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쳐(Vulture)와 리프린트 계약을 맺고 번역한 콘텐츠를 편집한 글입니다. (: 린지 로메인)

(왼쪽부터) <로스트> <웨스트월드>

<웨스트월드> 시즌 2 네 번째 에피소드는 <로스트> 시즌 2 오프닝과 매우 유사하다. 해당 장면을 먼저 말해본다. 레트로풍 스타일의 집에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잠에서 깨어나 레코드를 켜고 아침을 먹은 뒤 실내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한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하루 일과의 시작 같아도 남자의 행동은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그는 바로 공원 창시자 짐 델로스의 호스트로 <로스트>의 데스몬드 흄을 떠올리게 한다. 두 사람은 자신이 누군가의 감시하에 있을 뿐 아니라 음모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암울하고 우울한 현실에 굴복하고 무력한 모습으로 생활한다.
 
인물과 주변 설정이 매우 흡사하지만, 네 번째 에피소드를 연출한 <웨스트월드> 책임 프로듀서 리사 조이는 <로스트>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는 두 드라마의 묘한 우연에 대해 역사적인 각운은 이런 식으로도 으레 탄생하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웨스트월드> 시즌 2<로스트>의 유사한 설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지난 시즌에서 현실과 격리된 경이로운 세계’, ‘배후에서 모든 걸 조종하는 신적인 존재’, ‘검은 옷의 사나이’,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른 시간 배경 <로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 다수 제기됐다. 이 시점에서 <웨스트월드><로스트>를 연상시키는 미묘한 연결점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1.  교전 중인 무리들

<웨스트월드>에서 호스트와 게스트는 이데올로기와 자각 능력에 맞서 싸운다. 돌로레스, 버나드, 메이브는 그들의 신체와 기억을 되찾고자 각자의 여정에서 자신들의 뜻이 창조자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스템에 저항한다. 그렇다고 함께 맞서지 않는다. 그들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내분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는 <로스트>도 마찬가지다. 비행기 사고 생존자와 달마 이니셔티브, 섬 원주민 사이에 크고 작은 불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진실은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르며 의문과 떡밥은 계속해서 쌓여가지만,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웨스트월드><로스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차이라면, 바로 철학이다. <웨스트월드>는 인공지능의 인식에 관한 드라마라면, <로스트>는 인간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를 다룬다. 두 드라마는 각 집단이 추구하는 윤리 강령에 초점을 맞춰 세계관을 드러낸다.

2. 거대한 동물

<웨스트월드> 시즌 2 첫 번째 에피소드를 떠올려보자. 시즌 1 마지막에서 수일이 흐른 후, 웨스트월드 상황을 정리하는 지원팀이 도착한다. 버나드는 지원팀에 합류하고, 자신이 정신을 차린 멀지 않은 곳에서 죽은 벵골호랑이를 발견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로스트>에도 이런 유사한 상황이 등장한다. 파일럿 에피소드에서 생존자들은 섬을 돌아다니던 중 북극곰과 맞닥뜨린다. 이상하지 않는가? 버나드와 생존자가 발견한 호랑이와 북극곰은 그들이 있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동물이다. 서식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동물의 등장은 인물들에게 어떤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벵골호랑이는 서로 다른 구역이 합쳐지고 있다는 사실을(호랑이는 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를 재현한 라지구역 소속), 북극곰은 동물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시간여행 실험을 진행한 달마 이니셔티브의 존재를 암시한다.
 
3. 숨겨진 벙커

<로스트>에서 섬은 사람들을 살리거나 죽이기도 하는 불가사의한 장소로, 달마 이니셔티브는 섬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현상을 관찰하고자 만든 지하 벙커다. <웨스트월드> 역시 호스트를 관찰하는 비밀스러운 지하 구역이 있다.
윌리엄은 복제된 호스트에 인간의 자각 능력을 이식하는 팀을 구성하고 장인 짐 델로스를 표본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149번의 시도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자 인류는 영생의 존재가 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인간의 의식을 호스트에 옮기려는 시도는 버나드도 마찬가지다. 다만, 누가 시도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의문을 증폭시키는 <로스트>의 설정과 유사하다.
 
4. 검은 옷의 사나이

<웨스트월드>의 윌리엄과 <로스트>의 존 로크는 두 드라마를 비슷하게 느끼는 요인 중에서 빼놓을 수 없다. <웨스트월드>에서 윌리엄과 검은 옷의 사나이가 동일 인물이며, 공원과 델로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 수 있다. 지난 시즌에서 윌리엄이 검은 옷의 사나이로 밝혀진 것처럼 <로스트> 역시 마지막 시즌에서 로크의 정체를 드러낸다. 로크는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참담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 살해당하는데, 그의 몸에서 검은 연기로 불리는 신적인 존재가 나타난다. 반전 정체가 드러나는 윌리엄과 로크는 얼굴에 상처가 있고, 자신의 신념을 철저하게 믿는 자다. 두 사람은 신념이 만들어낸 환상에 빠져 그 자신과 세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집요하게 매달린다. 이는 윤리관을 바꾸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두 드라마 시즌 1에서 윌리엄과 로크가 공원과 섬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짚어보자. 윌리엄은 과거에는 공원은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여겼지만,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드러내는 곳으로 생각이 달라졌다. , 공원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로크는 잭에게 자신을 마법 같은 것을 믿지 않는 지극히 현실적인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하며, 다른 사람들이 섬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과 달리 두려움을 끄집어내는 섬을 특별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예찬한다.
 
앞으로 윌리엄은 냉소와 신념 사이에서 세계관이 계속 변화하며 <로스트>의 로크처럼 <웨스트월드>의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두 드라마는 불가사의한 흐름과 윤리 원칙, 인간의 잔인한 욕구와 호기심이 입힌 손상, 치명적인 인간의 시각을 주제로 전개된다. 시청자들은 짐 델로스와 데스몬드 같은 피실험자들이 갇힌 세계를 이해하고, 이후에 무얼 시도할 수 있을지 볼 수 있을 뿐이다.

웨스트월드 2

출연 에반 레이첼 우드, 탠디 뉴튼, 제프리 라이트, 제임스 마스던, 루크 헴스워스, 시드 바벳 크누센, 로드리고 산토로, 안젤라 사라피언, 섀넌 우드워드, 에드 해리스, 안소니 홉킨스, 벤 반스, 클리프톤 콜린스 주니어, 지미 심슨, 테사 톰슨, 탈룰라 라일리, 루이스 허텀, 카챠 헤르베스, 닐 잭슨, 페레스 파레스

방송 2018, 미국 H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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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시즌6

연출 J.J. 에이브럼스

출연 에반젤린 릴리, 나빈 앤드류스, 김윤진, 매튜 폭스, 대니얼 대 킴, 조지 가르시아

방송 2010, 미국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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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omato92, 편집 Jacinta / 에그테일 에디터
원제: Does Westworld’s Second Season Kinda Remind You of … Lost?