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스티스 리그>는 개봉 전부터 러닝타임에 대한 말이 많았다. 무려 170분이라는 얘기가 오갈 무렵, 프로듀서 존 버그가 직접 이 사실을 부인해 논쟁은 곧 잦아들었다. 개봉을 며칠 앞둔 시점에는 워너 브러더스의 CEO 캐빈 스지하라가 러닝타임을 무조건 120분 이내로 줄이라고 요구했다는 보도가 외신을 타고 흘러나왔고 보도의 사실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저스티스 리그>는 결국 119분 53초로 개봉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러닝타임이 왜 이토록 중요한 걸까? 대부분의 영화 러닝타임은 왜 2시간 안팎인 걸까? 재미만 있으면 되지 이런 게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1900년대 초반 영화의 러닝타임은 약 15분 정도였다. 1000피트짜리 필름 한 릴이 돌아가는 이 시간이 곧 러닝타임이 된 것이다. 이때의 영화들은 15분 안에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물리적 제한 때문에 비교적 짧은 에피소드를 다룬 코미디물이 많았다. 관객들은 더욱 다양한 이야기를 영화로 보기를 원했다. 하지만 구성이 탄탄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이야기를 15분짜리 필름 한 릴에 담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시에는 필름을 이어붙여 상영하는 영사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관객들이 원하는 대작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15분짜리 1편씩을 엮어 공개하는 연작 개봉방식을 택했다. 마치 1주씩 걸러 방영하는 요즘은 연속극 같은 형태다.
알찬 이야기를 담은 연작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여러 필름을 한 번에 이어 상영하는 영사기술이 개발되면서 1910년대 이후부터 영화의 러닝타임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제작되어 현재까지 영화사의 걸작으로 추앙받는 작품 중 한 편인 데이비드 W.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1915)은 미국 최초의 12릴 필름으로, 상영시간이 무려 3시간을 넘는다. 현대 SF의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리츠 랑 감독의 걸작 <메트로폴리스>(1927)도 153분으로 공개됐다.
제작자 마음대로 러닝타임이 제각각이던 시기를 지나 1930년대 할리우드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유지하면서 수익성까지 극대화할 수 있는 러닝타임을 90분으로 정한다. 경제공황으로 관객 수가 줄어들자 영화사들은 두 편의 영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동시상영을 유행시켰다.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두 편의 영화를 볼 수 있게 하려면 90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당위성에다 극장의 하루 상영회차를 늘려 관객을 더 많이 받기 위한 전략도 더해졌다.
이후 영화 내용을 더욱 충실하게 담아내기 위해 상영시간은 조금씩 늘어났지만, 가능한 한 2시간을 넘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였다. 1회 상영 시 관객 입장 및 퇴장, 정리정돈 시간까지 고려했을 때 2시간은 극장의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러닝타임이었던 것이다. 수익 면에서도 유리하다. 한 극장 관계자는 러닝타임이 2시간 이내일 때 첫 회차부터 마지막 차까지 총 6회를 걸 수 있는 데 반해, 그 이상일 경우 4회밖에 상영을 못 하게 되어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고 밝혔다. 관람객의 편의에도 부합한다. 밀폐된 극장 같은 환경에서 편안한 관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45분 안팎이라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이상적인 러닝타임에도 예외는 있기 마련이다. 영화의 완성도와 작품의 스케일에 따라 상영시간은 2시간을 넘어 조금씩 길어졌다. 예술적 면모와 막대한 제작비에 대한 가치만큼 제작자의 입장에서 더 보여주고 싶어 하는 욕망과 관객의 입장에서 더 보고 싶은 의지가 반영되면서 대작의 경우에는 2시간을 넘는 러닝타임이 용인되는 분위기다. 잘 만든 영화는 최적화된 러닝타임으로 얻는 수익보다 관람객의 증가로 얻는 수익이 더 클 것이고,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면 관객이 느끼는 체감 러닝타임은 실제 러닝타임보다 짧을 것이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강철비>, <신과함께-죄와 벌>, <1987>의 상영시간이 모두 2시간을 훌쩍 넘는데도 좋은 흥행 결과로 이어진 이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심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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