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았는지, 아들 녀석도 목욕하는 걸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같이 목욕탕에 가기도 하고 1년에 서너 번은 같이 온천에 가기도 하지만, 보통은 집 욕조에 둘이 같이 들어가곤 한다. 며칠 전 평소처럼 집 욕조에 아들 녀석과 함께 몸을 담그고 있다가 갑자기 학창 시절 때 생각이 났다. 의자를 나란히 붙여놓고 주루룩 앉아서 쿨 러닝~~~!!!”을 외치며 몸을 이리저리 기울이던 기억이. 집 욕조에서 아들은 앞에, 나는 뒤에, 마치 봅슬레이를 탄 것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가 말이다.

딱 이런 자세로 말이죠. ^^

생각난 김에 아들 어깨를 잡고 몸을 기울이며 쿨~~~러닝! 을 외쳤다. 당연히 아들 녀석은 아빠가 도대체 뭔짓을 하는 건지 고개를 갸우뚱. “쿨 러닝이 뭐야?” “쿨 러닝? 낄낄대고 웃을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이야.” ?????”
 
그래서 이번 글은 영화 <쿨 러닝>에 대한 이야기다.

<쿨 러닝>은 얼음도 눈도 없는 열대지방 자메이카 출신 젊은이 넷이 동계스포츠의 꽃인 봅슬레이에 도전하는 내용이다. 1993년에 개봉되었고 감독은 존 터틀타웁.
 
서울 올림픽  육상 종목 출전을 위해 훈련하던 데리스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옆 레인에 있던 주니어가 넘어지는 바람에 역시 반대편 옆 레인에 있던 율과 같이 탈락한다. 올림픽에 나갈 수 없게 됐다는 것에 실망한 데리스는 우연히 육상 단거리 선수가 동계올림픽 종목인 봅슬레이에도 강하다는 걸 알게 된 뒤, 친구인 상카와 함께 봅슬레이 팀을 조직한다.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같이 탈락한 주니어와 율까지 함께하는 봅슬레이 팀을 조직한 데리스는 도박에 빠져 살던 옛 금메달리스트 아이브 코치와 함께 훈련에 매진한다.

훈련은 얼음이 아닌 땅 위에서. 동계올림픽에 참가할 돈이 없어 주니어의 차를 팔아가며 우여곡절 끝에 캘거리에 도착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팀은 아이브 코치의 과거로 인해 다른 나라 참가자들과 코치들에게 푸대접을 받는다. 부모님 몰래 대회에 참가한 주니어는 신문에 실린 사진 때문에 아버지에게 들킨다. 그러나 이들은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경기에 참가하고, 멋진 결과를 만들어낸다.

배우들도 그리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고 들어간 돈도 많지 않은 나름 저예산 영화였지만, 열대지방 출신 선수들의 동계종목 도전 영화라는 신선한 발상, 실화에 바탕을 두었다는 점, 그리고 재미있는 스토리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제작비의 10배에 가까운 흥행 성적을 거뒀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쿨러닝의 실제 주인공이 이번 평창 올림픽에 국가대표 감독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스토크스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녹음기처럼 영화와 실제는 다르다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당장 봅슬레이를 관두고 자메이카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연락을 받고 고민하는 주니어를 설득하는 율이 마시는 맥주가 있다. 바로 Coors.

쿠어스 맥주는 미국의 millercoors 사에서 만드는 맥주다. 이름만 들어도 알겠지만 밀러와 쿠어스를 주력으로 만드는 맥주 회사다. 라거 타입의 깔끔한 맥주들을 주로 만들지만 마니아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Blue Moon 같은 맥주 회사도 산하에 두고 있고, 필스너우르켈, 포스터스, 그롤쉬 같은 브랜드도 이 회사 소유다.

1870년대 아돌프 쿠어스라는 사람이 로키산맥에 맥주공장을 세우고 쿠어스를 처음으로 만들었는데, 현재 판매되는 쿠어스 맥주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쿠어스 라이트는 1978년 처음 제조되기 시작했다. 라거 맥주의 전형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시원한 맛을 자랑하며, 특히 ‘Cold-Filtered’라는 특유의 공법을 사용해 깔끔한 맛을 배가시킨다. 재료로는 몰트와 이스트, 호프 이외에 당화를 위한 콘 시럽이 약간 들어간다. 

참고로 쿠어스는 우리나라 카스 맥주의 기원이 된 맥주이기도 한데 1994년 우리나라의 진로와 쿠어스사가 '진로쿠어스'라는 합작 법인을 만들고 쿠어스의 Cold-Filtered 제법을 그대로 도입해 카스 맥주를 만들었다. 당시 "Cold-Filtered"라는 용어는 카스 맥주의 마케팅 포인트로도 많이 활용되었으며 물론 차이는 있지만 맛도 비슷한 계열이다. 영화 속에서는 캘거리에서 주니어와 율이 마시는 맥주지만, 추운 곳보다는 그야말로 자메이카처럼 더운 나라에서 마시기에 딱 알맞은 맥주다.
    
한국 대표 팀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연일 선전하고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고 행복하다. 노력하는 자에게 결실을 안겨주는, 더 나아가 스포츠를 통해 평화로운 세상이 조금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시원한 쿠어스 맥주를 마시며 오늘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를 봐야겠다. 한국 팀 파이팅!
 
P.S. <쿨 러닝>을 모르는 분도 이 짤은 아실 듯. 이 짤이 바로 쿨 러닝에서 나온 짤이다. 탈룰라!

쿨 러닝

감독 존 터틀타웁

출연 리온, 더그 E. 더그, 롤 D. 루이스, 마릭 요바, 레이몬드 J. 배리

개봉 199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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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렉 / 술 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