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가 지난 5월 8일 개막했다. 세계 곳곳의 시네아스트들이 발표하는 신작들이 경합을 벌이는 자리인 만큼, 그 결과에 수많은 영화 팬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칸 영화제가 한창 진행되는 이번 주말, 지난 몇 년 간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들 가운데 기자가 강력 추천하는 영화 다섯 편을 선정했다. 이 영화들은 5월 12일(토)부터 5월 18일(금)까지 네이버 N스토어에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귀향
Volver, 2006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출연 페넬로페 크루즈, 카르멘 마우라, 요아나 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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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데뷔 이래 줄곧 여성의 삶을 그리는 데에 매진해왔다. <귀향>의 이야기는 처음 두 갈래로 나뉜다. 마드리드의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는 딸 파울라(요아나 코보)를 성추행 하려는 남편을 죽이게 되고, 라이문다의 동생 쏠레는 고향 라 만차에 다녀오는 길에 엄마 이렌느(카르멘 마우라)의 유령을 만난다. 알모도바르식 여성 서사의 정점이라 할 만한 <귀향>은, 이 두 갈래의 이야기를 이어 이렌느 - 라이문다 - 파울라 3대에 이르는 여성들을 만나게 해 역경과 갈등을 이겨내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여성에 대한 존경을 드러낸다. '살인'과 '유령'이라는 섬뜩한 소재를 경유하면서도 온전히 여성들의 연대로 씩씩하게 나아가는 마법같은 과정은 눈물과 탄성을 동시에 자아낸다. <귀향>의 주연배우 여섯(왼쪽부터)이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왼쪽부터) 롤라 두에냐스, 블랑카 포르틸로, 페넬로페 크루즈,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카르멘 마우라, 요하나 코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2009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출연 브래드 피트, 크리스토퍼 왈츠, 멜라니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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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스토리텔링과 우박처럼 쏟아지는 대화의 귀재, 쿠엔틴 타란티노가 저 멀리 2차 세계대전 당시로 시간을 돌렸다. 한적한 시골마을의 참혹한 학살로부터 시작해 수많은 캐릭터들이 등장과 퇴장을 거듭하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다만 너무나 절묘하게 서사가 펼쳐나가는 타란티노의 탁월함이 빛을 발한다. 음악을 두드러지게 사용하는 잔기교를 부리지 않고 오로지 대화만으로 각 챕터마다 긴장이 폭발할 듯한 순간들을 만들어내는 경지. 브래드 피트의 마지막 대사처럼 "(타란티노) 생애 최고의 걸작"이래도 손색이 없다. 타란티노가 짜놓은 판을 완성하는 건 나치 장교 한스 란다 역의 크리스토프 왈츠의 연기다. 한껏 웃는 낯으로 사람을 대하다가도 돌연 살육을 벌일 수 있는 한스 란다의 온도차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독일/오스트리아 영화계에서 주로 조연을 맡았던 이 배우가 선보인 연기에 칸 영화제는 남우주연상을 바쳤고, 왈츠는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했다.

크리스토프 왈츠

사랑을 카피하다
Copie conforme, 2010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출연 줄리엣 비노쉬, 윌리엄 쉬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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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세상을 떠난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해외에서 찍은 첫 영화. 2000년대에 들어서며 형식의 실험을 거듭하며 디지털영화의 새로운 미학을 탐구했던 키아로스타미는, 2010년 전통적인 서사를 기반으로 한 <사랑을 카피하다>를 내놓았다. 이란의 비전문배우들을 기용해오던 방향과 달리, 프랑스의 저명한 배우 줄리엣 비노쉬를 캐스팅 했다. 중년 근처의 두 남녀의 사랑이 부푸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를 단순히 '로맨스'라고 규정짓기엔 영화가 품고 있는 테마는 상당히 복잡하다. 독자와 작가의 관계로 만난 두 사람이 어느새 부부로서 역할극을 열중하게 되면서, 영화는 현실과 허구의 선을 묘하게 겹쳐놓는 게임을 벌여놓는다. 평범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진실과 거짓의 경계에 대한 진중한 질문을 던지는 놀라운 연출. 줄리엣 비노쉬는 이 작품으로 칸 여우주연상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섭렵하는 최초로 섭렵한 배우가 됐다. 

줄리엣 비노쉬

폭스캐처
Foxcatcher, 2014

감독 베넷 밀러
출연 스티브 카렐, 채닝 테이텀, 마크 러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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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더 크루즈>(1998)로 데뷔해 <카포티>(2006)의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 <머니볼>(2011)의 메이저리그 구단주 빌리 빈 등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한 단단한 드라마들로 고유한 영화세계를 구축한 베넷 밀러의 최근작. 미국 굴지의 재벌가 상속자 존 듀폰(스티브 카렐)이 벌인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췄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단 한번도 아버지로부터 인정 받지 못했던 존 듀폰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비극을 서서히 펼쳐낸다. 코미디 배우로 각인된 스티브 카렐이 웃음기를 싹 거둔 채 퍼트리는 습기가 보는 이의 신경을 포박한다. 금메달 리스트인 데이브에 가려져 몸부림치는 마크를 연기한 채닝 테이텀의 퍼포먼스 또한 발군이다. '열등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감독상을 수상한 베넷 밀러

자객 섭은낭
刺客聶隱娘2015


감독 허우 샤오시엔
출연 서기, 장첸, 츠마부키 사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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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객 섭은낭>은 대만의 위대한 감독 허우 샤오시엔이 생애 처음 연출한 무협영화다. 늦어도 3년 사이 꾸준히 신작을 내놓던 그는 프랑스에서 작업한 <빨간 풍선>(2007) 이후 8년 만에 <자객 섭은낭>을 내놓았다. 그리고 세상의 영화 팬들이 마스터의 마스터피스에 무한한 찬사를 보냈다. 장르는 무협영화라지만 <자객 섭은낭>은 화려하고 재빠른 액션 같은 데엔 관심이 없다. 말하자면, 주인공 섭은낭은 망설이는 자객이다. 과거의 연인 전계안(장첸)을 암살하라는 명을 받은 섭은낭(서기)은 그의 주변을 맴돌며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허우 샤오시엔 특유의 느릿한 리듬으로 포착해낸, 그야말로 숨이 멎을 듯한 우아함이 거기에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 


씨네플레이 문동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