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봉(2월 22일)도 하기 전, 이 영화엔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아카데미 최다 노미네이트’ ‘전미 비평가 협회 여우주연상’ 등 많은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하 <셰이프 오브 워터>)의 ‘클라스’는 굳이 더 입증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2월 1일 CGV 용산아이파크점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로 만난 <셰이프 오브 워터>는 그런 도식적인 말보다 더 잘 어울리는 수식어가 필요한 영화였습니다. 예를 들면 ‘아름답다’와 같은 단어 말이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마이클 섀넌, 마이클 스털버그, 옥타비아 스펜서, 더그 존스, 샐리 호킨스, 리차드 젠킨스

개봉 201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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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속 피어난 낭만이…

<셰이프 오브 워터>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으로 세계가 반으로 갈라진 냉전이 팽배했던 시기입니다. 엘라이자(샐리 호킨스)는 말을 못하는 농아로 미 항공 우주 연구센터의 비밀 실험실에서 일하는 청소부입니다. 어느 날 보안책임자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가 ‘인어’로 보이는 괴생명체(더그 존스)를 데려오고, 엘라이자는 그 괴생명체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소통을 시도합니다.
 
한국 개봉명의 부제가 ‘사랑의 모양’일 정도로 <셰이프 오브 워터>는 엘라이자와 괴생명체의 교류가 중심이지만, 그렇게 녹록한 내용은 아닙니다. 냉전이 배경이라 동서 갈등은 물론이고, 당시 퍼져있는 사회적 편견 등을 세심하게 주입합니다. 거기에 엘라이자의 동료 젤다(옥타비아 스펜서)의 미들네임 ‘델릴라’를 통해 종교적 여지도 남겨둡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그렇게 1960년대의 갈등을 묘사하고, 그 속에서 진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엘라이자와 괴생명체의 관계를 그려나갑니다. 그 결과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인, 단순하면서도 복합적인, 비관적이고도 낙관적인 태도로 관객들에게 오만가지 경험과 감정이 담긴 ‘낭만’을 선사합니다.  


비주얼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이 영화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복귀작입니다. <크로노스>로 데뷔, <악마의 등뼈>·<헬보이>·<판의 미로> 등을 연출한 그는 기복이 심한 편이지만, 어떤 영화든 한결같이 호평받는 요소가 있습니다. 바로 미술입니다.
 
전작 <크림슨 피크>에서 고딕 양식의 극치를 모여줬던 델 토로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로 1960년대 생활양식의 따듯한 기운을 스크린에 불어넣습니다. 채도가 낮은 단색을 주로 사용한 <셰이프 오브 워터>의 미술은 영화가 품은 정서와 맞아떨어질뿐더러 강한 원색을 강조한 영화들 사이에서 복고적인 감성으로 ‘보는 재미’를 채워줍니다.
 


거기에 영화에 등장하는 괴생명체 역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장기인 ‘크리처 디자인’이 잘 살아있습니다. 더그 존스에 딱 맞춘 듯 길쭉하고 마른 몸, 물속에서 사는 생물답게 묘사한 눈과 호흡기관, 무엇보다 무서우면서도 경외감을 들게 하는 전반적인 분위기까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서있는 <셰이프 오브 워터>의 괴수다운 모습이죠.
 


배우와 캐릭터가…
샐리 호킨스

아무리 멋들어진 무대라도, 등장하는 인물의 매력이 없다면 허울 좋은 구경거리일 뿐이겠죠. <셰이프 오브 워터>는 엘라이자와 괴생명체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까지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엘라이자와 절친한 자일스(리차드 젠킨스), 회사 동료 젤다, 괴생명체를 관리하는 호프스테를러 박사(마이클 스털버그), 심지어 악역인 스트릭랜드까지. 인물 개개인의 성격은 물론이고 이들이 극에서 움직이는 당위성까지 챙기며 더 매력적으로 그립니다.

 

리차드 젠킨스, 옥타비아 스펜서

각본의 탄탄한 묘사에 배우들 역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줍니다. 샐리 호킨스는 대사 한 마디 없이 극을 이끌고, 사소한 디테일을 더해 그동안 보여준 연기와는 궤를 달리합니다. 리차드 젠킨스와 옥타비아 스펜서는 아예 캐릭터와 혼연일체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기도 하고요. 마이클 섀넌과 마이클 스털버그는 서로 대비되는 인물을 맡아 <셰이프 오브 워터>를 받치는 기둥 역할을 합니다.

마이클 섀넌, 마이클 스털버그

음악이…

청각적 즐거움 역시 시각적 즐거움에 전혀 밀리지 않습니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선사하는 스코어는 영화를 관통하는 낭만을 더 부각시킵니다. 때때로 서늘하고, 때때로 감상적인 스코어는 영화가 막을 내린 후에도 다시 듣고 싶어지는 여운을 남깁니다. 1960년대 시대상을 반영한 탭댄스, 당시 유행했던 음악들을 더한 <셰이프 오브 워터>의 청각 영역은 그 자체로도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단점조차 무시할…

그럼에도 <셰이프 오브 워터>가 걸작이냐, 그 물음에는 멈칫하게 됩니다. 분명 단점이 없는 영화는 아니기 때문이죠. 영화적으로 구현된 아름다움에 비해 그걸 응집시키는 전개가 다소 약해 관객에 따라 ‘난잡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거기에 북미에서 R 등급, 국내에서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듯 몇몇 장면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고요. 치명적이진 않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흠’인 셈이죠.
 
어떻게든 <셰이프 오브 워터>를 언어로 정리해보려 했지만, 사실 백 개의 문장보다 단 한 번의 관람이 완성시키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스크린으로 만날 1960년대,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줄 음악, 그리고 매 순간 촘촘하게 상황을 엮어나가면서도 결코 인물의 탈을 벗지 않는 배우들. 이런 요소들이 하나의 영화로 다가올 때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셰이프 오브 워터>는 2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달력에 미리 체크해두고, 극장에서 만나시길 추천합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