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어릴 때도 잠꾸러기에 게으름뱅이였던 나는 매일 아침 일찍 눈 뜨는 게 몹시도 힘들었다. 그럼에도 아침 8시면 칼같이 눈을 떠 텔레비전 앞으로 달려가게 만든 최고의 모닝콜이 있었으니. <디즈니 만화동산>이었다. 정확히 언제부터 봤던 건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던 내내 나의 일요일 아침을 산뜻하게 열어주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초등시절 한정인 이유는 사복이 아닌 교복을 입고 등교하던 무렵부터는 고된 학업 탓에 늦잠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더 이상 <디즈니 만화동산>을 챙겨보지 않게 되었을 즈음엔 비디오 가게에 들락거리며 디즈니에 대한 애정을 키워갔다. 중학교 3학년 땐 당시 마음이 맞았던 친구와 디즈니 OST 앨범을 들으며 '이건 그 장면에 나왔던 노래지', '나는 이 음악이 참 좋다'며 수다 떨다 저녁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그 곡들은 여전히 나의 플레이리스트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지금도 그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영화 속 장면들이 머릿속에 펼쳐진다. 수많은 명곡 중 유년시절의 추억이 듬뿍 들어가 특히 애정하는 OST 몇 개를 어렵게 골랐다.


인어공주 The Little Mermaid
♪Part Of Your World

<인어공주>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은 아마 'Under The Sea'가 아닐까. 마치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 듯 경쾌하게 시작하는 멜로디 위로 세바스찬이 외치는 "안다다씨~"는 당시 많은 관객들과 함께 아카데미의 마음을 훔치기도 했으니. 하지만 내 귀에 더 오래도록 남은 노래는 바다 위로 가고 싶은 에리얼의 소망이 담긴 'Part Of Your World'다. 인간 세상을 동경하며 육지를 향해 손을 뻗는 에리얼의 모습 위에 얹힌 조디 벤슨의 절절한 목소리는 듣는 사람마저 간절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여러 번 반복해 들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 곡 중 하나. 작중 이 음악은 에리얼이 바다에서 에릭 왕자를 구해낸 후 한 번 더 흘러나온다. 

인어 공주

감독 존 머스커, 론 클레멘츠

출연 린 어벌조노이스, 버디 해킷, 크리스토퍼 다니엘 반즈, 조디 벤슨, 케네스 마스, 팻 캐럴, 벤 라이트, 패디 에드워즈, 사무엘 E. 라이트

개봉 198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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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Beauty And The Beast
Be Our Guest

영화의 메인 테마이자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모두 품에 안은 'Beauty And The Beast', 그리고 개스톤과 루프가 함께 부르는 노래 'Gaston'도 참 좋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곡 딱 하나를 꼽으라면 'Be Our Guest'다. 마법에 걸려 주방기구 등으로 변한 성 안의 하인들이 벨 앞에 나타나 만찬을 대접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곡이다. 듣다 보면 절로 어깨가 들썩이고 내적 댄스를 추고 싶은 욕망이 꿈틀댄다. 개인적으로 실사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도 굉장히 기대하던 장면 중 하나였는데,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더 화려한 모습으로 스크린에 되살아난 모습에 내내 눈과 귀가 참 즐거웠다. 

미녀와 야수

감독 게리 트러스데일, 커크 와이즈

출연 페이지 오하라, 로비 벤슨

개봉 1991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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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Aladdin
♪Friend Like Me

역시 좋은 음악이 워낙 많은 작품이라 한 곡을 고르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당시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그래미 시상식의 상을 석권한 'A Whole New World'를 선택하지 않으려니 죄의식이 들기까지 하지만. 내 맘을 흔든 곡은 로빈 윌리엄스가 부른 'Friend Like Me'다. 램프의 요정 지니가 알라딘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에 삽입된 곡으로, 듣는 이의 흥을 자극하는 힘이 강렬하다. 이렇게 놓고 보니 왠지 바로 위 <미녀와 야수> 'Be Our Guest'와 비슷해 보이기도. 아무래도 난 이런 걸 좋아하나 보다.

알라딘

감독 존 머스커, 론 클레멘츠

출연 스콧 와인거, 로빈 윌리엄스, 린다 라킨

개봉 199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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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 The Lion King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연주곡은 한스 짐머가, 노래는 엘튼 존이 작곡해 탄생한 <라이온 킹>의 OST는 수록된 곡 하나하나가 명곡이다. 때문에 'Circle Of Life', 'Hakuna Matata', 'I Just Can't Wait To Be King' 등 두고두고 아껴듣는 음악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터. 여러 고심 끝에 고른 음악은 엘튼 존이 작곡한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심바와 날라의 사랑이 주가 되는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노래의 시작과 마지막 부분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심바와 날라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티몬이 품바에게 "삼총사는 둘이 될거야"라며 투정하고, 이내 두 사람이 시름에 빠져버리는 장면이다. 여담으로 영화에 수록된 곡이 아닌 엘튼 존이 직접 부른 발라드 버전의 노래도 있다. 

라이온 킹

감독 로저 알러스, 롭 민코프

출연 조나단 테일러 토마스, 매튜 브로데릭, 제임스 얼 존스, 제레미 아이언스, 모이라 켈리, 니케타 캘레임

개봉 199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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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 Mulan
♪I'll Make a Man Out of You

OST로 유명하진 않은데 이상하게 좋아하는 노래가 많은 작품이다. 그나마 가장 많이 알려진 'Reflection'을 비롯해 'Honor to Us All', 'True to Your Heart'까지 모두 플레이리스트에 착착 쌓여있는 곡들이다. 가장 좋아하는 곡은 'I'll Make a Man Out of You'. 적과 맞서 싸우기 위해 리 샹이 군사들을 훈련시키는 장면에 삽입된 음악인데, 오합지졸의 군사들이 시간이 지나 점차 제대로 된 부대로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노래의 마지막 "Mysterious as the dark side of the moon↗" 하는 부분에선 괜히 내가 이들을 훈련시킨듯한 뿌듯함과 함께 전율이 밀려오기도. 

뮬란

감독 토니 밴크로프트, 베리 쿡

출연 밍나 웬, 레아 살롱가, B.D. 웡, 도니 오즈몬드, 코코 리, 성룡

개봉 199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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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박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