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격하게 느껴지는 어투와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일삼는 사람들,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육두문자 등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 얘기냐고요? (브래들리 쿠퍼 분)과 티파니(제니퍼 로렌스 분) 이야기입니다.
 
우선 이 범상치 않은 캐릭터들을 살펴볼까요? 언뜻 보면 멀쩡해 보이는데, 검은 봉지를 뒤집어쓴 채 조깅을 하는 남자 팻. 그는 새벽까지 독서를 하다가 결국 욕을 내뱉으며 책을 창밖으로 던져 버립니다. 그는 정신병원에서 8개월간 우울증 치료를 받고 나왔습니다. 아내가 동료 교사와 바람이 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남자를 박살 내겠단 일념으로 흠씬 팬 뒤 감옥에 가는 대신 정신병원을 택했거든요. 이 일을 겪은 이후 팻은 많은 걸 잃었습니다. 감정 및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늘 상태가 불안정해 보입니다.

여자 주인공 티파니는 어떤 사람일까요? 그녀는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외로움을 참지 못하는 병에 걸렸습니다. 항우울제 없이 살아갈 자신이 없는 티파니는 성적 욕구마저 통제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오죽하면 회사의 모든 남자 직원들과 관계를 맺어 해고까지 당했을까요. 하지만 우연한 자리에서 팻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삶에 변화가 생깁니다.

비슷한 상처를 지닌 두 사람이니 서로 위로의 말을 건넬 법도 하건만 이들의 대화는 서로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입니다. 날선 대화에서 유일하게 통하는 부분은 항우울제의 부작용에 관한 것 정도입니다. 하지만 티파니는 팻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에요. 자신을 집까지 바래다달라면서 괜찮다면 같이 자러 가죠?”라는 말로 그를 당황하게 만듭니다. 팻은 내숭도 없고 눈만 마주치면 노골적으로 대시하는 티파니가 상당히 부담스럽습니다.

하지만 오매불망 아내와 연락이 닿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팻에게 티파니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해옵니다. 자신이 아내와 연락이 닿는다며 만약 함께 댄스 경연 대회에 참가해준다면 아내와 연락이 닿도록 도와주겠다는 얘기였죠. 몸치인 팻은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기 싫었지만 아내와 다시 만날 일만 생각하며 모든 상황을 감수하기로 합니다. 그와 동시에 둘의 댄스 맹연습이 시작되지요.

줄거리만으로 판단하자면 사실 복잡하거나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팻과 티파니를 둘러싼 모든 캐릭터들이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영화에서는 팻과 티파니를 비정상의 범주로 구분하고 있지만, 사실 주변 사람들의 상태도 썩 멀쩡해 보이진 않습니다.

팻의 절친인 로니는 가족 부양의 의무와 회사 상사의 스트레스에 목이 졸려 질식해 죽을 것 같다고 말하고, 로니의 아내 베로니카는 필요 이상으로 인테리어에 열을 올리며 스위트 홈 만들기에 주력합니다. 팻의 형은 동생보다 우월하다는 자신감으로 본인의 삶의 이유를 찾고, 미국의 프로미식축구팀인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팬인 아버지는 팻이 있어야 경기가 이긴다며 그가 집 밖으로 나가려고만 하면 그의 앞을 가로막습니다.

가족을 두루 돌보는 엄마만이 정신적 강박에서 한 발 떨어진 듯 보입니다. 그녀는 가족 구성원의 난폭한 모습을 늘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이들을 한결같은 사랑으로 감싸려 합니다. 물론 매일같이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사는 것도 건강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영화는 빠르고 격양된 대화 때문인지 조금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하지만 대체로 유쾌하고 따뜻하게 진행되며 톡톡 튀는 대사 역시 귀에 착착 감깁니다. 상처받은 영혼들은 어쨌든 사랑에 빠지고 구름 뒤에 가려져 있던 햇살인 실버라이닝을 발견합니다. 이 정도면 행복한 결말이겠죠?

플레이북(playbook)은 미식축구에서 작전, 전술 등을 기록한 책을 뜻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영화는 숨어있는 희망을 찾는 전략을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여러분은 이 영화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나요? 딱따구리가 나무에 부리를 쪼듯이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당신에게 필요한 실버라이닝을 찾았다면 이제 자신이 갖고 있는 강박을 내려놓아야 할 때입니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드 니로, 크리스 터커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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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팻과 티파니의 정식 데이트가 있던 핼러윈데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들어간 식당에서 팻은 시리얼을, 티파니는 살짝 당황하며 티를 주문합니다. 티파니는 팻의 시리얼을 떠먹으며 왜 시리얼을 주문했냐 묻고, 팻은 애인으로 오해받기 싫어서라고 단순 명료하게 답합니다. 독특한 발상이 어쩐지 귀엽지 않나요? 티파니가 끌릴 만도 하죠? 영화를 보고 나니 우유에 시리얼을 타먹고 싶어졌습니다. 말린 과일 칩과 그래놀라를 섞은 건강 시리얼 레시피! 미리 만들어 놓고 영화를 보면서 먹어도 좋을 것 같네요.


과일 칩 그래놀라

재료
오트밀 200g, 각종 견과류(호두, 아몬드, 캐슈너트 등) 200g, 각종 말린 과일(건조 블루베리, 크랜베리, 건포도 등) 100g, 메이플 시럽 50g, 2 큰 술, 포도씨유 1 큰 술, 유기농 황설탕 30g, 소금과 시나몬 파우더 조금씩, 플레인 요구르트 1.
과일 칩 : 사과 1/2, 바나나 1, 키위 1

만드는 법
1. 사과와 바나나, 키위는 0.5cm 정도의 두께로 슬라이스한 뒤 120도로 예열한 오븐에 넣어 1시간 30~2시간가량 굽는다.
2. 견과류는 굵게 다진 뒤 150~160도 오븐에 7~8분간 노릇하게 굽는다.
3. 작은 냄비에 메이플 시럽, , 포도씨유, 유기농 황설탕, 소금을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살짝 끓인다.
4. 볼에 오트밀과 견과류, 시나몬 파우더를 넣고 섞은 뒤 3의 소스를 넣어 골고루 뒤섞는다.
5. 오븐 팬에 유산지를 깔고 4의 재료를 잘 펼쳐서 담는다. 170도 오븐에 15분 굽는다.
6. 구운 재료를 넓은 팬에 쏟아 완전히 식힌 다음 볼에 담고 각종 말린 과일과 섞는다.
7. 볼에 플레인 요구르트와 6의 홈메이드 그래놀라, 과일 칩을 얹어 완성한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