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포스터.

스타워즈의 두 번째 스핀오프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한 솔로>)가 개봉했다. 메인 캐릭터 중에 하나인 한 솔로의 알려지지 않은 젊은 시절을 담아낸다고 해서 주목을 받았으나, 오프닝 기록이 영 시원치 않다. <스타워즈>의 고향인 북미 첫 주말 수익으로 1억불을 간신히 상회하는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1억불도 대단한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데, 사정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북미에선 최고의 흥행 시즌이라 불리는 메모리얼 데이 주간에, 찍었다 하면 흥행이 보장되는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워즈란 타이틀을 달고 나온 작품 치곤 역대 최저의 스코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북미회담 관련 이슈들과 <독전><데드풀2> 등 경쟁작들에 밀려 첫 주 15만이 채 안 되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사실 프로덕션 내내 조짐은 좋지 않았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이하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분분한 이견에서부터, 2015년부터 매년 공개된 피로감, 한 솔로의 젊은 역할을 소화해낸 엘든 이렌리치에 대한 무성한 뒷소문과 80% 촬영이 진행된 상태에서 감독이 전격적으로 교체된 것까지 최악의 상황이란 상황은 죄다 거쳤기 때문이다. 제작비는 재촬영 때문에 무려 25천만 달러까지 올라갔고, 본편이 아님에도 시리즈 전체 중 사상 최고 제작비를 경신했다. 무엇보다 벌써 디즈니 지휘 하의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3번째 감독 교체라는 사실은 조금 심각해 보인다. 콜린 트레보로우가 창작상의 견해 차라는 만능(!)의 핑계 하에 대망의 시리즈 마지막 9편에서 자진 하차했으며, 첫 번째 스핀오프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에서도 가렛 에드워즈에서 각본가 출신의 토니 길로이로 교체된 바 있다.


한 솔로의 중책을 맡은 영화음악가 존 파웰
론 하워드 감독

이번 <한 솔로><점프 스트리트> 시리즈와 <레고 무비>로 주목받은 필 로드와 크리스 밀러 콤비가 짤리고, 관록의 베테랑 론 하워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아카데미 수상 감독이며 <스타워즈>의 아버지 조지 루카스와는 <청춘 낙서>의 배우로도 만났던 인연의 그는 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랄까. <로그 원>과 달리 조금 긍정적인 건 음악까지 교체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로그 원>에선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극장판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존 윌리엄스가 아닌 작곡가가 <스타워즈>의 음악을 맡는 영광을 얻었지만, 후반 스케줄의 충돌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로 넘어가며 (이젠 거의) 디즈니 전속 작곡가라 부를 법한 마이클 지아치노로 급하게 선회한 바 있다. 하지만 <한 솔로>는 재촬영 중인 20177월에야 음악이 존 파웰로 결정되었다.

존 파웰

픽사의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존 파웰은 <페이스 오프>로 입봉한 이래 여태껏 60여 편의 작품에서 활약하며 한스 짐머가 꾸린 리모트 콘트롤 프로덕션 휘하에서 가장 성공한 경력을 쌓아온 작곡가다. 특히 데뷔작부터 오스카상 지명이 된 작품이 말해주듯 그는 액션과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특히나 <> 시리즈 4부작은 테마 선율이 아닌 현악 오스티나토와 일렉 사운드의 결합으로 서스펜스와 스릴을 담아내 21세기 액션스코어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었다. 동시에 그는 드림웍스와 블루스카이(20세기 폭스), 픽사(디즈니)와 일루미네이션(유니버셜) 그리고 워너브러더스까지 모든 메이저 애니들을 섭렵하며 무엇보다 비주얼을 소리로 동기화시키는데 최적의 작곡가임을 다시금 입증해냈다.


그리고 스타워즈의 전설 존 윌리엄스의 가세
존 윌리엄스

존 파웰이란 의외의 선택도 놀라웠지만 정작 팬들을 흥분시킨 게 따로 있었으니, 스핀오프 음악은 손대지 않겠다던 존 윌리엄스가 직접 새로운 테마를 작곡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어찌 보면 창조주 조지 루카스보다 스타워즈 사가에 있어 더 중요한 인물이라 볼 수 있는 존 윌리엄스는 <라스트 제다이>와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 작업이 끝나자마자 여러 개의 짧은 선율들을 작곡했고, 그 중에서 파웰이 ‘한 히어로 테마’(Han Hero Theme)‘한 서칭 테마’(Han Searching Theme)라 부르는 두 개가 최종적으로 결합돼 ‘어드벤처 오브 한’(Adventures of Han)이란 테마로 완성되었다. <라스트 제다이>에서 인상적인 새로운 테마가 부재했다는 평가를 의식했던 것인지, 마에스트로가 이번에 들려주는 의 테마는 과거 할리우드 전통의 활극을 연상시키는 스케르초 풍으로 작곡돼 한 솔로의 모험담에 활력 넘치는 기운을 선사하고 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촬영현장.

역시 존 윌리엄스라는 찬사가 튀어나오는 멋진 실마리를 받아든 존 파웰은 인터뷰에서 그와 함께 작업한다는 게 이 일을 맡게 된 결정적인 동기임을 밝혔다. 윌리엄스를 <스타워즈> 내의 요다에 비유하며 그의 작업 과정을 실제로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영광에 대해서도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이처럼 두 명의 존이 합심해 만들어낸 새로운 <스타워즈>의 음악은 미적지근한 영화의 흥행이나 반응과 달리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번에 새로 작곡된 의 테마 외에도 기존 시리즈 내내 등장했던 윌리엄스의 저항군의 팡파레타이 파이터 공격’, ‘데스스타 모티브스타워즈 메인 테마등이 파웰 스타일로 재해석된 느낌인데, 여기에 파웰 자신이 새로 작곡한 사랑과 우정, 배신의 테마들이 어우러지며 다채로운 선율들을 접할 수 있다.


신구의 조화를 이뤄낸 새로운 활극 음악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과도한 짐머레스크 사운드가 천하의 고전적인 <스타워즈>에서 들려질까봐 우려했던 팬들도 있었을 텐데, <드래곤 길들이기>로 장엄하고 호쾌한 서사적인 사운드를 구사한 바 있는 파웰은 최대한 윌리엄스의 DNA를 염두하고 화성과 멜로디를 따랐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스타일도 유감없이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는 초반의 공항으로 갈 때 코렐리아의 추격 신과 코악시움 기차 탈취 시퀀스, 그리고 중반의 광산 잠입 시퀀스나 케셀 런 직전의 전투 시퀀스 등 주로 액션 장면에서였다. 98인조 오케스트라와 36인조 불가리아 여성 성가대를 대동해 약동하는 드럼비트와 점층적으로 상승과 하강을 이끌어내는 스트링, 독특한 리듬감으로 휘몰아치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현시점의 <스타워즈> 스코어를 들려주고 있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여기에 한과 베킷(우디 해럴슨) 일행을 방해하는 약탈자 엔피스 네스트가 등장할 때마다 깔리는 합창곡과 드라이덴 우주선에 들어갔을 때 흐르던 듀엣 공연 장면을 위해 사운드 디자이너 벤 버트가 만들어낸 타투 행성의 주요 언어인 허티즈(Huttese)로 번역된 곡을 썼다. 이는 윌리엄스의 오리지널 스코어들이 품고 있던 영향을 더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에서 이국적이면서 미지의 공포감과 환상적인 매혹을 더해주는 역할을 겸한다. 시리즈 내에서 전혀 다른 인물들과 사건들로 이야기를 끌어가던 <로그 원>과 달리 주요 인물을 다룬 외전이기에, 마이클 지아치노가 자유스럽게 신선한 음악을 풀어냈던 것에 비해 파웰의 자유도는 높지 않았지만, 이 제약과 한계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인 해석과 시각을 보여주었다.


올해의 베스트 사운드트랙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표지.

그 결과 <한 솔로>의 음악은 참 흥미로운 결과물이 되었다. 신구의 조화를 제대로 보여준 기획이자 콜라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두 명의 존이 독특한 화학반응을 가져왔다. 조금 이를지 모르겠지만 올해 나온 최고의 스코어 중 하나라고 할 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인 사운드트랙이었다. 흥행 성적이 너무 절망적이라 후속작이 과연 나올지 모르겠지만, 두 존이 다시 한 번 만들어낼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감독 론 하워드

출연 엘든 이렌리치, 에밀리아 클라크, 우디 해럴슨, 폴 베타니

개봉 2018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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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감독 조지 루카스

출연 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개봉 197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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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트랙스 / 영화음악 애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