한다.
2017년 여름, 한 집요한 스타워즈 팬이 구글 맵을 통해서 겨우 이미지를 찾아냈다는 밀레니엄 팔콘을 영국으로 날아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있으니 "디즈니랜드에 간 열살짜리 아이가 된 기분"이라는 핀 역의 존 보예가의 스튜디오 방문 소감에 절대적으로 동의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영화 세트의 운명이 그러하겠지만, 촬영이 종료되자 마자 이 멋진 우주선이 바로 분리, 철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한 솔로와 츄바카 혹은 레이와 핀에게 어서 빨리 몰고 달아나라고 외치고 싶어질 정도였다.
스톰트루퍼 헬멧 쓰고 블라스터를 쏘다
밀레니엄 팔콘과 각종 비행정들이 정박한 롱크로스 스튜디오를 떠나 클래식 스타워즈 시리즈가 촬영되기도 했던 '파인우드 스튜디오'로 향했다. 이곳에는 다양한 내부 세트와 함께 의상 및 소도구들이 준비된 각종 천막과 크리쳐들을 만들어 내는 제작실, 미술실 등이 이어졌다. 첫 번째 흰 천막 아래 자리 잡은 의상실에는, 핀이 초반에 그저 'FN2187'로 불렸던 것 처럼, 각자 번호로 매겨진 스톰트루퍼의 의상이 남녀별로 나뉘어 총 130벌 정도 걸려 있다.
행거 위에 붙은 설명서를 살펴보니 스톰트루퍼 의상을 착용하는 방법이 순서대로 자세하게 쓰여있다. 지난 에피소드부터 제국군과 퍼스트오더로 이어지며 스톰트루퍼로 출연한 배우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처음 합류해 아직 이 의상이 낯선 배우들을 위한 배려다. 먼저 잠수복 같이 밀착되는 검은 타이즈를 입고 그 위에 스톰 트루퍼의 갑옷과 헬멧을 착용하는 식이다. 직접 헬멧을 써보니 생각보다 시야가 밝고 무게와 견고함이 느껴진다. 다크사이드의 기운이 빠져나갈 틈도, 밝은 포스가 침입할 틈도 없다. 그러고보니 핀 역시 이 헬멧을 벗는 순간 퍼스트오더를 떠나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던가.
이어지는 무기 소품실에는 그야말로 전통과 현대가 동시에 살아 숨쉬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루카스 필름의 자산이자, 다음 시리즈로 이어지는 <스타워즈> 역사의 일부죠." 먼저 1977년부터 시작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광선검, 즉 라이트 세이버가 조금씩 진화해 온 흔적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그 옆으로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무기를 개조한 한 솔로와 레아 공주(캐리 피셔) 그리고 루크 스카이워커의 피스톨들, 그리고 제국군 병사들 소총으로 개조된 스털링 기관단총 같은 클래식한 무기가 마치 박물관의 보물처럼 보존되어 있었다.
새로운 에피소드 촬영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무기들도 살짝 보인다. 에어소프트 총들은 실제로 점화, 발사되는 형태로 방아쇠를 당길 때 생기는 배우들의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과 실감나는 리액션을 돕는다. 퍼스트오더의 블래스터 중 하나를 직접 들고 조준해보니 그 무게와 함께 병사들의 몸에 가해지는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각각의 무기들이 왜 영화 속 방식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가장 쿨하고 멋있게 보이는 방식을 택한 거 아니겠어요?(웃음)"
새로운 생명이 탄생되는
<스타워즈>의 실험실 혹은 산부인과
<스타워즈> 시리즈가 관객들에게 안겨주는 즐거움 중 하나는 상상 너머의 세계에서 창조된 다양한 생명체들을 스크린 위에서 만나는 것이다. 지난 <깨어난 포스>에서 처음 등장해 가장 사랑받은 BB-8을 비롯해 다양한 크리쳐와 드로이드를 창조해낸 크리에이티브 수퍼바이저 닐 스캔란을 따라가는 투어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했다. 그의 제작실에는 새 시리즈에서 만나게 될 새로운 크리쳐들에 대한 스케치로 가득했다.
"먼저 컨셉 아티스트가 그려낸 100~200장의 스케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들을 뽑아 리스트를 만들었어요. 그러면 라이언 (존슨, 감독)이 와서 그 보드 위에 포스트잇으로 노트를 하죠. 마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같아요. 결국 우리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캐릭터를 조각하고 점토작업을 시작하게 되는 거죠. 온갖 재료들을 다 동원하고 모든 것들을 복제 가능하도록 거푸집으로 틀을 만들기도 해요."
그렇게 최종적으로 확정된 캐릭터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된다. 손에 끼워서 움직이는 전통적인 핸드 퍼펫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배우가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탈을 쓰고 들어가 분장을 더해 연기하기도 한다, 또한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 즉 원격으로 조종하기도 하고, 모션캡쳐 배우의 움직임과 목소리 위에 CGI 기술을 더해 창조하기도 한다.
<깨어난 포스>에서 105개가 넘는 크리쳐를 창조했던 닐 스캔란의 팀에게 <라스트 제다이>는 더 큰 과제를 안겨주었다. 바로 이번 에피소드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칸토 바이트 행성의 캐릭터들 때문이다. 그 중 '카지노' 신은 <라스트 제다이>에서 가장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제작에 16주가 걸린 카지노 세트를 비롯해, 의상 디자이너 마이클 카플란이 이끄는 의상팀에 의해 300명의 배우를 위한 맞춤의상이 제작되었다. 닐 스캔란의 팀은 각 장면마다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130개의 크리쳐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저항군 제독 아크바를 닮은, 어류를 기본으로 한 크리쳐들을 비롯해 바다사자처럼 거대한 몸뚱이에 온갖 장신구를 휘감은 사람얼굴을 한 귀부인도 기괴한 볼거리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훔칠 새로운 캐릭터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은둔지 아치토에 사는 생명체 '포그'일 것이다. 바다오리와 부엉이, 아기 바다표범을 섞어서 창조한 포그는 "세트장에서 가장 사랑받은 캐릭터"였고 "다들 포그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했다"고 한다.
손에 느껴지는 질감
눈에 보이는 감정
파인우드 스튜디오에서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바로 어둠의 포스가 짙게 드리워진 퍼스트오더의 본진, 메가 디스트로이어 세트였다. 구축함의 다리 위에서 기자들을 맞이한 미술 감독 마크 해리스는 "그린 스크린과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하기보다 배우들이 실제의 것들에 반응하도록 되도록이면 모든 것들을 짓고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배우들의 만족도도 높았다"고 설명한다. 용병 DJ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배우 베네치오 델토로 역시 세트의 정교함에 대해 놀라움을 전했다. "모두가 진짜다. 대본과 다른 것을 눌러봐도 다 작동된다. 머릿속으로 세트에 대한 상상을 해놓은 상태에서 직접 보니 정말 놀라웠다.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물론 세트가 주는 가능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마침내 침묵의 서약은 해제되었고 <스타워즈>의 여덟번째 에피소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12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영원한 '레아 공주'이자 새로운 3부작에서 '레아 장군'으로 복귀한 배우 캐리 피셔가 2016년 12월 27일 안타깝게도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 하지만 지구와 작별하고 머나먼 은하계로 떠난 그녀의 마지막 모습은 <라스트 제다이>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나에게 <스타워즈>는 가족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코믹콘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들의 자녀와 손주 세대에게도 <스타워즈>를 보여준다. 어린 시절 감동받았던 것을 나눈다. 정말 개인적인 의미가 담긴 영화가 된다. 그동안 레아 공주 의상을 입은 아이들과 함께 온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봐왔다. <스타워즈>가 수많은 사람에게 큰 의미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스타워즈>의 세계는 공동체를 만들어준다."(캐리 피셔)
10년 만에 돌아온 <깨어난 포스>를 통해 40년을 이어온 '스타워즈 사가(saga)'가 다시 깨어나고 새로운 세대의 캐릭터들이 소개되었다면, <라스트 제다이>에선 지난 세대의 캐릭터와 새로운 세대의 캐릭터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부딪힐 차례다. 그렇게 위대한 유산의 뼈아픈 계승식을 통해 <스타워즈> 우주와 그 내부의 포스는 더욱 확장되고 더욱 강력해 질 것이다.
-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
감독 라이언 존슨
출연 데이지 리들리, 마크 해밀, 오스카 아이삭, 아담 드라이버, 캐리 피셔, 존 보예가
개봉 2017 미국
백은하 / 영화 저널리스트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