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죄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 ①

일본 개봉 당시 장애 가족을 둔 가족, 돌봄의 문제에 관한 질문을 강하게 던졌고, 한국 역시 지난 달 29일 개봉해 관심을 이어가는 중이다.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 (사진=이화정)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 (사진=이화정)

누나의 조현병과 부모의 감금 이라는 영화의 소재, 가족이 기록한 사적 다큐멘터리 제작, IPTV, VOD, OTT등 모든 플랫폼 서비스 없는 극장 상영 공개 방식까지 모듀 화제인 영화가 있다. 바로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어떻게 해야 했을까?〉다. 영화는 딸의 조현병을 숨기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살았던 한 가족의 비극적이고 아픈 시간을 담고 있다. 자물쇠를 걸어잠근 채 외부와 단절된 삶. 지금으로 부터 20여 년 전 가족이 아니면 누구도 다가가기 힘든 그 성역으로 카메라를 들고 간 건 바로, 환자의 남동생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후지노 토모아키였다. 조현병을 둘러 싼 현상으로 가장 가까이 다가 간 이 지독하고도 슬픈 다큐멘터리는 앞서 개봉한 일본에서 17만 명 관객을 동원하며 조현병을 비롯한 장애 가족을 둔 가족, 돌봄의 문제에 관한 질문을 강하게 던졌고, 한국 역시 지난 달 29일 개봉해 개봉 5일 만에 2만 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을 찾아 관심을 이어가는 중이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

의대에 다니던 누나, 그리고 부모님 두 분 모두 의대 출신의 엘리트 집안. 화목했던 가정은 1983년 누나의 첫 발병과 함께 지옥으로 변했다. 당시 십대였던 후지노 감독은 울며불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누나가 무서웠고, 그런 누나를 “병원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100% 정상이다”라고 하는 부모의 대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들 보는 눈이 창피해서도,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작용했을 수도 있었다. 깨면 매일 똑같이 벌어지는 참담한 하루 앞에서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웠던” 그는 이대로 살다가는 자신 역시 병에 걸리거나, 무슨 짓을 저지를 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진학을 핑계로 집에서 일종의 도피를 감행한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

가족의 일상을 찍은 비디오 기록은 2021년 부터, 보이스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992년 부터 축적된 기록 안에는 악다구니 치는 누나의 모습, 도저히 간극을 좁히지 않는 가족의 대화까지 마땅히 숨길 법한 가족의 내밀한 대화와 행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후지노 감독이 처음 카메라를 든 건 공개 목적에 앞서 아픈 누나의 증상을 기록한다는 명목이었고 가족 역시 카메라 앞에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내어 준다. 그렇게 자신을 비롯해 가족의 모습을 담은 총 80시간 분량을 편집해서 101분의 최종 영화로 완성됐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는 조현병을 소재로 하는 다큐멘터리라면 흔히 기대할 친절한 설명이 없다. 감정을 이끌어 줄 음악 역시 전면 배제된다.조현병 당사자나 돌보는 가족을 악마화 하는 시선도 존재하지 않는다. 감독 자신이 이해하지 못할 부모의 판단, 책임을 묻는 것처럼 말문을 연 영화는 영상을 보는 우리가 그 자리에, 그 역할을 수행했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 지 질문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 바탕엔 무엇보다, 가족의 일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향한 아픈 질문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개봉을 위해 한국을 찾은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을 만났다. 가족과 함께 살던 삿포로 집에서 살고 있는 감독은 요즘 차기작 준비를 비롯해, 최근엔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도서 출간 후 전국 강연을 하며 같은 상황을 겪으며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됐는데요. 개봉 소회를 부탁드립니다.

인터넷에 다행히 보고싶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좀 있어서 안심입니다. 일본은 조현병이 있는 사람을 장기 입원을 강제적으로 장기 입원을 시키는 그런 제도가 있었거든요. 지금은 환자들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의료비 삭감 차원에서 장기 입원을 좀 줄이자라는 의식이 좀 생겨났는데 아직까지 인터넷 상에서는 범죄자와 조현병 환자를 동일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정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가해를 할까 두려워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누나를 보면 실제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한국의 상황은 어떤지 잘 모르지만, 영화를 통해서 당사자나 가족분들에게 바람직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

조현병인 누나를 감금한 가족의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놓으셨는데요. 공개를 하면 할 수록 가족 모두를 향한 비난의 지점도 분명 뒤따라 오게 될 작품인데요. 세상에 이 이야기를 내놓기 까지 어떤 결심이 있었는 지 궁금합니다.

십년 전쯤 오사카에서 발달 장애를 아이의 부모가 그 아이를 임시거처에 가둔 사건이 보도된 적이 있어요. 저희 집도 열쇠를 달아 누나가 거의 반 감금 상태였죠. 병원에도 데리고 가지 않아서 어떤 병인지 정확하게 진단도 못받았는데요. 지난 몇십 년 동안 저는 부모님의 그런 케어 방법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그 발달장애 아동이 굶어 죽는 뉴스를 보고 이런 현상이 우리 집에만 있었던 게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내가 말하지 않으면 우리 집에 있었던 이런 일은 없었던 걸로 되겠죠. 그리고 똑같은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되지 않을까. 비록 우리집은 실패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전달해서 생각하게 하자 싶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

부모님이 조현병을 숨기려고 한데 여러가지 원인이 있었을 텐데요. 오히려 의대 출신인 부모님의 이력이 적극적인 치료를 막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부모님은 딸의 병을 창피해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극도로 두려워하셨던 것 같습니다. 친척들에게조차 누나의 병을 전혀 설명하지 않으셨더라고요. 친척에게 조현병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집안의 결혼이나 사회생활에 불이익이 갈까 봐 우려했던 거죠.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지금의 일본 사회에도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의료계 자체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고 봐요. 당시만 해도 병원이 열악하고 환자를 감금하는 등 안좋은 일이 많았고 부모님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었거든요. 최근 동창회에서 만난 정신과 의사 친구조차 오히려 의사 집단 내부에서 정신 질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더 심하다고 토로할 정도입니다. 부모님 역시 정신과 의료 체계 자체를 완전하게 신뢰하지 못하셨기에 오랜 시간 누나를 선뜻 맡기지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어떻게 해야 했을까?〉

막상 영화를 보면 ‘조현병’을 언급하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병증을 설명할 나레이션이나 전문가의 의견도 없는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다른 작품과 차별화를 갖는데요. 가족의 모습을 판단 없이 그대로를 보여주는 방식이 오히려 이 작품의 확장성을 열어준 게 아닐까 싶은데요.

처음에는 정신과 의사 선생님의 감수를 받을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분께 기획을 이야기 했더니 걱정스럽다고 하셨어요. 아무리 제가 좋은 의도로 만들더라도 제3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말씀이셨어요. 제가 의학적으로 설명을 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려 한 것은 아니니, 의사의 관점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완성을 하자 싶었죠. 이 자체로 제 의도가 충분히 반영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작품을 내놓기 전까지 ‘차라리 공개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셨다고 하는데요. 영상을 공개하기로 마음 먹은 이유와 시점이 궁금합니다.

2008년에 누나가 입원을 하고 3개월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굉장히 호전이 됐었어요. 증상이 있은 지 25년이 지났는데도요. 당시에 제가 영화 학교를 졸업하고 방송국 제작 AD로 들어갔는데, 시나리오 공부를 하게 되면서 우리집의 소재를 가지고 써볼까 했어요. 그런데 막상 써서 보니 뭔가 비참한 얘기에 나열만 돼 있던 것과 달리 그때 뭔가 고통스러운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제가 가족 이야기를 기록한 건 1992년부터 였는데요 1983년에 누나가 처음 증상을 보이고 9년 후인데요. 그때 제가 집을 나갔는데, 제가 집에 없는 동안에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록이 필요했어요. 당시는 비디오가 없어가지고 워크맨으로 음성만 땄어요. 영화의 첫 씬에 나오는 그 음성이 그때 남겨둔 기록이고요. 말그대로 기록만 하자는 거였지, 다큐멘터리를 만들 거라는 건 생각하지 않았어요. 2001년부터 비디오로 기록을 시작했는데 그때도 누나가 조현병인지 아닌지 모르고 찍은, 단순한 기록에 불과했어요.

▶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과의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영화인

[인터뷰] “이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죄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 ②
NEWS
2026. 8. 3.

[인터뷰] “이 영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죄다.” '어떻게 해야 했을까?' 후지노 토모아키 감독 ②

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봉에 대한 윤리적인 질문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데요. ​정말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어요. 윤리적인 문제는 반드시 있습니다. 사실 가족의 누구의 허락도 양해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봉을 하게 된 거죠. 누나와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고, 아버지에게 인터뷰로 허락을 구하는 형태를 취하긴 했지만 당시 96세의 아버지가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그럼에도 공개를 결심한 건 우리집의 방식이 굉장히 나쁜 부모가 동물처럼 누나를 취급을 해서 이게 그게 문제가 된건 아니었어요. 그렇다면 무슨 이유로 누나가 병원에 못가게 되었는 지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필요성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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